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글쓰기 강좌

출처: 코리아인터넷닷컴 | 최카피의 온라인글쓰기 저자: 최병광 교수 (최카피연구실 대표)
업데이트 일시 -- BrainSalad 2003-5-14 9:56 am


1 # 마음의 밭을 갈자[ | ]

청산유수라고 했다.
靑山流水는 푸른 산 속을 흘러가는 물을 말함이니 거침없는 걸 뜻한다. 저 사람 말은 청산유수야...라고 말하면 말을 잘한다는 의미로 쓰여진다.

흐르는 물은 자연스럽다. 바위가 있으면 비켜가고 물줄기가 구부러지면 물도 구부러진다. 앞에 막아서는 것을 거스르는 법이 없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우리가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러운 것을 더 찾게 된다. 인생을 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집도 옷도 먹거리에서도 자연을 찾는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기에 선조들은 청산유수라는 비유를 썼을 것이다. 이걸 배워야 한다. 청산유수를 배워야 한다. 말이나 글에서 자/연/스/러/운/흐/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글에도 분명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면 읽는 이가 글에 대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더 많이 읽히고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흐름을 먼저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글의 흐름에는 다음 여덟 가지가 있다.

심리적인 흐름 (Psychological Sequence)

문제해결의 흐름 (Problem-Solution Sequence)

연역적인 흐름 (Deductive Sequence)

귀납적인 흐름 (Inductive Sequence)

묘사적인 흐름 (Descriptive Sequence)

뉴스적인 흐름 (News Sequence)

이야기체의 흐름 (Narrative Sequence)

구성체의 흐름 (Plot Sequence)

여기서 심리적인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을 움직이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까? 한자를 하나 보자. 생각 사(思)자가 있다. 田과 心이 결합된 이 글자는 [마음의 밭]이라는 뜻이다. 즉 생각이란 마음의 밭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전에 사람을 배워야 한다. 사람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인간이 가진 욕구를 알면 도움이 된다. 사람의 생각과 욕구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 심리적인 흐름의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케팅 용어 중에 AIDMA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다.

===== Attention-사람의 주목을 끄는 것

Interest-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Desire-그것을 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

Memory-이름이나 내용을 기억시키거나 확신(Conviction)시키는 것

Action-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 =====

우리가 글을 쓸 때 이 AIDMA 중 어느 것을 자극하느냐에 따라 글 내용이 달라진다. 독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글이냐, 브랜드나 내용을 기억시키는 글이냐, 아니면 오늘 당장 뭔가 행동하기를 촉구하는 글이냐를 선택하여 쓴다면 심리적인 흐름을 존중하는 글이 될 것이다.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 글로 많은 걸 요구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적절한 욕구를 찾아 그걸 강조한다면 설득적인 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나 아파트가 나와서 그걸 알린다면 Attention이나 Interest 단계가 될 것이다. 당장 아파트나 자동차를 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경치 좋은 곳을 소개하거나 여행을 알리는 글이라면 Desire나 Memory를 자극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홈페이지로 방문하라든가 전쟁반대 서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글이라면 지금 바로 Action을 촉발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좋다.

요컨대 글을 쓰기 전에 내 글의 내용이 사람의 욕구 중 어느 단계를 자극하는가를 생각하고 글을 쓰면, 즉 심리적인 흐름을 존중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음 번 연재에서는 나머지 글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2 # 왜 톨스토이가 재미없었을까?[ | ]

소설을 좋아하고 전공이 그런 것이다 보니 학창시절에 세계문학을 많이 읽었다. 아니 읽어야 했다. 거창한 세계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등 명작을 찾아 읽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하품만 나왔다. 영화로는 재미있게 본‘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책으로 읽을 때는 영 재미가 없었다.

