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간만에 차력사수준의 인내력과 강인한 용기로 개인적으로 가장 터부시하는 남성동성애물을 한 번 보았다. 그 작품은 17권완결의 이 작품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일본의 레이디스 코믹에 가장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들이 몇있다. 그녀들은 희한하게도 쇼와24년에 해당하는 1949년생들인지라 소위 '꽃의 24년조'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 소위 순정의 거장들이다. 특히 이 사람 하기오 모토는 1972년작 <포의 일족>과 1974년작 <토마의 심장>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며 1980년대에는 SF물 <은의 삼각>그리고 90년대에는 이 작품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로 후배작가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끼쳤었다.

이 작품의 미덕은 비극적 심리에 관한 가혹하리만큼 정교한 묘사가 아닐까한다. 사실 남성동성애물중에 하드코어한 것(이런 것들에게 작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들에서는 정교한 베드씬덕분에 보는 이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의 경우 그 가혹한 변태적인 관능에 파괴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들을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그의 머리속에 떠도는 시적인 탄식과 표현주의적인 도형들로 묘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힘을 잃지 않음이 내가 남성동성애물임에도 불구하고 찬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하기오 모토는 한 무리의 인간들이 겪게되는 자기 파멸의 과정을 집요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을 다루는 묘사는 잔혹하면서도 탐미적이다. 문학적 서정과 철학적 고뇌가 절묘하게 그리고 강렬한 긴장감으로 다가오는 작품. 기막힌 상징들과 장치가 주는 환혹적인 은유가 녹아있다. 뛰어난 은유성과 미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한 번 접해보시길

-Invictus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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