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병일기0307

# 3.7(수)[ | ]

피로가 쌓인다.
자고 일어나도 풀리지 않는다.
마치 피곤한 상태를 일상화시키려 하는듯 하다.
그렇지않으면 50km를 걷지못하기 때문인것 같다.

종교행사시간에 법당에 갔는데 자리가 불편해서 안가려한다.

  • 해설(?)

수양록이라는 이름으로 일기를 쓸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치사한 일기검사같은것은 안했다.
확실히 요즘군대는 옛날군대와 다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겪으면 알겠지만 일기쓰는 것은 상당히 절실한 문제다.
씻는 것 만큼이나.
그래봐야 4주만 있으면 나간다는 절대적인 사실때문에 그런거지.
아마 거기서 2년넘게 지낸다면 일기쓰는 것은 사치가 될지도 모른다.
내가 일기에서 군대를 내 생활로 보지않고 대상으로 바라 볼 수 있었던 것도 이것은 내 삶이 아니라는 의식때문이었을게다.
마치 르뽀기자처럼.

첫날에는 잡다구리한 신변조사와 옷입기, 모포개기등 생활에 필요한 것을 '배우게'된다.
그 안에서는 훈련병을 애기취급하며 모든것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행동도 그렇게 하고.

군대의 신변조사는 놀라울정도로 치밀해서 그 정보들만 있다면 왠만한 인터넷 사업을 벌일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DB화가 안되어있어서 쓴걸 또 쓰고 또 쓰고하는 일이 아주 흔하다.
나갈 때까지 동일한 내용을 네댓번은 적게된다.
쓸데없이 여자친구와 동거했는가 따위를 뭐하러 묻나몰라.

확실히 이 나라는 주민등록번호 같은것부터 시작해서 국민을 감시와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식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사실 인권유린이다.

대개의 하루하루는 훈련과 강의로 지나가고 밤에는 교육용 비디오를 보거나 청소, 총기수입[총닦기] 등으로 흘러간다.
아침저녁으로 짜증나는 점호가 기다리고 있다.

피로가 쌓인다는 것은 아마 꽉 짜인 시간속에서 내가 느끼는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말하는 것일게다.
교회나 성당은 의자에 앉는 반면에 법당은 방석에 앉아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직 초코파이밖에 안준다...-_-


훈련병의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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