왜 그런지 생각을 해 보았다. 이렇게 재미가 없다면 세계문학으로 인정받을 리 없을 텐데... 뭔가가 잘못되었을 것이다. 이리 저리 살핀 끝에 나는 이유를 찾아내었다. 그건 번역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 작품이 갖고 있는 내용은 제대로 전달한 번역이었지만 문체의 리듬을 무시했기 때문에 술술 읽히지가 않고 지겨운 글이 되고 만 것이었다. 번역자가 문체의 리듬을 무시한 것이다.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라고 하지 않는가?

셰익스피어의 경우를 보자. 영국 사람들은 그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인간이 가진 네 가지 성격으로 말미암아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그의 작품이 위대한 이유 중 하나는 영어를 시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모두 詩劇으로 되어 있다. 영어의 리듬을 살려낸 탁월한 시로 이루어진 희곡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그래서 목소리가 좋은 배우가 시를 낭송하듯이 해야만 제 맛이 난다.

말과 글은 리듬을 갖고 있다. 그 리듬을 살린 글은 잘 읽히고 내용 전달이 쉽지만 리듬을 무시한 글은 읽기가 버겁고 지겨운 글이 되고 만다. 우리의 시조나 가사는 모두 3,4조나 4,4조로 되어 있다. 우리말의 특성상 어간과 어미의 결합이 세 글자나 네 글자로 이루어질 때 리듬감이 생겨난다. 리듬이 있는 문장은 읽기가 쉽고 기억도 잘 된다.

말하자면 좋은 글이란, 내용이 좋은 것은 물론 문장의 리듬을 갖추어야 한다. 나는 오래 전에 화장지 포스터 카피를 쓴 적이 있다. 올록볼록 엠보싱 화장지인 비바에 향수가 첨가된 신제품이 나왔다. 나는 신참 카피라이터에게 그 포스터에 들어 갈 카피를 써보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이런 헤드라인들이 나왔다.

  • 올록볼록 비바에 향수가 들어갔습니다
  • 올록볼록 엠보싱 화장지가 향수를 만났습니다
  • 엠보싱 화장지 비바가 향기를 뿜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 카피를 다 찢어 버렸다. 이 카피들에게는 도무지 리듬이 없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리듬이 없으면 사람들 뇌리 속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그 카피를 이렇게 고쳤다.

올록볼록 무늬마다 향기가 솔~솔

이렇게 하면 4,4조 또는 3,4조의 리듬이 있는 문장이 된다. [솔~솔]은 [소올솔]로 읽히니 두 글자지만 3음절이 된다.

사람들 중에는 유난히 설득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리듬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연인 혹은 친구와 둘이 앉아 이야기를 할 때도 상대방의 리듬에 맞추어 말을 하든지 아니면 자신의 리듬으로 상대방을 끌어 들인다.

사람들은 각자 호흡과 맥박 등을 통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을 가진다. 그 리듬을 잘 알아야만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쉬워진다. 영화에서도 호흡을 중요시 한다. 영화의 흐름이나 편집에서 관객의 호흡을 무시하면 영화는 지겨워지고 하품이 나오게 된다. 판소리영화 [서편제]를 만든 임권택 감독은 이 영화에서‘긴호흡’을 시도했다. 관객의 호흡을 아는 영화인이기에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와 호흡의 관계는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하겠다.

자, 이제 그대가 글을 쓸 때도 리듬을 타도록 시도해보라. 음악을 들어도 좋고 박자를 맞추어도 좋다. 다 쓴 글을 음악을 들으며 읽어보든지 경쾌하게 걸으면서 읽어보면 리듬감의 유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는 단순히 외형적인 리듬을 이야기 했지만 다음 주부터는 내용상 글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좋은 글은 흐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글이 가진 여덟 가지의 흐름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그런데 내 글은 리듬이 있는가? 흐름을 타고 있는가? 여러분이 판단해 보라.

