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침탈을 당하다

(자본의침탈을당하다에서 넘어옴)

확실히 어딘가 안에 속하면 그 안에서 벗어나기는 너무도 어렵다.
오늘은 세차례에 걸쳐 자본의 침탈을 당했다.

그 첫번째, 다단계.
나는 몇년전 모 피라미드[다단계업자들 앞에서 다단계와 피라미드를 혼동해서는 큰 실례다]회사에 2박 3일간 끌려갔다온 기구한 경험이 있어서 메카니즘에 대해 조금 주워들은지라 간단하게 다단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겠다.
시장경제가 돌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홍보라는 과정이 필요했고 결국 우리가 사는 상품 가격의 상당부분[적어도 20%이상]은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들어간다. 다단계는 그 비용을 개인에게 돌리겠다는 형태의 유통이다.
그 과정에서 유통망을 확장하기 위해 다단계회사는 사람들에게 당근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먼저들어와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그만큼 더 이윤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a가 b, c, d를 유통망 안에 끌어들였다고 해보자. 그럼 b, c, d는 이 유통망을 이용해 물건을 사서 15%의 이득을 취하고 a는 b, c, d가 구입한 가격의 5%를 가져간다. 그 위에는 a를 끌어들인 사람 A가 있다. 그는 b, c, d로부터 2%를 취하고 a로부터는 5%를 가져간다. 이런 트리구조 형태[이 구조때문에 피라미드라는 별칭이 붙은 것이다.]로 아랫사람이 많을수록 수익을 많이 가져가게 된다.
이 그림대로라면 먼저 이쪽 업계에 투신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랫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삥을 뜯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는 없다. 이 구조는 참여자들에게 극한의 능력을 발휘하여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할 것이니까. 그리고 이윤분배역시 홍보비용에서 쪼개서 나누는 것이기때문에 역시 별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버젓이 업체로 인정받는 것이다. 사실 이 유통망을 통해 구하는 물건에는 전혀 하자도 없다.
내 짜증을 돋구는 것은 다단계가 바로 현재 자본주의 사회와 구조가 매우 비슷할 뿐만 아니라 더욱 고착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흠 사실 자본주의라는 말은 객관적인 말이고 나는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까지 부정할 자신이 없기때문에 그냥 사회라는 어정쩡한 말을 쓰겠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어떤 위치에 올라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그 자리까지 갔느냐는 사실 부차적이다. 당연히 능력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지. 하지만 능력은 거기서 부차적인 것이란 말이다. 당신이 지금 딱 과장직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해보자. 아마 당신은 신입사원때부터 과장이 하는 일정도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것이다. 당신에게 기회가 없어서 못하는 거지. 약간의 시행착오가 더 필요할 뿐이지.
나는 인간이 노력으로 뭔가 획득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사실 자질이라는 것을 더 믿는 편이다. 대개의 경우 나이가 어리던 적던 언젠가 할만한 일이라면 지금도 대충은 할만하다. 물론 경험이 많으면 더 잘하긴 한다.
예를들어 현재 문화부 장관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나에게 문화부 장관 하라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웃기지 말라구? 정말이다. 왜냐면 아마도 나만한 문화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역대 문화부 장관자리에 앉았을 가능성은 내가보기엔 1% 안쪽인걸. 왕자라고 욕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문화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아마도 문화정책을 세우거나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자리가 아닐게다. 아마 여러 기관의 밥그릇을 조율하거나 종종 정권의 마이크 노릇을 하는것 아닐까? 그래서 내가 실제로 문화부 장관이 된다면 여기저기서 치이다가 결국 낙마를 할것같다.
말이 길어지는데...어쨌거나 사회에서는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능력보다는 위치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후배놈 하나가 최근 모 다단계 판매업에 투신했다. 앞서 말했듯 다단계라는 것은 그 자체로 봐서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자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데 또다른 형태의 자본주의 속에 내 몸을 들이미는 것은 더욱 더 짜증나는 일이어서 나는 가입 권유를 마다했다.
