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족 이야기

1 개요[ | ]

현대가족 이야기

 

2 소개[ | ]

저자가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와 결혼하여 울산에서 노동자가족들과 부대끼며 살았던 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자동차 노동자와 그 가족이 살아가는 삶의 실제 모습을 '여성의 목소리'와 '가족'이라는 시각을 통해 드러낸다. 남성노동자, 노동조합, 지역사회, 대기업에 대한 쟁점을 페미니즘적 통찰력으로 분석하면서, 가족에 대한 중산층 중심의 논의와 가족과 노동시장 간의 분리를 전제로 한 기존의 노동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3 # 자일리톨[ | ]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올해 5월부터 "대화"라는 기획연재가 시작되었다. 그 첫번째 코너로 이 책의 저자인 조주은씨와 끝나지않은시다의노래의 저자 전순옥씨와의 대담이 "우리는 왜 그렇게 혁명을 갈구했나"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그때 너무나 재미있게 기사를 읽은 나머지 두권 모두 구매를 했었는데 아직 읽어보지도 못하고 쳐박혀(말 그대로다. 포장박스째 방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있던 걸 몇일 전에야 읽게 되었다.

70년대 여성노동운동사를 학술적 방법으로 다룬 전순옥씨의 책은 다소 읽기에 난해할 것 같아 조주은씨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우리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아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가 더해왔다. 왜냐하면 울산은 내 고향으로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20년을 살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조주은씨가 현대자동차가족의 일상을 지적할 때마다 나는 "맞아. 맞아"라는 말을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것들이라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하거나 으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분을 조주은씨는 기가 막히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집어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어낸 이 책의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저학력 저임금의 노동과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의 미혼여성들에게 결혼이란 일종의 탈출구 내지는 환상으로 작용한다는 것
  2.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편의 상대적 고임금수준과 기혼여성을 퇴출시키는 노동시장의 상황이 기혼여성들에게 전업주부의 길을 강요한다는 것
  3. 노동자계급내에서 상대적인 고임금이 자녀들에 대한 계층상승욕구를 충동한다는 것
  4. 인간의 노동력을 극도로 착취하는 노동환경(2교대 혹은 3교대 컨베이어작업)에서 남성노동자들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교묘한 좋은아내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
  5. 이러한 기제를 통해 가정중심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여성은 자본과 가부장제에 대해 이중으로 착취를 받고 있다는 것
  6. 노동자간의 집단거주방식이 올바른 형태의 여성공동체형성을 위한 기반 혹은 여성자신을 억압하는 기제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등등...

나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무슨 일을 했었고 학교 다닐 때의 추억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거의 들은 바가 없다. 아마도 외할아버지가 어머니가 어릴 때 돌아가셨기에 가정형편은 힘들었을테고 아버지와의 결혼이 단조롭고도 고난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의미하였을수도 있다. 또한 세명의 아이들에 대한 양육과 울산이라는 기혼여성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할 길이 막막한 환경 속에서 전업주부로 생활이 강요되었을테고 남성중심의 지역문화와 좋은 아내를 강조하는 기업들의 전략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아이와 가정에서 찾으려고 했을 것도 같다. 그렇게 보면 어머니가 자식들에 대해 그토록 큰 집착을 품고 계신 이유와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이웃들과 거의 경쟁을 하듯 교육에 관심을 가지셨던 이유도 쉬 납득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퍼뜩 이제는 어머니 자신의 삶을 찾도록 도와 드려야 할 때이고 좀더 어머니와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릿속에 그리고 몸 속에 녹아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급선무라는 것도 알겠고 말이다. 근데 맨날 생각은 이렇게 해도 부모님 앞에 가면 말은 왜 반대로 나오는지... 갑갑하다. 지식과 생활이 일치하도록 해야 할터인데. 쯧.

이런 이유로 책을 읽다가 먼저 눈길을 끈 건 조주은씨의 특이한 인생내력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가정에서 성장하여, 서슬퍼렀던 공안당국의 탄압과 뜨거운 운동권적 투쟁열기가 뒤덮고 있던 대학이라는 전장(?)을 현명하게(?) 잘 넘기고 사회로 진출했던 여성이 갑자기 자신의 생활을 통해 늦깎이 운동권이 되다니.. 또 노동자의 아내로 살다가 여성학을 공부하기 위해 젖먹이 아이들을 이끌고 상경을 감행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것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그만큼 진지하게 바라보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직장에서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꾸기 위해 일어서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육아와 가사의 쳇바퀴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자각하고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이 저자의 경험을 통해 삶의 문제를 제기했기에 훨씬 흥미롭고 값진 저작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서 노동 주체를 상정해야만 남성들을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적 노동이 가시화되는 계기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남녀 모두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노동의 기회를 갖게 되고 가정 내 책임을 공유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감명깊은 말이다. 하지만 혹자가 말했듯 당신의 투쟁이 나의 투쟁이 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항상 어려운 문제다. -_-a -- 자일리톨 2004-8-25 1:57 am

4 참고[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