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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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저자: 전우익
  • ISBN 9788932308678
  •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
  • 네이버 오늘의 책
  •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추천 (만화가 이현세)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녀껴.

– 2002년 10월 전우익

2 # 촌평[ | ]

전우익이란 "고집쟁이농사꾼"이자 존경할만한 영감님의 존재를 내가 알게된 것은 MBC TV의 "느낌표!"란 방송을 통해서였다. 김영희PD(쌀집아저씨란 애칭으로 더욱 유명한)의 감성은 진작부터 나와는 이른바 '코드'가 잘 맞는 편이어서 왁자지껄 까불고 웃고 떠드는 와중에 뭔가 괜히 훈훈한 무언가를, 따스함을, 내지는 먼가 교훈적인 면을 어거지로라도 끼워넣으려는 유치한 신파조의 일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장난만 치다가 끝나는 프로그램보다는 고민해서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싶어서 즐겨보는 편이다.

이야기가 다소 빗나갔지만, 그런 김영희가 먼길을 달려 봉화까지 찾아가서는 볼품없는 백발머리에 골이 깊은 주름이 패인 홀쭉한 촌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붙어다니며 대본도 없이, 정해놓은 그 무엇도 없이 들판에서 숲에서 그집 앞마당까지 그 구수한 사투리로 조분조분 짚어주는 세상 사는 지혜들은 머릿속에 서리가 내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그 옛날 초야에 묻혀 사는 선인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하는 모습이 바로 그랬으리라...

100년을 사는 사람에게도 영이 있는데 수백년을 사느 ㄴ나무에게 어찌 영이 없겠느냐로 시작해서 지구 위에 사람만이 유일하게 소비만을 일삼고 자연에게 해만 끼치고 있다는 일갈까지, 대개 세파에 찌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들, 놓치고 사는 그런 관점들을 독특한 억양과 사투리로 읊어내는 선생의 첫인상은 그래서 신경림 시인에게도 무척 경이로운 것이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가 보다.

이 책의 서두에 인물 평이랄까 자신이 생각하는 전우익 선생에 대한 짧지않은 수필을 실어 놓았는데 미처 선생의 글을 다 읽어보기도 전에 너무나 감각적으로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 전우익의 매력을 갈무리 해놓고 있어서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그가 가진 전우익 선생에 대한 살가운 느낌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듯 하다.

대조적으로 선생의 글은 투박하디 투박하고 잘 쓰려고 굳이 애쓰지 않은 흔적이 역력한 반면 그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만 갖고서 읽는다면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곱창의 고소함과도 같이 진한 삶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어찌 보면 평소 필자의 생활철학이나 자기경영의 기조랄까…이 양반의 주된 논지와는 사뭇 정반대에 서 있다시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바, 선생의 책과 그의 생각을 이리도 칭찬한다는 것은 뭔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부동산개발사업이란 그야말로 그이가 하지 말라는건 다하는 셈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양반에게서 한 수 배우려 함은 내가 속한 세대가 사회를 주도하고 자본가로서의 위상을 굳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10여년 뒤면 우리 사회에서도 필연적으로 있는 자들의 없는 자에 대한 배려, 힘있는 자의 대중들에 대한 보살핌, 후손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에 대한 현재의 수많은 고민들이 하나 둘 현실 속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일단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겠다” 가 아니라 “좋은 일 하고 바르게 살면서 풍요롭게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의 쓰디 쓴 잔소리들을 읽다 보면 비단 가진 자와 권력자에 대한 일침 뿐이 아니라 피조물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가져야 할 자연에 대한 경외심, 거대한 자연 앞에 초라할 수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례와 거만으로 일관된 인간사회에 대한 수치심, 이제라도 그런 과오를 씻어내려 노력해야 할 책임, 이런 것들을 열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사로운 가치관의 차이를 논할게 아니란 얘기다.

