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18

# 3.18 (일)[ | ]

하나 더 추가다. 먼지포비아.
밤낮으로 청소뿐이다.
조금은 풀어줘도 될텐데 노는 꼴을 못본다.
청결해야 건강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좀 너무한다.
그러면서 세면시간이나 화장실 갈 시간은 왜 그렇게 통제하는지 원.
여기서의 시간 사용은 문제가 정말 많다.
나같은 거북이도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계급사회이긴 하지만 훈련병과 기간병의 관계는 신분의 차이라고 할만하다.
우리는 그들과 화장실조차 다르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당한다.
상대적으로 착한 조교들도 있지만 몇몇 훈육들은 자신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훈련병에게 푼다.
그런 식으로 해봐야 짜증의 절대량만 늘어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각해보면 제한이라는 것은 상당히 고단수의 쾌감증대 수단이다.
가학하는 쪽이나 피학하는 쪽이나.
SM도 기본적으로 그런 것이고.
이 안의 성원들은 거대한 SM구조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곳의 SM은 너무 비효율적이라 쾌감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_-

입술이 확 터버렸다.
여기서는 감기, 오한, 결막염, 피부건조, 주부습진, 찰과상, 물집등이 많다.
사람들이 아픈 것은 청결때문이라기 보다는 열악한 시설과 지급품, 추위, 전염되기 딱 좋은 환경, 편히 쉴 수 없는 시간사용 등이다.
하지만 훈육들은 청결만을 강조한다.
내가 소대장이라면 애들에게 돈을 좀 걷어서 다음날 출근할 때 약을 조금 사다주겠다.
그정도만 해주어도 급한 감기는 조금 나으니까.
훈련을 해서 땀을 빼고 움직이니까 그나마 낫는 경향이 있다.
전우가 너무 고생하는듯 하여 처음에 깜빡하고 반납하지 않은 감기약 하나를 주어버렸다.
내가 심하게 아플 때 전우들이 약을 주었던 것처럼.

  • 해설

여기서 SM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놈들이 지들 기분에 따라 별것도 아닌 일들을 가지고 괴롭히다가 넘어가다가 하는 꼴을 봤기 때문이다.
선임하사나 원사같은 양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우리들에게 와서 트집을 잡고 화를 내는데 이것은 괴롭히는 쾌감으로 그 짜증을 상쇄하려하는 저열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밖에 생각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일이라 수양록 쓸 시간이 많았다.


훈련병의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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