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회 아일랜드 감상회

1 제120회 아일랜드 감상회[ | ]

2003.07.13 홍대 근처 RANDOM

자유 선곡 : 오찬익

1.1 # Dangerous Curves - King Crimson [The Power To Believe, 2003][ | ]

언제 들어도 아아~ 가슴 떨리는 이름 'King Crimson'! 그들이 새로운 앨범을 냈다는 소식만으로도 감상회에 소개될 첫 곡으로 선택될 충분한 이유가 있지요! ^^ 지난 작품 'ConstruKction of Light', Crimson의 색채가 녹아있음에도 꽤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찌 들으면 매우 실험적인 것 같지만 난해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장황한 쪽에 가까웠지요. 제목이 말해주듯 음의 시각적 형상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억지로 들긴 하던데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군요. 그랬던지 Fripp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The Power To Believe를 얼마 전에 발표했습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굉음을 나열하던 연주 패턴을 과감히 버렸군요. 대신, 간결한 연주, 그리고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모양입니다. 본 작품만 본다면 Fripp이 '묘사'를 버리고 다시 '서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글쎄요... 시행착오일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1.2 # A French Galleassee - Rachel's [Selenography, 1999][ | ]

최근, 그들의 두 번째 작품집인 'Music For Egon Schiele' 라이센스화 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지요. 포스트 록 밴드로 알려진 그들의 연주는 'Selenography'에 더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아한 실내악으로 꾸며진 전자에 비해서 실험적인 면이 살짝 덧 입혀져 스산한 분위기로군요. 습기를 짜낸 찬바람 살랑살랑, 모래사막의 저녁 무렵.

1.3 # La Nuit Des Tritons - Louise Avenue [Let's Take One More, 1993][ | ]

Rachel's의 곡과 비교될 만한 곡을 하나 골랐습니다. 유명한 Univers Zero의 멤버 몇 명이 참여했다는 이 밴드는 Univers Zero와는 상당히 다른 차분한 Chamber Music을 연주하네요. 'Progressive rock' 역사성과 사회성을 잃은 화석어가 되어버렸듯, 'Chamber rock' 또한 의식의 밝은 면을 교란(?)했던 끈적이는 긴장감을 버리고 음악가의 즐거운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대신 은밀한 속삭임을 얻었다면 변명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떻든...

1.4 # Go To Sleep - Radiohead [Hail To The Thief, 2003][ | ]

대중의 새로운 음악 영웅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인 Radiohead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발표했네요. 소박한 출발 'Pablo Honey', 수직 상승이란 말이 아깝지 않던 'The Bends', 거의 정점에 다다른 것 같았던 'OK Computer', 그리고 급히 방향 바꿔서 'Kid A'와 'Amnesiac' 까지 그들의 발전과 변화의 과정은 많은 사람들, 저를 포함해서, 에게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지요. 그래서, 이 작품이 발표되기까지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었구요. 아마도 많은 팬들은 OK Computer로 돌아가길 바랬겠습니다만 이미 Kid A와 Amnesiac을 발표한 마당에 다시 돌아간다는 건 약간 거창하게 말해서 그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거스르는 행동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고민 끝에 'Hail To The Thief'를 내놓은 모양입니다. 본 작을 들은 저의 첫 느낌은 '이건 아니다!' 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군요. '손에 든 삽 불끈 쥐고 파던 거나 마저 파게...'

1.5 # Rock Lobster - B-52's [B-52's, 1979][ | ]

보통 음악 사조가 바뀔 무렵이면 훌륭한 작품들이 양산되곤 하지요. 정*군이 한 때 맹목적인 관심을 쏟았던 1969년의 작품들이 *철군의 예상처럼 대부분 훌륭했던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펑크와 뉴웨이브가 맞닿던 시절인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졌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또 다른 시각에선 이 시기에 록 음악의 급작스런 쇠퇴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도록 하죠. B-52's 그런 시기에 음악활동을 시작했던 밴드입니다. 다소 과묵했던 다른 펑크 밴드들과는 다르게 적당히 성비가 맞았던 때문인지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특이했었는데 펑크와 뉴웨이브를 버린 후에도 이런 파티 분위기는 여전했더랬지요. Love Shack Baby~

