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낮은중국

ISBN:8958640170

  • 저자 : 라오웨이(老威, 1958-)
  • 역자 : 이향중

1 # 거북이[ | ]

이 책에 실린 첫번째 인터뷰인 인신매매범 첸구바이오 편이 사전에 퍼슨웹에 공개되어 읽었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가사가 절로 떠오르는 포복절도 엽기 인터뷰였다. 그리고 이 책이 이제 출간되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다 읽은 느낌부터 말하면 이 책은 정말 요지경이라는 거다. 중국 현대사의 다양한 단면들이 인터뷰라는 거친 방식으로 노출되어있고 나는 그 한편 한편들을 읽으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정치투쟁사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중국 현대사의 구멍들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었다. 이 나라도 어지간히 기구한 역사를 버텨왔지만 중국은 인해전술의 나라답게 우리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태연하게 벌어졌던 나라였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엽기적인 상황을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활이 정감어린 대화속에 담겨있다. 그 정감어린(?) 대화는 미려한 한국어로 잘 번역되어있는데, 이 대화를 읽다보면 저들의 비속어를 우리의 비속어로 담아내기 위해 역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것은 다루고 있는 인물 군상의 다양한 면면과 자가 라오웨이의 해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인 출신으로 현대사를 몸으로 살아낸 인민들을 인터뷰하여 기록하겠다는 그 역사인식 자체도 대단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변사람들과 자신까지도 대상화하여 인물사속에 녹여낸다. 그래서 자기 형과 자기 선배, 고향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것은 스스로를 인터뷰한 것과 같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장면들은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다.

여기 실린 인민들은 하나하나 다들 자존심이 살아있어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잊혀져가는 민족예술인인 런환친이나 그래도 문화혁명에는 순수함이 있었다고 강변하는 늙은 홍위병 류웨이둥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직업을 반추해서 그 안에서 중국 현대사를 끄집어내는 공중변소 관리인 저우밍구이와 시체미용사 장다오링에게서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본문에 담긴 내용과 비슷한 장면들을 담은 '현재 중국'의 사진들에서도 그런 면은 여전히 느껴진다. 책의 내용과 정말 비슷한 장면의 사진들이 실려있어서 상당히 신경써서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보니 중국 공산당이 50여년간 집권했다가 결국 지금처럼 급속히 자본화되었을 때 그들의 지난 50년간은 무엇이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계속의 해방구? 노동자 유토피아? 아직 그들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는 자본가들 위에 섰던 노동자들의 승리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먹고살기 급급하고 자본의 단맛을 보기에 바쁜 인신매매범 첸구바이오와 신신인류 미스 웨이의 기억에도 남아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대사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공산당은 망해도 중국은 망하지 않는다."

퍼슨웹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다른 이들과 생각을 섞겠다는 매우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직접 수행한 인터뷰를 담은 '눈맞춤을 쓰다', 책에 대한 대담을 담은 '대담한 책읽기' 그리고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펴낸 이 중국저층방담록 '저 낮은 중국'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생각을 섞는다는 기본 태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이후의 작업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 거북이 2004-9-10 1:15 am

2 # 촌평[ | ]

서평을 보니 읽어보고 싶군요. 제목을 잘 붙였다는 생각도 들구요. 퇴근길에 광화문역에서 이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지난 주에 2명 보았습니다. 많이 팔려야 할텐데...^^ -- 자일리톨 2004-9-10 10:1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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