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별곡正

Upload:31184.jpg

1 # 자일리톨[ | ]

같은 사무실 아줌마의 추천으로 인터넷을 뒤져 보게 되었다.(참고로 우리집에는 아직 TV가 없다)

배경은 정조가 개혁정책을 펴며 서인세력과 다투던 1700년대 후반 한성. 여기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명문대가집 자제임에도 서자라는 이유로 시름속에 지내던 박상규, 일찍부터 서구문명의 세례를 받은 이조참판댁 고명딸 나영, 그리고 이조참판댁 노비로 나영의 지도로 통역관이 되고 나중에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양행수(여기서 행수는 지금의 회장)이다.

이들은 정조와 시파가 한 편으로, 서인 벽파가 한 편으로 대립하던 조선후기의 정치적 암투에 휩쓸리게 되는데, 정조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며 호시탐탐 왕을 암살하려던 벽파는 나영을 한의학 및 침술에 능통한 마타도어로 키워 정조의 곁으로 들여보내는데 성공하고, 우연히 정조 대신 칼을 맞고 왕의 신임을 얻은 박상규는 그 음모를 밝혀내는 일을 맡으며 대립한다. 여기에 백성을 위한다는 신념을 갖고 거상으로 성공한 양행수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연모의 정을 품고 있던 나영을 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흘러간다.

뭐, 정조의 독살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동명 영화, 이덕일의 조선왕독살사건사도세자를 위한 변명 등에서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니 그리 참신할 것은 없었지만, 8부작 미니시리즈라는 컴팩트한 시간에 세 젊은이의 사랑, 복수, 회한을 긴장감있게 잘 버무려놓은 점은 기획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또한, 정조가 내뱉는 추상적인 단어들은 정적들에게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 그가 느꼈을 최고권력자의 비애를 잘 표현해주는 듯 싶다. 영원한제국의 정조가 강인한 체력과 철인 같은 사고력, 그리고 칼날과 같은 결단력을 겸비한 신과 같은 존재로 묘사되었다면, 안내상씨가 맡은 정조는 정적들의 견제와 방해로 그가 품은 이상의 실현이 번번이 좌절되고, 몸은 허약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그리고 마지막에는 음모에 의해 희생되는 비극적 인물로 묘사된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제발 노무현이 이걸 보지 않기를 원했는데, 그 이유는 노무현이 극 속의 정조와 자신을 동일시할까봐서다. 정조의 개혁은 개혁의 방향과 세부정책이 궤를 같이 했다.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균역법(양반도 군역을 부담하게 한 것)을 도입하려고 했던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서민을 위한다면서 한미FTA를 체결하고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극의 마지막에 정조를 죽인 대비(정순왕후)가 "백성을 위하고 천년 조선을 위해 적서와 반상과의 차별을 확고히 하는 등 신분제도를 강고하게 유지하겠다"고 한 대사는 마치 노무현이 서민을 위한다면서 실제로는 재벌을 위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하겠다.

2 # 촌평[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