1.6 # Pablo Picasso - Modern Lovers [The Modern Lovers, 1976][ | ]

펑크 이야기가 나왔으니 거슬러 올라가 펑크의 역사를 살펴봐요. 바로 Modern Lovers! 펑크 이야기를 Sex Pistols부터 시작하면 약간 골치 아파집니다. 그들의 역사적, 정치적, 상업적 전략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Modern Lovers에서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간단해 집니다. 그들은 록을 도마에 올려놓고 세심하게 껍질을 깝니다. '음, 이 부분은 영양가가 없는 부분이니까 잘라야지. 어, 이 부분은 맛은 있지만 소화하긴 힘들자나. 에잇~ 잘라버리지 뭐...' 이렇게 섬세한 다듬질 끝에 그들이 원했던 간결한 록앤롤이 탄생하게 되었다죠.^^

1.7 # We're So Cool - Au Pairs [Playing With A Different Sex, 1981][ | ]

불이 붙은 참에 펑크 밴드 하나 더 소개할까요? 펑크의 역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하면 섭섭해 할 밴드들이 Mekons랑 Gang of Four지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들과 정치적, 음악적 교류를 통해 동지애를 다졌던 밴드가 Au Pairs랍니다. 밴드의 리더인 Lesley Woods는 레즈비언이자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보다도 더 억압적인 분위기였던 당시, 더군다나 영국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녀가 정치적인 태도를 곧게 세웠던 건 너무나도 당연했겠지요. 그리고 그 비판의 창 끝은 당시 대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국을 휩쓸었던 보수주의를 겨냥했을테구요. 그렇지만 그녀의 강경한 정치적 태도가 밴드의 음악적 유연성을 떨어뜨려서 밴드가 일찍 해산했다는 썰이 있더군요. 물론, 썰은 썰일 뿐이지요. 여성이 리더였던 밴드이기 때문인지 색다른 느낌을 주는 펑크란 생각이 드네요. '너네 너무 멋진 거 아냐?' ^^

1.8 # Alone - Colin Newman [A-Z, 1980][ |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펑크 밴드인 Wire! 얍삽한 절충주의가 아닌 진지한 고민 끝에 만들어진 그들의 초기 작품들은 형식은 펑크였지만 내용은 성찰의 결과인 새로운 진보를 확실히 담아내었지요. 훌륭한 음악은 훌륭한 밴드가 연주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훌륭한 리더의 작품이라는 편이 옳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 wire의 리더였던 Colin Newman의 개인적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Wire의 음악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Colin Newman의 뉴웨이브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첫 번째 작품집에 수록된 이 곡도 사실 제가 오래전에 함 소개했던 적이 있는, wire의 세 번째 작품에 수록된, 'A Touching Display'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니까요. Colin Newman의 개인적인 작품들은 역사성, 사회성으로 중무장한 평론가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을 듣고 있지는 못하지만, 심각한 음악을 사랑하는 아일랜더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1.9 # Amelia - Cocteau Twins [Treasure, 1984][ | ]

영국의 정통(?) 뉴웨이브 솔직히 엄청 느끼하죠.;; 아마도 치즈를 밥처럼 먹지 못한다면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ABC와 Scritti Politti를 뉴웨이브의 프로토 타입으로 정한다면 아마도 많은 밴드들이 개성 운운하기가 구차하겠지요. 여기, 개성 만점의 뉴웨이브 밴드가 있습니다. 기분 좋게 붕붕~ 떠다니는 느낌, 햇살 따뜻한 오후에 졸고 있다가 살며시 눈을 떠보니 밝은 광채의 아우라를 지닌 여인의 모습을 잠깐 본 것 같더라는 등의 온갖 유치찬란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면...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1.10 # Cut-Throat - Ultra Vivid Scene [Rev, 1992][ | ]

4AD 레이블은 80년대의 뉴웨이브와 90년대의 모던록(?)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냅니다. Cocteau Twins, Pixies, Red House Painters, New Order등 각각 뚜렷이 다른 개성을 지닌 밴드들은 시대를 건너뛰어 계속 훌륭한 앨범들을 제작하는 한편, 수 많은 후배 밴드들에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었어요. 비록 짧은 동안만 활동했지만 굵은 발자국을 남겼던 Ultra Vivid Scene도 빼놓을 수 없는 밴드지요. 4AD 밴드들이 죄다 언더그라운드를 지향했던 것처럼, UVV도 그랬지만 특히, 더욱 실험적인 편이어서 관심을 끌더군요. 소개할 곡이 담긴 그들의 세 번째 작품이 가장 훌륭했지만 마지막이란 사실이 저를 무척 안타깝게 하네요.