3 # 얼간이가 된 이유는?[ | ]

따끈한 밥 한 공기와 어리굴젓 한 종지...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어리굴젓이 나오는 곳은 충청도 서산의 간월도이다.
근데 왜 간월도에서 생산되는 젓을 어리굴젓이라고 할까? 어리굴젓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통 젓갈은 맵고 짜게 담근다. 굴로 젓을 담글 때도 고춧가루와 소금을 제법 많이 뿌려야 한다. 그러나 간월도의 굴은 섬모가 많아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적게 넣어도 골고루 묻고 발효가 잘 된다고 한다. 간이 약하게 된 상태를 얼간이라고 한다. 얼간이 된 젓갈이라는 뜻에서 어리굴젓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는 흔히 ‘이 얼간아!’라고 놀린다. 사람도 간이 덜 된 것처럼 됨됨이가 변변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경우에 얼간이라고 한다. 사람을 맛에 비유하는 것을 조상들은 즐겼나보다. 싱거운 놈이라는 말도 있고...

야, 수작 걸지마!
이럴 경우 수작이란 말의 어원을 아는가? 수작은 갚을 酬, 따를 酌 즉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그랬다. 주막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작을 건다’는 말이 생겼는데 이 말이 요즘은 좀 불순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辨明이란 말도 그렇다.
원래는 ‘사리를 분명하게 밝힌다’는 의미인데 요즘은 ‘자기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잘못된 행동의 이유를 밝히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우리는 뭔가를 변명하는 것이 영 달갑지 않다. 그러나 변명은 해야 한다. 덮어두면 더 큰 오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야, 근사하다!
새 옷을 입었거나 뭔가 멋진 일을 해내었을 때 이런 감탄사가 나온다. 近似, 이 말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근사하다는 것은 어떤 멋진 기준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쓰이면서 아주 좋다는 뜻으로 발전하였다. 비슷하나 아닌 것을 사이비(似而非)라고 한다. 사이비란 말도 한자어이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하편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 특히 감명 깊었던 것은 ‘Deer Hunter'라는 영화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총알 하나가 들어있는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비인간적 도박인 러시안 룰렛 게임과 사슴 사냥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 제목이 말 그대로 ‘사슴 사냥’인데 사냥이란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요즘은 등산을 山行이라고도 한다. 사냥은 바로 산행에서 나온 말이다. 하기야 동물을 잡으려면 산으로 가야 하니까 적확한 어원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런 몇 가지 사례의 어원을 밝히는 것은 어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우리말의 어원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뜻밖의 어원을 가진 것도 많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원을 많이 알면 문장력이 풍부해진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 어원을 알기 위해서는 사전을 보라. 국어사전에 어원이 표시된 경우가 많고 백과사전을 보면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국어사전을 늘 갖고 다니면서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보라. 뜻밖에도 사전이 참 재미있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또 작은 노트를 한 권 준비하라. 알게 된 어원을 모두 적어두고 활용하라. 노트에 적어두는 것 자체가 기억에 도움이 된다. 우리말의 다양한 어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생동감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원을 잘못 알고 엉뚱하게 쓰면 좋은 글도 도/루/묵/된다. 여기서 도루묵의 어원은 무엇일까? 직접 찾아보시기 바란다.

4 # 우리는 2등입니다[ | ]

Avis No.2 캠페인을 아는가?

미국 렌트카 회사의 1위는 Hertz였다. 2위는 에이비스였는데 늘 적자라는 게 문제였다. 에이비스는 광고회사에 새로운 캠페인을 맡겼다. 광고회사에서는 No.2 캠페인을 하자고 했다. 2등을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누가 스스로를 2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결국 에이비스는 No.2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적자를 면하고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 에이비스가 한 캠페인의 키워드는 이런 것이었다.

We're No.2 in a rent cars. So why go with us? 우리는 렌트카 회사에서 2위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이용할까요?

에이비스는 2위이기에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하였다. 빌려줄 차를 세차하고 재떨이를 깨끗하게 비우고 기름을 가득 채우고...이때 그들이 가슴에 단 슬로건은 ‘우리는 더 노력한다’였다. We try harder...

