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에서 낚은 수익모델

1 환경보호에서 낚은 수익모델[ | ]

[Economy21] 2002년 11월 08일

흔히 기업이나 전문가들조차도 환경문제를 얘기할 때면 으레 빠져드는 오해가 있다. 첫번째는 환경오염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심화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투입하는 비용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오해는 대체로 좌파이론에서 환경문제를 접근하거나 환경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의 편협성에서 나온다. 환경오염의 주범이 후진국이 아닌 선진국이고, 농업이 아니라 공업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인사들은 자본주의 타도의 논리적 근거로 산업화에 따른 자원 고갈과 자연환경 파괴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궤변은 이미 역사가 허위임을 증명했다. 선진국보다는 후진국이 환경오염의 정도가 심하고, 오히려 선진국으로 갈수록 쾌적한 도시환경, 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와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가를 한번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두번째 오해는 기업인들조차도 강력하게 믿고 있다. 요즘은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져 초등학교 1학년생들도 환경오염의 위험과 심각성을 잘 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정부가 환경보호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바로 비용 때문이다.

환경오염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

하지만 환경보호에 앞장 서면 오히려 기업의 경쟁우위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기업가들이 놓치고 있다. 재미난 사례로 커피산업을 들 수 있다. 커피산업은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네슬레 같은 다국적 기업 또는 대기업들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장악했다. 경쟁우위의 초점도 비용절감과 효율성에 맞췄다. 그러다가 커피산업에서 경쟁구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값싼 인스턴트 커피 대신에 맛과 향이 좋은 원두커피, 고급 커피를 소비자들이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고급 원두커피 시장이 25% 안팎을 차지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한 새로운 기업과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원두 전문 커피숍과 이것의 프랜차이즈화다.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중순 뉴욕에서 스타벅스는 증권가의 투자분석가들에게 2005년까지 60개 나라에서, 1만개 이상의 커피숍을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타벅스의 등장과 성공비결은 단지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는 데 그친 것이 아니다. 커피숍 안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이미지와 분위기, 느낌, 심지어 뭔가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세련된 사람이 된 듯한 심리적 만족감을 사고자 하는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 있었다.

이런 경향이 최근에는 커피산업의 친환경화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불기 시작한 인체에 해가 없고, 환경오염 유발도 적은 유기농 커피, 생태 커피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전체 커피 소비액의 10%를 유기농 혹은 친환경 커피가 차지한다. 그러나 친환경 커피는 재배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전체 커피 재배량의 1% 안팎이라고 한다. 친환경 커피의 값이 보통 원두커피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커피산업은 생산과 소비의 양적 증대에 초점을 두다 보니, 산출량을 늘리기 위해 재배농들이 각종 살충제,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해왔다. 원래 커피는 그늘진 응달에서 자생하고 해발 1500피트 이상의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이었으나, 커피 재배가 산업화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고도가 낮은 곳으로 재배지가 바뀌었다.

NGO가 친환경적 마케팅 활동 지원

그 결과 커피 산지의 토양이 오염되고, 점점 화학비료를 더 투입하게 되며, 곤충과 각종 조류 등 야생생물들이 급속히 줄어들어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고자 나선 것은 재배농이 아니라, 놀랍게도 비영리단체들(NGO)이었다. 예를 들면 우림연대(Rainforest Alliance)는 환경전문가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은 일반인, 기업가, 여론 형성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단체다. 연간예산만 해도 2002년 기준 880만달러, 직원 규모가 87명에 이른다.

이 단체는 중남미에서 재배하는 커피를 엄격한 조건하에 심사하고 영농과정을 감독해 지속 가능한 커피, 친환경 커피(Eco-OK) 농법을 따르게 만들고, 수확한 커피를 인증하여 이것을 상표나 로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증사업은 소비자들에게는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신뢰를 파는 것이다. 물론 일부 유사단체들이 유기농 커피 혹은 친환경 커피 인증을 빙자하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을 한두 번은 몰라도 지속적으로 기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비영리단체가 커피 재배농가로 하여금 엄격한 친환경 커피 재배기술을 채택하게 유도하고, 이것이 일반 커피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측면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커피 재배농가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하도록 한다는 데에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다. 환경단체가 커피 재배농에게 경쟁우위를 제공하는 셈이다.

시대적 흐름은 커피산업이 인스턴트 커피의 대중시장에서 원두커피의 고소득층 중심시장으로, 건강에 이로운 친환경 커피 시장으로 옮겨갈 것임을 예견해준다. 이때쯤 되면 친환경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이 새로운 커피산업의 고부가가치 수익모델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친환경 커피의 재배가 가능한 지역은 지구상에서 그리 많지 않으므로 공급은 제한될 것이다. 만일 소비자들의 환경인식이 높아져 친환경 커피의 수요가 폭증한다면 친환경 커피의 재배와 가공, 유통사업은 고수익사업이 될 것이다. 아울러 커피 농가의 소득 향상과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당연히 사라지던 새들과 곤충들도 다시 커피재배농장으로 돌아와 자연환경 보호에도 유익할 것이다.

우리가 얻는 교훈은 소비자들이 결국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환경보호에 투입되는 자원과 경제적 비용은 궁극적으로 생산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한다. 기업으로서는 부가가치율이나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치열한 로엔드 마켓이 아니라 하이엔드 마켓에서 상대적으로 경쟁강도를 덜 느끼며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환경보호정책이 경쟁력을 해치고 기업에게 부담을 준다고 도식적으로 주장하는 기업 경영자들은 이쯤되면 자신의 기업에도 적용해 대안을 만들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미래생존을 위해서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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