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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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닉 룸(Panic Room, 2002)
  •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신뢰감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이다. 믿을만 해야 뭘 하든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신뢰감을 심는 방법은 쉬우면서도 겁나게 어려운 것이다. 바로 일관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해야한다는 것. 신뢰감이라는 것은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예측 가능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데이빗 핀처는 나에게서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는 큐브릭, 베르히만, 코엔, 펠리니 등과 함께 무엇을 내놔도 봐줄 용의가 있는 감독이 된 것이다.

핀처는 21세기 형의 폭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테크니컬한 느와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그가 보여주는 폭력은 비장미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사람 마음의 약한 부분을 골라 후벼파는 그런 류의 야비한 폭력이다. 그리고 그 폭력의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여러가지 카메라 워크와 특수효과, 물량을 동원하고 있으며 그것은 지금과 같은 과잉 자본의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폭력을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21세기에 비장미가 설 자리는 없다.

이 영화에서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대결을 다루고 있는데 자칫하면 이 소재는 폐소 공포에 대한 묘사로 그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고 묘한 세팅으로 힘의 역전관계를 잘 그러내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그 세팅이란 패닉 룸은 아주 들어가기 힘들다. 그렇다고 전혀 구멍이 없는 난공불락은 아니다. 총을 가진 자가 우월하다. 따위의 어떻게보면 그리 다양할 것도 없는 전제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자유롭게 배치하는 감독의 솜씨는 마치 장기나 바둑에서 명 승부를 보여주는 기사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리얼리티 자체는 조금 떨어진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같이 본 친구가 그러더라. 쟤들은 왜 저리 머리가 좋으냐.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 박자를 잘 맞추어 대응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말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인데 왜 저렇게 일을 복잡하게 처리하느냐 등등.
하지만 그정도 외에는 매우 리얼리티가 잘 살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템포가 있는 폭력과 스릴을 그려내기 때문에 그 템포를 같이 따라가다 보면 그정도 오점은 사뿐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핀처의 그것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이유중 하나는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핀처가 묘사하는 폭력 안에서 살고있다. 그 폭력 자체가 현실이거나 그가 묘사하는 심리가 현실이기 때문에 그것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다음에 마음을 가라앉힐 일이 있으면 나도 비틀즈의 디스코그래피나 순서대로 외워볼까? :)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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