에이비스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당신도 2등이라면 더 노력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사람들에게는 2/등/심/리/가 있다. 1등은 못 되더라도 2등은 된다는 대중심리를 파고 든 이 캠페인은 엄청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에이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2등’은 결국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성공한 포지셔닝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랫동안 이야기되고 있다. 1등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힘을 가진다. 그러나 2등이라면 달라진다. 란체스터 마케팅 전략에는 3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2등은 3배의 노력을 해야만 겨우 1등과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1등이라면 同一化전략을 써야 하고 2등 이하는 差別化전략을 추구해야만 성공의 길이 보인다. 2등은 1등과 다른 자기의 모습, 자신의 주장을 보여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흔히 1등을 모방하고 따라하기 쉬운데 그러면 오히려 1등을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차별화의 방법에 대해서는 연재3 [졸업할 때 웃자]를 참고하라. 1등은 동일화전략이 효과적이다. 즉 2등 이하가 하는 주장을 1등도 해버리면 사람들은 2등이 아니라 1등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1등의 프리미엄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PC시장에서 IBM이 1등이라면 IBM은 자기의 브랜드를 파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강조해야 한다. 컴퓨터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IBM이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2등 이하는 자기의 브랜드를 강조해야 한다. 이런 접근이 동일화(컴퓨터를 강조)이고 차별화(자기 브랜드 강조)이다.

음료시장을 보자. 코카콜라는 1등이므로 콜라의 즐거움을 강조하지만 펩시는 펩시라는 브랜드를 주장하고 있다. 칠성사이다는 다른 사이다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콜라와 전쟁을 해야한다. 그래서 콜라에 비해 사이다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칠성사이다 캠페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다른 사이다는 각자 자기의 브랜드를 주장해야 하지만 사이다 시장에서의 1등인 칠성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칠성사이다는 사이다의 대명사이다. 그 1등의 포지셔닝에 차별화로 성공한 사례가 해태의 배로 만든 [축배사이다]였다. 축배사이다는 ‘사이다가 아닌 배사이다’라는 또 하나의 포지셔닝을 획득하여 인기를 끌었다. 이것이 새로운 포지셔닝이다.

1등을 재포지셔닝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아스피린은 두통약 시장에서 늘 1등이었지만 부작용이 있어 꺼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른 두통약인 타이레놀이 그걸 걸고 넘어졌다. 타이레놀은 反아스피린(Anti-Aspirin) 캠페인으로 결국 아스피린 시장을 잠식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다. 또 코카콜라에 대해 세븐업 사이다는 콜라가 아니다 (Un Cola) 캠페인을 펼쳐 사이다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 사람들은 콜라를 마시거나 콜라가 아닌 다른 걸 마시는데, 세븐업이 ‘콜라가 아니다’라고 한 포지셔닝 때문에 다른 음료 중에서는 우선적으로 세븐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자, 이제 글을 쓸 때 포지셔닝을 고려하라. 무엇보다 당신을 포지셔닝하라! 당신과 당신 글이 포지셔닝되어 있지 않다면 우선 새로운 포지셔닝을 해나가도록 하라. 포지셔닝만 잘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기다릴 것이다.

여기에서 나도 궁금한 게 있다. 나와 내 글이 포지셔닝되어 있는가? 당신은 이 연재를 기다리는가? 나의 이 글들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나의 문제다.