1.11 # Season Of The Shark - Yo La Tengo [Summer Sun, 2003][ | ]

반가운 욜라탱고의 새 앨범이 얼마 전에 발표되었죠. 비슷한 시기에 새 작품을 발표한 Radiohead와는 전혀 다른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는 이들이 앨범을 발표한 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이들을 감격시킬 게 분명하지만 새로운 작품은 오로지 욜라 팬들을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몇몇 EP들에서 넌지시 운을 띄웠었던 실험적인 측면을 드디어 정규작인 본 작에서 표면에 서서히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발표 후, 본 작에 대한 국내외의 평론은 거의 최악의 수준이더군요. 아직 전체 앨범을 들어보지 못해서, 이른바 벼락선곡의 폐해!, 뭐라 느낌을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곡을 듣고 있는 순간만큼은 남이 뭐라던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랍니다.

1.12 # Someday Someway - Marshall Crenshaw [Marshall Crenshaw, 1982][ | ]

간단한 멜로디지만 들으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고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되는, 그래서 80년대 최고의 록앤롤 쏭!

1.13 # Blister In The Sun - Violent Femmes [Violent Femmes, 1983][ | ]

이왕 시작한 신나는 노래 퍼레이드입니다. 펑크틱 뉴웨이브 포크라는 정말 말도 안되는 단어의 조합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80년대의 최대 문제작중 하나였다지요. 마치 어른이 되기 싫어 징징대는 듯한 Jonathan Richman의 목소리는 90년대의 천진난만한 펑크 보컬리스트들의 멋진 모델이 되어주기도...

1.14 # Bloodletting (The Vampire Song) - Concrete Blonde [Bloodletting, 1990][ | ]

다시 분위기를 바꿔 볼래요~ 문학소녀였던 Johnette Napolitano가 만든 Concrete Blonde는 밴드의 이름처럼 폼나는 음악을 추구했던 밴드지요. 소개할 곡에서 살짝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아주 약간 Goth 록을 추구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태어나서 자란 곳이 LA인 지라 다른 Goth 밴드들과는 달리 노래들이 매우 산뜻하게 느껴지네요. 어쩌면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가 개성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네요. 이 곡에서만큼은 모든 판단이 멈춰버린답니다. 영원한 섹스 심벌 '뱀파이어'! 효과음 만점!!

1.15 # Be Brave - Comsat Angels [Sleep No More, 1981][ | ]

오늘은 본의 아니게 펑크 와 뉴웨이브 특집처럼 되어버렸네요. 원래 컨셉은 여름맞이 신나는 하드록 폭격으로 꾸며볼까 했었거든요. 그런데, 모아둔 mp3을 정리하며 선곡을 준비하다보니 어찌어찌하여 여기까지 오게되었군요. 오늘의 마지막 펑크이자 뉴웨이브는 Comsat Angels입니다! 뉴웨이브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가장 펑크에 가까운 모습인 그들의 연주는 80년대 초에 발표되었던 두 장의 작품들, 'Waiting For a Miracle'과 'Sleep No More'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Synth로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강렬한 드럼과 기타연주로 리듬감을 강조하는 건 Bauhous류의 Goth적인 수법이긴 하지만 감상자의 뇌피를 꿰뚫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다분히 팝적인 느낌입니다. 어떻든, 'Sleep No More'에 수록된 'Dark Parade'와 이 곡은 매우 Goth에 가깝게 느껴지는군요. 하드록 특집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이 한 곡으로 달랠까 합니다.

1.16 # Silent Lucidity - Queensryche [Empire, 1990][ | ]

감상회에는 이런 곡이 한 곡쯤은 있어야 분위기가 Up! 실로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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