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시인의마을

# 즐거운 편지[ | ]

내 그대를 생각함을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서울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58년 『현대문학』에 , <즐거운 편지>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68년 제13회 현대문학상 수상
1980년 한국문학상 수상
1990년 제1회 김종삼 문학상 수상
현재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
시집 : 『어떤 개인 날』(1961), 『비가(悲歌)』(1965), 『평균율 1』(공저, 1968), 『평균율 2』(공저, 1972),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1975),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열하일기』(1984), 『풍장(風葬)』(1984),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1988), 『몰운대행(行)』(1991)
시론집 : 『사랑의 뿌리』(1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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