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차별화마케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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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업계 차별화 마케팅 본격화, 프라이빗 하우징 도입[ | ]

  • 출처: 동아일보 2002.10.16

올해 초 대우건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상복합아파트를 ‘VIP고객’에게만 팔았다. VIP고객은 대우건설이 짓는 집을 한번이라도 산 적이 있는 계약자를 말한다. 전망이 엇갈렸다. 주택은 ‘교환 주기(週期)’가 길다. 한 번 집을 산 사람이 단기간에 또 집을 매입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혜를 준다는 눈총도 감수해야 했다. 반면 VIP고객에게는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아파트 이름도 ‘아이빌 멤버스’로 정했다. 분양 결과는 성공이었다. 모델하우스를 열기도 전에 225가구가 모두 팔렸다.

주택업계에도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이 도입되고 있다. PB는 은행과 증권사가 고액 예금자 등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일부 은행에서는 고객 1%가 총 개인고객 수익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주택업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VIP고객에 대한 차별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 이른바 프라이빗 하우징(PH·Private Housing)이다.

격(格)이 다른 고객, 차별화한 서비스〓은행은 평균 잔액과 거래 빈도에 따라 고객을 구분한다. 주택업계에서는 계약 건수가 분류 기준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은 전체 고객 2만여명을 3개 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은 97년 이후 분양한 7개 사업장 중 3건 이상을 계약한 고객군(群)이다. 전체 고객의 절반을 차지한다. 1등급 고객에게는 공개 판촉 3개월 전에 분양 정보를 보낸다. 자금 마련과 현장 점검에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아파트를 계약하면 분양권을 언제 팔아야 하는지도 상담해준다. 세무나 법무 서비스는 기본.

대우건설은 고객 리스트에 있는 5만여명 가운데 7300여명을 따로 ‘관리’한다. 역시 계약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VIP고객용 아파트를 따로 공급할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6만명이 담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이중 10만여명이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거나 당첨 경험이 있는 고객이다. 그 중에서도 VIP급 고객은 1대 1 관리를 한다. 고급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자를 선별해 입지부터 예상 프리미엄까지 설명해준다. 이는 특정 아파트 단지에 특정 계층을 입주시키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한번 산 사람이 또 산다〓PH를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 고객이 최고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 특히 투자용 주택 계약자들은 단기간에 재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대우건설 조사에 따르면 임대용 주택을 사겠다는 사람 가운데 52.6%는 3가구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존 계약자의 59%는 임대용 주택을 한 채 더 사겠다고 응답했다. 주택시장의 변화도 PH 도입을 재촉하는 요인. 지금까지는 분양계획이 서면 신문에 전단지를 넣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모델하우스를 여는 ‘매스 마케팅’이 전부였다. 이는 대규모 분양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가용(可用)택지가 고갈되면서 분양 가구수가 줄어드는 게 최근 추세. 최근 서울에서 새로 나오는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대부분 200∼300가구 규모다. 특정 집단을 겨냥한 효율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원룸 주상복합 등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는 것도 프라이빗 하우징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PH의 한계와 업계 대응방향〓금융권의 PB가 초보 수준인 것처럼 주택업계의 PH도 아직 걸음마 단계. 무엇보다 고객들의 소득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대우건설 김승배 주택영업팀장은 “계약건수에 의존해 고객을 분류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금융기관의 협조 없이는 자금력 등을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고 나면 바뀌는 분양 제도도 PH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LG건설은 최근 서울 용산에 분양하는 주상복합에 청약하는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해줄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선착순 분양이 금지되자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주택업체들은 임대관리 등 사후 서비스를 수익과 연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임대사업용 주택을 대신 관리해 주는 대신 임대수익을 나눠 갖는 것. 신영 최상규 영업팀장은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시공사가 보장하는 방식으로 고객과의 끈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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