5 #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 ]

미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인가?
대부분 워싱턴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러면 2대 대통령은?
이 질문에는 대부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이다. 그러면 두 번째로 높은 산은 어디일까? 그것이 K2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한 달나라에 처음 간 사람은 닐 암스트롱이라는 것쯤은 상식이지만 두 번째로 간 사람은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설사 더 좋은 우주선으로, 더 나은 기술로 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예는 많다. 고려의 첫 번째 왕은 왕건으로 알고 있지만 두 번째는 누군지 아는가? 링컨이 노예를 해방시킨 대통령이란 건 알지만 그가 몇 대 대통령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는 16대 대통령이다) 물론 다른 대통령 중에도 노예해방을 위해 애쓴 사람이 있겠지만 누구도 링컨 외에는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노예해방=링컨

이 등식이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가 첫 번째만 기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분야나 이슈에서 첫 번째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러므로 첫 번째로 인식시키지 못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마케팅에서는 이것을 인식의 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을 보라)

사람의 머리 속이나 가슴 속에 첫 번째로 기억시키는 일 즉 [의도적인 선입관을 만드는 작업]을 POSITIONING이라고 한다. 자리잡기 또는 구멍찾기로도 번역되는 포지셔닝은 현대 마케팅에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존중되고 실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면 글쓰기와 포지셔닝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내 글을 기억시키기 위해서는 나와 내 글의 포지셔닝을 확실히 해야 한다. 아, 그 사람! 또는 그런 글이라면 그 사람의 글이 최고야! 라는 평가를 받으면 보다 더 많은 독자와 고정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남들과 다른, 성격이 분명한 글을 쓰는 필자를 보고 그의 글을 찾아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필자나 글의 포지셔닝이 명확해야 경쟁자의 글이나 경쟁사의 주장보다 더 강력한 글효과가 나타난다. 영화도 그렇다. 저 감독은 미스터리를 잘 만든다거나 예술영화를 잘 만든다는 등 일단 포지셔닝되면 관객이 늘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지 않는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니아이고 단골인 셈이다. 내 글에 단골이 많으면 글쓰기로 성공할 수 있고 비즈니스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글쓰기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그러나 글을 쓰고 발표한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 되었다고 할 수 없다. 필자와 독자간에 자극과 반응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 되었다고 할 수 있고 포지셔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글에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의미있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반응이 미미하다면 필자와 글에 대한 포지셔닝이 안되었다고 봐야한다.

어떤 분야의 글에서 나와 내 글이 포지셔닝을 잘 하면 다른 사람의 글과 주장은 불편해지게 된다. 이것이 포지셔닝의 힘인데 휘발유의 예를 보자. SK의 엔크린 휘발유는 ‘찌꺼기가 없는 휘발유’로 포지셔닝하고, 헌차니까 엔크린 또 새차니까 엔크린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했다. 그러면 다른 휘발유는 찌꺼기가 있는 휘발유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찌꺼기가 없는 휘발유라고 하면 아, 엔크린! 이라고 첫 번째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포지셔닝 즉 좋은 선입관을 심어준 것이다.

글쓰기도 일종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대가 실제 마케팅의 일환으로 글을 쓰고 있다면 포지셔닝을 잘 활용하라. 다음 주 연재에서는 포지셔닝의 글쓰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파고들 것이다. 하기야 우리 인생이 하나의 마케팅 아니가! 인생도 포지셔닝을 잘 해야 성공한다. 그대는 회사에서, 모임에서 어떻게 포지셔닝 되어 있는가? 포지셔닝되어 있긴 하는가?

안되어 있다면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6 # 2천번의 실패라니요?[ | ]

바보처럼 왜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요? 난 나이도 많고 아이도 있고... 여자가 말하자 남자가 대답한다. 당신은 왜 날 좋아하죠? 난 나이도 어리고 아이도 없는데...

영화 [정사]에 나오는 이미숙과 이정재의 대화다.

독설가로 유명한 영국의 버나드 쇼는 머리는 명석하지만 외모는 못 생겼는데 어느 미모의 여인이 프로포즈를 했다. 저의 미모와 선생님의 머리를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랬더니 버나드 쇼가 이렇게 대답했다. 불행이지요. 나의 못생긴 외모와 당신의 돌머리를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이 대화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대답에 기/막/힌/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야기의 反轉을 좋아한다.(그리고 우리는 反戰을 요구한다^^) 반전은 다시 말하면 [기대에 대한 배반]인데 이런 글을 쓴다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힐 수 있다. 유명한 드라마 작가인 김수현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독자가 기대하는 것을 배반한다...

