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세계음식백화점

한반도는 세계음식백화점[ | ]

서울 강남의 번화가에 자리잡은 아시아 전문음식점 ‘실크스파이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의 고유음식과 몽골, 일본 음식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실크스파이스는 이름하여 ‘복합 오리엔탈 레스토랑’을 표방한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전체 메뉴의 70%를 차지하는 태국 음식이다. 채소와 게살에 자두소스를 겯들인 ‘뽀삐아 사보이’, 새우를 넣은 수프 ‘�양꿍’, 게를 튀긴 뒤 카레소스에 볶아 껍질째 먹는 ‘뿌 팥 뽕가리’ 등 듣기만 해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음식들이 태국인 주방장의 손끝을 떠나 고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2001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세계음식 또는 글로벌 음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끊임없이 늘면서, 이제 세계음식 전문점은 국내에서 확고한 산업이자 문화로 자리잡았다. 몇년 사이 인도, 태국, 베트남 등의 전문음식점이 잇따라 소개되더니, 올해 들어선 대만의 버블티와 중동의 베이글, 일본의 슈크림 등이 가세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음식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태국음식 전문점만 해도 서울에서 10곳 안짝이 성업중이다. 세계음식을 찾아다니며 즐긴다는 주부 김승연씨는 “태국이나 이탈리아 여행중에 먹어본 음식과 똑같은 맛을 국내에서도 느꼈을 때 정말 반가웠다”며 “태국음식 중 벌레나 생선 간처럼 다소 엽기적인 것도 있지만, 맛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처럼 여겨져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문음식점은 색다른 이국풍의 매력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만큼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전국에서 몇곳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로 고객의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논현동에 태국음식점 두곳을 운영하는 ‘치앙마이’의 한 관계자는 “태국을 다녀온 많은 여행객들이 주고객층이며, 한일 월드컵 직후부터 세계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몇년에 걸쳐 체인점을 30곳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크스파이스 문창현 대리는 “우리 국민은 외국의 음식문화까지도 그 나라의 국력과 동일시하며 낮춰보는 경향이 있지만, 태국음식은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과 함께 당당히 세계 4대음식으로 유명하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세계음식의 돌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화 흐름 속에서 국제교류가 비일비재해짐에 따라 세계인의 입맛도 ‘퓨전화’, ‘평준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

세계음식은 또 패스트푸드화, 테이크아웃 등의 판매전략으로 젊은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으며, 누구나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점도 인기비결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외국 음식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우리 문화 속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첫째로 무조건 대중적이어야 하고, 둘째로 메뉴가 단순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 음식은 또 국내에 소개된 뒤 상당한 잠복기간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날로 그 수가 급증하는 해외 여행객이나 해외 유학생들이 외국에서 체험한 색다른 음식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 경로다. 그후 몇년에 걸쳐 우리 입맛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커피나 던킨도너츠의 경우 10년 가까운 적응기간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각종 세계음식이 날로 인기를 더해감에 따라, 세계음식 전문점이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유망한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있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국내 음식점 수가 65만개를 넘어서면서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차별성과 고객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음식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권유했다.

일본음식

새로운 맛과 이국적 분위기를 찾는 신세대를 겨냥한 일본식 돈가스, 우동, 슈크림, 생라면 전문점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거쳐 1, 2년 전 국내에 상륙한 일본식 생라면 전문점은 전국에서 4개 체인, 35곳 정도가 영업중이다. 느끼한 일본식 맛을 우리 입맛에 맞도록 얼큰하고 담백하게 개량한 것이 인기비결로 꼽힌다.

올해 초 처음 선보인 일본식 슈크림은 차가운 슈크림 밖의 파이 맛이 색다르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유재수 원장은 “이미 주식처럼 자리잡은 햄버거나 샌드위치처럼, 햄버거의 아류인 일본식 슈크림이나 베이글도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음식

종이에 담아 간편히 먹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패스트푸드식 중국음식이 국내에도 속속 소개되며 급부상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식 중국음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중화요리와는 전혀 다른 맛으로, 완전히 미국식으로 바뀐 퓨전음식이다. 카페처럼 깔끔한 공간에서 가볍게 먹거나 시간에 �겨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대만 고유 음료인 버블티(또는 타피오카티)는 지난해 말 처음 선보인 지 1년 만에 서울에만 50여개 점포가 생길 정도로 급신장세다. 버블티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어울리면서 성황중이지만, 겨울을 타는 계절상품인 만큼 이번 겨울을 지나봐야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음식

국내에 도입된 유럽음식 중에는 피자, 스파게티, 에스프레소 커피 등 이탈리아 음식이 독보적이다. 맵고 자극적인 맛이 우리 음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프랑스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찾아보기 어렵다.

서브웨이형 샌드위치 전문점은 간편함과 함께 재료가 고급화하면서 맛이 다양해지고 있다. 바닷가재는 마리당 7만∼8만원에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나 접할 수 있었으나,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3만∼4만원대로 값이 낮아졌다.

에스프레소 커피점은 98년 국내에서 대중화에 성공하며 현재 40여개 체인점이 경쟁하고 있다. 올해 4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에스프레소 전문점 ‘후에버’ 관계자는 “전국에 2천여곳의 전문점이 난립하고 있으나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보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등 기타 지역 음식

대표적 아시아권 음식으로는 태국음식과 베트남 쌀국수가 있다.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도 인기의 배경이다. 또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중국, 몽골, 말레이시아 등 각국의 독특한 소스를 넣은 볶음국수를 판매하는 볶음국수 전문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베이글 전문점은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베이글은 도넛 모양의 구운 빵으로, 기원전 16세기부터 유대인들이 주식으로 애용했으며, 200여년 전 미국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상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다이어트 붐과 함께 베이글의 담백한 맛이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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