그 후배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놈이라 주는 팜플릿을 받아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 두번째, 신용카드.
요즘 사방에서 신용카드를 만들라고 난리다.
이 신용카드라는 놈은 너무 웃기는 것이...이렇게 안전성이 허술한 결재수단이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는 거다. 하루종일 적당히 어슬렁거리면 당신도 어딘가에서 떨어진 신용카드 영수증을 구할 수 있다. 거기엔 카드번호와 유효기한이 적혀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 뭐 적당한 여관으로 배달을 시키고 다음날 받아 도망간다. 이걸 잡을 수가 있나? 나는 왠만해선 못잡을거 같은데.
그리고 신용카드 가입하라고 난리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많은것은 그들에게 그만한 이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가입과 동시에 만원씩 주더라. 이것 신용카드 한장 가입시키면 생기는 이득이 최소한 2-3만원은 할거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너도먹고 나도먹자라는 의미로 만원씩 주는거 아닐까?
그런데 신용카드 회사는 어디에서 돈을 벌까? 인터넷 회사처럼 회원만 많으면 장땡인가? 요즘엔 인터넷 회사에 회원많아봐야 코웃음이나 받는것이 고작인데.
신용카드 회사는 현대의 고리대금업자같다. 모르긴해도 이들이 얻는 수익중 가장 큰 녀석은 신용거래 수수료보다는 현금대출후 이자를 받는 것일게다.
소비심리를 파는 상인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반적으로 신용거래를 할 때 사람들은 소비를 더 하니까. 자본은 돌수록 뭔가가 더 생기니까 신용카드 회사는 자본의 촉매인가?
어쨌거나 신용카드 회사의 매출행태는 솔직히 궁금하다.
모 후배의 아는 후배가 신용카드 회사에서 일한단다. 그래서 나는 카드하나 만들어주고 바로 꺾어버리기로 했다. 지금 하나 쓰고있는것도 신용한도가 옴팡 남아도는걸.
자본이라는 놈은 정말 미스테리하다.

마지막, 단란주점.
오늘 프로젝트의 한 고비를 넘기고 프로그램을 풀었다.
그리고 격려의 의미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위직 한명을 포함해서 개발팀은 술집에 갔다.
여기서 여자들을 불러다놓고 양주를 까고 밴드를 불러서 노는데 나는 차마 못있겠어서 나왔다. 나는 머릿속으로 난교파티같은것도 상상하고 사실 기회만 있다면 할 용의도 있는데 왜 다들 그런대로 지내는 그런 자리를 견디지 못하는걸까? 그런 자리에서 어울리지 못하면 사실 내 사회적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분위기 깨자너. 그래도 왜 있지 못했을까?
