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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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i Blues] 블라디미르 체카신

모스크바 대학에서 구조주의 언어학을 전공하고 모스크바 영화학교(VGIK)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한 파벨 룽귄은 자신의 첫 번째 영화 <택시 블루스>로 1990년 깐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구 소비에트 체제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의 새로운 체제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로 알려진 <택시 블루스>는 구체제를 대표하는 완고한 노동계급의 택시 기사 이반과 알콜중독자이며 무책임한 유태계 재즈 뮤지션 알렉시의 관계를 통해 체제의 변화에 수반되는 개인들의 삶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택시 블루스>는 파벨 룽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발견하게 한 작품이 되었고 동시에 리투아니아 재즈에 대한 관심을 더욱 촉발시킨 계기가 된 작품이 되었다. 또한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리투아니아의 색소폰 주자이자 작곡자인 블라디미르 체카신은 가장 널리 알려진 러시아의 재즈 아티스트가 되었다. <택시 블루스> 개봉 이전에 이미 러시아의 프리재즈 뮤지션들은 서구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 대표적 인물로는 88 올림픽 당시에 백남준의 위성쇼에도 참가한 세르게이 쿠료닌,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재즈의 간판스타인 발렌티나 포노마레바 등이 있다. 소비에트 체제에서 검열의 문제는 재즈에도 적용되었는데, 미국 문화의 소산이라고 하여 배척당했다고도 하며, 동시에 즉흥음악으로서의 재즈는 연주되는 순간, 새롭게 작곡되는 것이기 때문에 검열로부터 자유로웠다고도 한다. 80년대 이전까지는 거의 서구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던 러시아의 재즈는 내부적 전통과 유럽 음악의 영향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상태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많은 재즈팬들의 표적이 되었다.

1961년에 리투아니아의 국립음악학교에 재즈 이론과 역사에 대한 강좌가 개설되면서 리투아니아에 새로운 음악의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프리 재즈는 결코 모스크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리투아니아로부터 시작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블라디미르 체카신은 70년대 초반 빌니우스에서 피아니스트 비아체슬라브 가넬린이 이끄는 가넬린 트리오의 멤버가 된다. 모두 리투아니아 출신의 멤버로 이루어진 가넬린 트리오는 후에 멤버들-색소폰 주자 체카신과 퍼커셔니스트 블라디미르 타라소프, 피아니스트 가넬린의 이름을 따라서 GTC 트리오라고 불렸다. 구 체제의 변방에 있어서 체제로부터 더욱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리투아니아의 재즈 씬은 가넬린 트리오를 중심으로 번성하게 되는데, 이후에 이반 파커, 안소니 블랙스톤 등의 음반을 발매하면서 유럽 아방가르드 재즈 전문 레이블로 성장하게 된 레오 레이블이 88년에 창립하여 발매한 첫 번째 음반이 바로 가넬린 트리오의 78년 라이브 [Poco-a-Poco]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가넬린 트리오의 음반들 중 상당수가 서구 사회에 공개되었고, [택시 블루스]로 깐느 영화제에서 작곡상을 받은 블라디미르 체카신의 음악세계 역시 널리 알려졌다. 그는 리투아니아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으며 그에 의해 프리 재즈의 다음 세대들이 배출되었다. 그는 감정을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으로 보는 ‘발생적 구조’라는 작곡 이론으로 유명하고, 두 대의 색소폰을 동시에 연주하며, 또한 그의 마임과도 유사한 무대 동작들로 그는 재즈계의 자끄 따띠라고 불리기도 한다. 넘치는 유머와 에너지, 음악적 구조물들의 형식과 내용의 균형에서조차 자유로운 그의 음악은 그를 소비에트 체제에서 가장 전복적인 작곡가 중 한사람으로 불리게 했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여러 차례 미술과 연극 등을 음악과 결합시키는 작업을 해왔던 그의 [택시 블루스]는 리투아니아 재즈를 넘어선 현대 프리재즈의 한 양상으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이다. [Feast In Moscow]와 [Car Chase]는 일군의 브라스 밴드와 맞먹는 그루브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들려주는 트랙들이며, 블라디미르 체카신이 가진 음악적 특질들이 발화하는 다양한 지점들과 만날 수 있는 트랙들이다.

  • 월간 KINO 2001년 8월호. 지금 다시 읽어보니, 리투아니아 재즈 씬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에 그친 것 같아 아쉽다. 제한된 페이지로 인해, 1차 자료의 나열에 그친 셈이 되었지만, 개별 트랙의 악기 구성이나, 곡 구조나 청취 후의 감상문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스스로 위안삼아본다. 제기럴, 변명이라니.

-- Sonimage 2004-4-11 10: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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