훈병일기0323

# 3.23 (금)[ | ]

오늘 화생방이 있었다.
나는 목이 아픈 것을 약간 과장해서 미리 말해둔 덕에 열외가 되었는데 다른 애들 상당수는 어쩔수 없이 들어갔다왔다.

내가 본 애들의 표정은 롤러코스터를 처음 탄 유치원 아이들의 그것과 같았다.
얼굴 뻘개져서 누구는 발을 동동구르고 누구는 손에서 피가 나도록 꽉 쥐었다는 등등의 얘기를 하는데 다들 천진하게 웃고있었다.

남자들은 통과의례를 하나씩 거쳐가며 성장하는듯 하다.
유격도, 행군도, 화생방도 애들에게는 그런 의미였고.
아 마초들의 세계여.

정말 이러다가 골병들겠다.
밤만되면 감기기운이 확 오르고 맛이가는데 죽갔다.
맨날 치료도 안해주면서 조사는 뭐하러하는지.
게다가 무엇을 위하여 점호를 하는것인지.
몸도 안성한데 삼십분이상 차렷자세를 하고 nothing을 기다리다가 그냥 잔다.
헛짓거리와 삽질이 정말 많은 곳중의 하나가 군대다.
고단한 훈련병 생활이여.

  • 해설

통과의례를 거치는 그 이전과 다른 상태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그래서 병장들은 면제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얼차려를 어떻게 받았다라거나 어떤 고생을 했다거나 등등이 모두 화제거리가 되고 그런것을 겪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우쭐댄다.
난 그런 문화와 좀 안맞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끔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을 보면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점호야말로 군대의 형식적인 일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각 인원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인데 괜히 와서 시비걸기도 하고 쓸데없이 긴장감만 넣은 채 점호담당자가 오기까지 부동자세로 서있는다.
그들이 모든 내무실을 돌아볼 수도 없기때문에 안오는 일도 다반사고.
자기전에 짜증나게 하면 좋냐?...-_-


훈련병의일기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