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연말회고

# Somusic End of the Year, 1999[편집]

엄밀히 따지면 진정한 뉴 밀레니엄은 2001년부터라지만 축제를 가불해 써버린 성질 급한 지구촌 가족들은 2000년 연말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하다. 작년에도 설마 펄프 Pulp의 노래 ‘혁명 다음날 The Day After the Revolution’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모두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될 것이라고 믿은 순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혹시 이 친구들이 남몰래 종말론을 믿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 한해 발매된 앨범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빈곤하게 느껴진다. 에미넴이라는 수퍼 히어로의 등장과 후반기에 선전한 몇몇 굵직굵직한 밴드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작년처럼 마그네틱 필즈 The Magnetic Fields의 [69 Love Songs]나 플레이밍 립스 The Flaming Lips의 [The Soft Bulletin]을 발견하는 감동은 적은 한 해였다. 2001년 말에는 또 올해의 앨범을 집계하며 2000년을 그리워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Mellon Collie …]에 뒤이어 나왔다면 사람에 따라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들었을지도 모를 스매슁 펌킨스 The Smashing Pumpkins의 [MACHINA: the machines of god]은 시기를 잘못 타고 태어나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밀려난 느낌이다. 커트 코베인은 ‘천천히 사라지는 것 보단 한번에 불타서 없어지는 게 낫다’고 말했지만 스매슁 펌킨스가 내한 공연에서 보여준 열의와 [MACHINA II: The Friends and Enemies of Modern Music]을 무료로 인터넷에 뿌리는 파격, 그리고 해산하기까지의 시간을 모두 전 세계를 도는 투어로 마감하는 소멸의 방법론은 커트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들의 12월 마지막 공연 티켓은 약 1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5월에는 올해 최고의 히어로 에미넴 Eminem의 [Marshall Mathers LP]가 발매되었다. 이 주근깨 투성이 백인 청년을 보면 커트 코베인이 그랬듯 후일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회자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커트니 러브는 NME에 ‘에미넴은 최초의 전적으로 포스트 모던한 아티스트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랩퍼로서 락커에 버금가는 퍼스낼러티를 확보한 그를 통해 미래의 힙합은 진정 락의 대안 alternative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여름에 네번째 앨범 [Fold Your Hands Child, You Walk Like a Peasant]를 낸 벨 앤 세바스찬 Belle & Sebastian이 한국에서 거둔 조그만 성공을 올해의 훈훈한 미담으로 삼아도 될까? [Tigermilk]를 제외한 전 앨범이 라이센스로 나온 것은 놀랍지만 전후관계를 고려치 않고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어 상대적으로 초기작의 가치가 희석된 것이 아쉽다. 우리가 올 한해 동안 심심찮게 벨 앤 세바스찬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음악이 좋을 수 밖에 없는 것도 큰 이유였지만, 국내 음악 매체들의 한결 같은 찬사나 음반사의 성공적인 프로모션도 한 몫을 했으리라.

마돈나 Madonna는 [Music]으로 엉덩이가 무거운 거물급 밴드들의 하반기 신보 행진에 첫 문을 열었다. 연말에 바빠지는 것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 창녀 이미지에서 성녀로, 그리고 그 이분법을 뛰어넘어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고 있는 그녀의 요즘 모습은 무척 맘에 든다.

가을에는 라디오 헤드 Radiohead와 유투 U2의 앨범이 사이 좋게 나왔다. 라디오 헤드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한 배에서 태어난 병아리 중의 한 마리가 어느날 매가 되어 날아가는 것을 보는듯한 놀라움이다. 앨범을 하나씩 낼 때 마다 그 변화의 폭이 만들어내는 가파른 긴장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유투는 [Pop]의 야심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운 듯한 무색의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로 역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의 유투를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내외적으로 다시금 확인시켰다. [Pop]은 영원히 유투 디스코그래피의 사생아로 남을 것인가.

[Chocolate Starfish and the Hot Dog Flavored Water](아… 길다)의 림프 비즈킷 Limp Bizkit은 아버지격인 콘 Korn 보다 훨씬 덜 무거운 음악으로 핌프락을 확실한 인기 종목으로 굳혔다. 2000년을 마감하는 지금 각종 연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것이 비틀즈 The Beatles의 [1]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 잡지들은 시대를 초월한 All Time Best 아티스트를 선정하느라 바쁘고, 비틀즈는 여전히 우리 시대 최고의 팝/락 아티스트다. 혹시 내년의 새로운 유행은 복고 retro 바람을 넘어 옛날 음반 찾아 듣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vanyll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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