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

1 # 거북이[ | ]

친구녀석이 공짜표가 생겼다고 해서 푸딩이라는 그룹의 공연을 봤다. 뭐냐 이 유치찬란한 밴드명은...하고 있었는데 찾아봤더니 뭐 재즈-팝 밴드라고 하더라. 족보없는 애들 아냐이거...하면서 갔다.
대학로 질러홀인지 뭔지하는 곳은 좁아 터져서리...느낌이 쌈지 스페이스의 70%정도의 크기? 하여간 이런데 사람들 꾸역꾸역 넣어서 불한번 나면 난리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다.

대충 음악을 들어보니 얘들은 뉴에이지에 가벼운 라틴리듬을 섞은 팻 메스니스타일의 아류그룹쯤 된다. 라틴리듬 섞인게 요즘 정서에 맞아서 좀 뜬 모양이다. 관객 만땅이었고, 드라마 등에 많이 삽입이 되는 모양이다. 공명이나 푸딩같은 그룹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국에서 연주곡만으로 밴드 꾸려나가는거 아마 정말 쉽지않은 일일테니 말이다. 앨범도 하나 냈는데 리더가 미국에 공부하러 간다고 하여 밴드는 오늘 공연을 마지막으로 잠정해산을 하나보다.

연주는 괜찮았다. 가끔 삑사리도 났지만 뭐 공연은 삑사리듣는 맛으로 가는거 아닐까나. 사실 이 밴드는 자칭 'New Nature of Sounds'라고 하고있는지라 내춰럴하다는 것을 강조라도 하려는 듯 배경음으로 물흐르는 소리를 쓰고 음악도 여리다. 뭐 착한 음악이고 다 좋은데 내가 들을 음악은 아니라는 얘기 되겠다. 그루브감도 없는 요런 음악을 그다지 재즈로 부를 생각도 없고.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이들의 스테이지 매너였다. 이들은 잡담시간만 더해도 한 30분은 될 정도로 멤버 5명이 돌아가면서 멘트를 겁나게 길게 했다. 관객들과 박수따라하기 멤버들의 악기연주해보게 하기, 비누거품 만들어보기 등을 공연과 잘 뒤섞어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드러머인 막내(이 총각 상당히 잘생겨서 인기 많겠더라)가 관객에게 사랑고백을 하게 만드는 등 공연을 아기자기하게 만드느라 머리를 쥐어짠 흔적이 역력했다.
나야 이런 음악 안좋아하고 또 워낙에 삐딱한 관객이니까 이정도로 쓰지 '공연'이라는 면에서 이 공연은 더할나위없이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이말이다. 멤버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도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시각장애인 하모니카 연주자와 기타 게스트들의 다양한 참여로 어떻게든 덜 지루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이들은 연주력이나 경력이라는 면에서 대단한 뮤지션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초짜 밴드가 이정도로 관객과의 피드백을 만들어나가면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결과적으로 두시간 반정도를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었던 통에 아주 피곤했지만, 끝나고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우람군 말대로 성의가 있는 공연을 본 거니까. 하지만 마냥 행복한 얼굴로 사람들과 착한 분위기를 만든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소외가 되었다. 나에게 정말 좋은 공연은 좀 갈겨주는 연주니까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나는 무해해요'라면서 오버하는게 나에겐 유해하다. :) 어쨌든 성실한 밴드이니, 좀 더 나아가서 다음에는 팻 메스니처럼 실험도 하는 사운드를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리고 좀 더 자신들다운 사운드를 찾기위해 노력하시길~ -- 거북이 2004-4-29 2:51 am

2 # 촌평[ | ]

어찌하면 평일날 공연씩이나 볼 수가 있는걸까... -- BrainSalad 2004-4-30 8:01 am

'나는 무해해요'라면서 오버하는게 나에겐 유해하다. :) <-- 이 부분에서 진실로 그대에게 무릎을 꿇겠소. 그 이모티콘을 만들려니 머리가 터져서 그냥 이걸루. d=(-_-)=b -- 오야붕 2004-4-30 6:30 am

거럼 성의있다는건 중요하다.
성의 없는 천재의 음반이나 영화처럼 안타까운것도 없고
성의 있는 범재의 음반이나 영화처럼 안쓰러운것도 없다. -- WooRam 2004-4-30 3:4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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