사실 나는 그런 것들을 부정하진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기도 하고 그러고 노는 사람들이랑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하는것은 좀 다르다. 관계에 돈 따위가 개입하는 것은 질색이다. 만약 그 술집아가씨가 나와 얘기하고 싶다면 나는 내일[그러고보니 내일은 광복절이군]이라도 낮에 만나서 아이스크림 빨며 얘기할 용의가 있다. 만나서 얘기해보다가 통하면 또 보고 안통하면 빠이빠이 하겠지만. 그리고 그 술집아가씨들이 떼로 나에게 뿅가서 싸이키델릭 드럭파티[푸푸]를 하자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거기에 돈이 끼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거다. 네가 돈을 많이 벌면 너의 그것을 보고 너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이 있을거다. 그들보단 술집아가씨들이 더 솔직하지 않느냐고. 뭐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경우의 판단은 내가 한다. 돈이란 놈은 매우 명확한 수치로 표현되는 객관화된['객관적인'이 아니다!] 가치척도 수단이다. 내가 그들을 돈주고 산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계속 그 속에 있도록 도와주는 꼴이 된다. 난 그런게 싫다. 그들이 만약 프리랜서로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거나 어찌어찌해 내 연락처를 알아서 그 수익을 모두 자신들이 취한다면, 그리고 매춘행위가 그들의 목줄을 죄는 일이 아니라면 또 모르겠다. 20세기 초반 유럽의 퇴폐적 살롱문화같은것을 나는 비난하지 않는다[그 살롱문화 안에 뭔가가 더 있었다라고 말한다면 미안하다. 사실 난 그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그들은 그 안에서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그것에 동조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나는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원조교제라는 형태에 대해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본다. 밖에서는 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온갖형태의 광고와 이미지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돈이 없다. 그들은 결국 비교적 손쉬운 방법인 자신들의 몸을 파는것으로 그 비용을 충당한다. 어른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우리나라에 대해 진짜 짜증나는 것은 겉으로는 안그런척하면서 뒤로는 온갖형태의 매춘시스템을 갖춰놓았다는 거다. 언젠가 시민 쾌걸이라는 만화를 보고 알게된 건데...뺑글이가 두개있는 이발소는 머리만 깎아주는 이발소가 아니라며? 그리고 우리동네처럼 허름한 곳에까지 뭔놈의 창문없는 술집이 그렇게 많은지. 이 술집들은 다양한 계층을 상대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정말 통계처리를 하면 호텔처럼 평가한 뒤에 무궁화도 달아줄 수 있을정도다.
맛가는 것은 남자들은 밖에서는 순결한(?) 여자들을 찾아헤매면서 수많은 여자들을 매춘 시스템에 처박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절대 성비로도 여자가 적은데 상당한 숫자[언젠가 본 통계로는 젊은 아가씨들의 10%이상이라는데 너무 어마어마해서 그 숫자에 자신이 없다]를 그런 업종에서 종사하게 한다니 당연히 밖에는 여자들이 적을 수밖에. 이게 왠 코미디냔 말이다.
이런 구조는 바로 가진 놈들이 다양한 여자들을 고작 노리개로 삼고 즐기기 위해 못가진 이들에게서 여자들을 떼어놓는 방식으로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돈은 못가진 이들에게서 계속 빼앗는다. 전근대적 신분제와 근본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다.
나는 이런 코미디대신 내 연봉이나 조금 올려주면 좋겠다. 나는 그딴 헛짓거리보다 3조5억2만32배쯤 값지게 나를 위해 쓸 자신이 있다.
그 자리엔 사장과 부당한 계약때문에 월급 70만원 정도로 병역특례를 마치기로 한 어린 친구도 있었다. 그의 월급 이상의 돈을 열몇명이 두세시간정도에 마셔버린다는 것을 느낄 때 그는 얼마나 큰 괴리감 속에서 지내겠느냔 말이다.
그나마 이건 싸게 먹히는거다. 아저씨들은 더하다. 나는 우리가 정말 좇빠지게 일해서 얻게되는 성과급이 소위 영업비라고 하는 아저씨들 술퍼마시는 비용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세상이 다 그런거야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짜증난다. 나는 모 사장이 한달에 4000만원을 술로 날렸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결국 나는 그 단란주점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마치 사장이라도 된 양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거절했지만 선배형 때문에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 형이 나쁜 녀석이었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_-
내가 받아마신 한잔의 양주는 결국 자본의 좆물이 아니냔 말이다.
그런것을 받아마시며, 언제까지 죽쒀서 개주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가?
너무나 혼란스럽다.
나는 요즘 거의 매 순간을 도덕의 위기moral hazard속에 살고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내 자신을 조금이라도 구원해보고자 적고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로운 잠인데...그냥 눕는다면 진짜 뭔가 울컥해서 평화로운 잠을 못잘거 같아서다.
동해에서 뺨맞고 서해와서 화풀이 하는건가?
젠장, 자본이 조금만 더 인간적이면 좋을텐데.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