물론 현실적인 참여의식과 날카로운 역사의식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반으로 갈라진 땅에서 온전히 솟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자체가 그렇게도 부끄러울 수가 없다는 대목은 그의 투철한 역사관과 소명의식의 하일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가 소리도 냄새도 빛도 내지 못한 채 한줌의 거름으로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참된 사회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참여의식 밑바탕에는 아마도 아Q로 대변되는 노신의 사상이 깊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Q정전도 노신도 별로 아는 바가 없는 주제라서 이 부분에 대해선 뭐라 논할 내용이 적긴 하지만 의사의 길을 버린 대신 중국 인민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노신이 선생과 시공을 넘어 공유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란 짐작은 할 수 있겠다. 한동안은 더 깊은 공부를 해볼까도 싶었지만 아까 언급했던 대로 기본적인 인생의 설계가 다른 나에겐 전우익 선생의 글 정도가 귀띔으로 딱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의 글을 읽는 시간 동안은 오랜만에 편협한 사고의 틀을 조금이나마 전환했던 시간이었고 찌들고 병든 정신에 새살을 돋게 한 시간이기도 했는데, 꽤 시간이 지난 요즘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저 일상의 반복만이 남은 것 같아 더 부끄럽고 속상하기만 하다. -- BrainSalad 2003-8-4 7:15 pm

3 # 요약 및 발췌[ | ]

1.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2.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신경림
3.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
4.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운다
5. 물이 갈라지듯 흙덩이가 곡선을 그으며
6. 엄동설한 눈 속에 삿갓 하나 받치고
7. 구경꾼과 구경거리
8. 다양한 개인이 힘을 합쳐 이룬 민주주의
9. 실패를 거울삼고
10. 뿌리 없는 것이 뿌리 박은 것을 이긴다
11. 삶이란 아픔이다
12. 맞고 보내는 게 인생
13. 스님과 노신
14. 한해를 보내면서

4 # 코멘트[ | ]

  • laghun  : 모처럼 삶에 기쁨을 주는글이랴 생각함니다 - 2003-12-16 8:09 am
  • 김기태  : 타협을 하면 몸이 편하고 고집을 부리면 정신이 편하지. 선택은 자유의지가 고집과 아집을 구별 하면서,.,, - 2003-11-21 1:15 am
  • SonDon  : 암튼, 나름대로 울분을 삼키고 독기가 서린 인생을 사셨을 법도 한데, 그러시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내실 정도로 수양이 되신 거겠죠. 암튼 이런 분들의 전재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이자 한국의 총체적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이 사실 정계로 진출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음에도 관동군 두령이 갑자기 지랄 발광을 한 덕에 똑똑한 사람들이 빵에서 죽거나 알콜 중독이 되거나 아님 촌노로 일생을 날려 버리는... - 2003-11-20 3:55 pm
  • SonDon  : 이 분 집안도 내력이 상당하지요...전우익 할아버지도 원래는 서울대 상대를 다니셨고 그 형제분들도 제대 법대를 비롯해 모두 서울대를 다녔던가 해서 주위에서는 다들 수재 집안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집안도 상당한 명문가에 재산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있는 집이어서, 서울서 학교 다니는 데 힘들다고 가회동인가에 한옥을 한 채 구매해서 학교 다니게 할 정도...그런데 일가 형제들이 몽땅 다 좌익 활동을 하시는 바람에 다들 박정희에게 된서리를 맞고 메인 스트림의 중앙에서 주변부로 강제 추방되신 거죠. 그나마 원체 집안이 빵빵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재산 몰수 당하고 취직은 물건너 가고...아무튼 세상을 달관한 단순한 시골 촌노라기 보다는 열혈청년의 기질이 강하셔서 최근까지도 동네 대학생들이 그 집으로 MT를 가곤 했답니다. 백기완 선생님도 우익이 형, 우익이 형 그러면서 놀러 가시곤 했구요... - 2003-11-20 3:51 pm
  • ㄱ그ㅔ  : - 2003-11-20 3:21 pm
  • BrainSalad  : 신갈에서 수지로 가는 23번국도 변에 한동안 걸려있던 결혼정보회사의 플랭카드에 적힌 문구는다름아닌 "혼자만 살믄 무슨 재민겨" 였다. 누구 작품인지 얼굴 좀 보고싶다. - 2003-10-16 11:29 pm

5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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