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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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있었지만, 거기엔 한가지 수식어가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건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자의 칭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뭐 불특정 다수의 칭찬도 좋지만, 그것은 왠지 아부성 칭찬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다가 가치를 모르는 자의 칭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잘 웃고다니긴 하지만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렇게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고 느끼는 나에게 언제가 행복할 때인가라고 묻는다면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열심히 생각해보니 내가 기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나로인해 정말 기뻐할 때, 내가 하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냈을 때, 그리고 내가 인정하는 사람들이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었을 때 나는 행복했다. 그 말은 저것들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나는 기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결과적으로 나는 행복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 같다.

평소에 가끔 자문을 구하는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이신데 가끔 신랄한 비평도 하시는 것을 보면 무작정 칭찬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 선생님과 얘기를 하다보면 가끔 빈말로 절대 느껴지지 않는 칭찬을 해주실 때가 있다. 그 때의 달콤함이란 참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그만큼 존경하는 선생님이 해준 칭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칭찬의 근거들까지 잊지 않으셔서 칭찬이 매우 실감나게 전달된다. 칭찬 중요하다.

좀 더 쉬운 예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해주는 칭찬을 들 수 있겠다. 열심히 데이트를 준비했는데 연인이 즐겁게 놀고 만족해했을 때, 요리를 쓱싹 만들어주었더니 맛나게 쓱싹 먹어버렸을 때 준비하고 만든 사람이 느끼는 만족감이란 상당히 높다. 남자들이 구애과정에서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것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것 같다. 소위 작업이란 것을 하면서 남자들은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한다. 여자들의 비위를 맞추고 한번이라도 더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한 것이다. 그 성공에 따라 남자는 여자에게 조금씩 다가갈 수 있으며 그러다가 손도 잡고 뽀뽀도 하게 된다. 이 조금씩 다가간다는 것이 바로 떡고물이고, 칭찬이고, 허락이고, 포인트 적립이고 뭐 그런 것이다. 보람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지음이라는 고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닐거다. 자기를 알아주는 자가 없으면 할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일본어사전을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엉성한 부분들이 있었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넘어간 것이었다. 아직 그것을 지적한 사람이 없었지만 누군가 일본어를 좀 아는 사람이, 야 이거 그거 아닌데~ 라고 지적해준다면, 나는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아 세상에는 무서운 사람이 많구나 하며 더 열심히 만들어나가겠지. 이번에 백과사전을 만들었는데 사실 내가 생각해도 이번 백과사전의 결과는 꽤 괜찮다. 그런데 그 백과사전 중에서 잘 만든 부분들을 사람들이 잘 눈치채지 못한다. 이럴때 상당히 슬프다.

나이를 똥구녕으로 먹는 것은 아닌게 내가 나이먹으면서 나아진 것중 하나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누가 이쁘네, 누가 잘했네 이런 말을 못하는 편이었다. 진짜 이쁘거나 진짜 잘했을 때만 자연스럽게 입에서 터져나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 칭찬이야말로 돈도 안들고 서로를 므흣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장치로구나 하고 생각한 뒤로는 누가 조금만 이뻐도 이쁘다고 해주고 누가 조금만 잘해도 상당히 잘했다고 해준다. 그리고 칭찬을 해주다보니 진짜 더 이쁜거 같고 더 잘한거 같고 뭐 그렇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되는대로 근거없이 칭찬해주긴 어렵고, 사실 또 그러면 입발린 인간으로 찍히므로 해서도 안된다.

내 평소의 지론은 그거다. 어차피 행복이 뭐냐 이거 알기 어렵다면, 행복을 미분하여 조금씩 만들고 그 조금씩 만든 행복을 최대한 크고 길게 적분하는 것이 최적화된 행복이다라는 것. 그럼 나는 달콤한 칭찬과, 내 노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만 하면 되는걸까. 실은 그걸로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지금 뚫려있는 가슴은 별로 채워지지 않는것 같기도 하다. 역시 바쁘게 지내면서 외면하는 수 밖에. -_- -- 거북이 2007-9-8 12:0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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