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21

# 3.21 (수)[ | ]

군대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여자친구와 가족이라면 그 다음은 혼자있는 시간일 것이다.
항상 무더기로 통제되는 생활을 하기때문에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

지금이 바로 그 평화로운 시간이다.
3시간씩이나 참았던 *를 해결하니 다들 그사이에 작업나간 모양이다.
뭐 식사하러갔다고 해도 좋다.
이정도 평화는 한끼 식사와 바꿀 가치가 있다.
지지난 일요일에는 워드작업하다가 이런 시간이 있었는데 그덕에 나는 단체사진을 못찍었다.

아침에 연대장이 와서 연설(?)을 했다.
어제는 사단장 가는 길이라고 진흙탕을 흙으로 메우는 진짜 삽질을 했는데 오늘은 연대장 연설이라고 전 중대가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아 슬프고도 애처로운 복지부동이여.
어쨌거나 이 연대장이라는 양반이 꼴보수 왕마초인데 남자는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등을 한시간동안 얘기하고 갔다.
뭐 연대장만의 문제는 아니고 군대라는 조직이 다 그렇다.
남자라면 이정도는 해야지, ** 떼라 등등의 말들이 보여주듯.
난 남자긴 하지만 충분히 약하고 여성스러운 면도 많다.
그리고 그런점이 싫지도 않고, 다르게 바꿀 생각도 없다.

다양성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내 기본적인 삶의 태도인데 애석하게도 군대는 전혀 그런 곳이 아니다.
군대는 완벽한 평등을 추구하는 희한한 공산주의 사회다.
아픈 사람도 훈련 다 받고, 반찬도 획일적으로 거의 똑같이 받고.
이나라 사람들이 요상한 평등의식을 갖게 된 것은 획일화된 학교와 군대 탓이 크다.
난 유채색보다는 무채색을 좋아하지만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이 좋다.

  • 해설

혼자있는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떨어져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혼자있는 시간은 사람을 조금은 성장시킨다.

군대의 마초성은 정말 치가 떨릴 정도이다.
불쌍한 사내놈들.
지들이 만든 마초성에 지들이 갖혀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있으면 웃겨 죽겠다.
물론 나도 웃긴다.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북한을 우리의 주적개념에서 공식적으로 뺐다.
하지만 군대에서 여전히 잠재적인 최대 적은 북한이다.
공산주의의 위협(?)에서 자유주의 세상을 지킨다는 조선의 군대가 이땅에서 가장 공산주의스럽게 살고있다는 사실은 정말 눈물나게 웃긴 코미디다.
너무 웃겨서 차마 웃기도 힘들정도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중의 아이러니다.


훈련병의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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