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위기토론

좀 길지만 먼저 읽어보세요.


결국 거시적으로 얘기하게 되면 결론은 학문에 대한 전반적 투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내가 가끔 농담삼아 말했었는데, 지금 한국사회는 신 뉴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괜히 쓸데없는 토목공사 하지말고 젊은이들 모아 나라의 모든 저작권 끝난 책들을 타이핑시켜라. 그래서 제대로 된 인프라를 만들어봐라. 학문의 위기 한탄할 틈도 안생긴다. 저 위에 91학번 형님이 쓰신 글에 나온 규장각 문서도 같은 맥락의 얘기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것들은, 같잖은 정보들을 사람들이 작성하게끔 삽질하는 일이다. 내 생각으로는 학생들에게 글 하나당 만원줄테니 쭉쭉 올려보시게 해보는게 결과적으로 돈 덜드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 말엽적인 쪽에 집중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정도면 정말 박터지게 애들이 올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내부에서 하고있는 것들은 지식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것인데, 글쎄 내부에서는 전혀 본질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이 엔터테인먼트던 뭐던 되기 위해서는 깊이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간결한 사실 말이다.

얼마전에 동아일보를 분석해서 박사논문 쓴 아저씨를 만났다. 20년대 기사 보는데 기사 하나 열람시 비용이 500원. 그나마 20년대 이외는 정리도 잘 안되어있다고 한다. 그 분이 신문기사 백개 읽으면 돈 오만원이 든다. 공부 하라는거냐 말라는거냐. 그나마 그건 PDF였다고 한다. PDF면 검색 하나도 안되고 그 분은 순전히 눈으로 목차를 디빈 다음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기사를 개당 500원 내고 읽었단 얘기다. 그중에는 두줄짜리 기사도 있다고 하던데.

간단하다. 돈을 투기해서 학자들이 공부하면서 입에 풀칠할 수만 있게 하면 된다. 그리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 된다. 애기들 지하철에서 고스톱 칠 수 있게 하는 것의 10%만 인프라 구축에 때려넣어도 충분하다. 밤낮 애들 코묻은 돈 뜯는데 혈안이 된 나라를 보고 있으면 저 염통 깊숙한 곳에서부터 짜증이 밀려올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리고 이 글의 두번째 부분을 쓴 96학번 후배에게 하나 말해두자면, 밖에 나와서 대리로 지내도 문제의 본질은 여전하며 언제든지 소모품으로 아웃될 수 있는 처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에 맛들인 기업들이 분배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적어도 정당 지지 측면에서라도) 민노당을 찍지 않을 수 있을까. -- 거북이 2004-4-20 1:2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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