지난 번 연재에서 나는 Dramatized된 글을 쓰라고 했다. 드라마가 있는 글에서 마지막에 반전의 맛이 있으면 더욱 재미있고 감명 깊은 글이 될 수 있다. 몇 번만 보면 결말이 뻔한 드라마는 얼마나 식상한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임처럼 마지막에 반전이 숨어 있는 글이나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끈다.

반전은 그러나 무조건 이야기의 흐름을 뒤집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허점과 정곡을 찌르는 맛이 있어야 한다. 독자의 상상을 사정없이 배반하는 반전!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반전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구성을 잘 해야 한다. 이야기 문학인 소설의 예를 보자. 소설의 구성은 보통 발단-전개-위기-절정-대단원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대단원의 순간에 반전이 있으면 좋은 구성이 된다. 평이한 흐름이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위기가 있고 절정의 순간을 지나 대단원에서 반전으로 막을 내리면 완벽한 구성이 된다. 한시에서도 起承轉結의 흐름이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여기서 [轉]이 꼭 극적인 반전은 아니지만 전개상 반전에 해당된다. 한번 뒤틀거나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반전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독자의 심리를 꿰뚫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근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므로 늘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반전이 있는 글이나 이야기를 많이 읽고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훌륭한 소설이나 유명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인간학이며 우리에게 소중한 간접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자, 여기 몇 가지 예문이 있다.

전구를 발명할 때 토마스 에디슨은 무려 2천 번의 실험 끝에 성공했다. 한 젊은 기자가 그토록 수없이 실패했을 때의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자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실패라니요? 난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난 단지 2천 번의 단계를 거쳐서 전구를 발명했을 뿐입니다”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화가 있다.. 95세가 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에게 젊은 기자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이제 95세이고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는데 왜 아직도 하루에 여섯 시간씩이나 연습하십니까? 그러자 카잘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의 연주 실력은 아직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죠”

반전이 있는 소설을 추천하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O Henry를 권할 것이다. 오 헨리의 소설은 모두 기막힌 반전의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수 십 년 전에 나는 그의 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 당장 그의 작품집을 한 권 구입하여 탐독하길 권한다!

병에 걸려 누운 소녀를 위해 마지막 잎새를 그리고 죽은 화가의 이야기인 그의 대표작 [마지막 잎새]는 기막힌 반전의 구성이다. 또한 아내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위해 시계를 팔아 빗을 산 가난한 남편과, 남편의 시계 줄을 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판 아내의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슴 찡한 반전의 스토리이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이 반전으로 되어 있다. 가난한 청년이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감옥에 가려고 애를 쓰지만 뜻대로 안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일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경찰에게 잡혀 감옥으로 간다는 이야기 등등...

반전이 있는 에피소드와 소설 등을 메모해두고 이를 응용하여 반전의 글을 쓰는 훈련! 그리고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반전의 묘미를 살린 멋진 글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경험! 그 훈련과 경험을 반드시 해보길 바란다.

7 # 총무부장님, 복사기가 돈을 먹나요?[ | ]

카피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카피뿐 아니라 모든 말과 글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이어야 한다. 설득이 되지 못하는 공허한 말이나 힘이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정력 낭비일 뿐이다. 오늘 자신이 한 말이나 쓴 글이 얼마나 설득적인지 객관적으로 따져 보라. 설득적이지 못한다면 왜 그런지도 따져 보라.

설득이 무엇인가? 한자로 說得. 設은 말한다는 의미이고 得은 얻는다는 것이다. 設만 있고 得하지 못한다면, 즉 뭔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설득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입만 아프고 잉크만 손해본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송신자이고 그걸 보는 사람은 수신자이다. 그런데 수신자는 수신자끼리 또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즉 수신자는 내 글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부터 우선 인식해야 한다. 세상에는 많은 글이 있고 우리는 모든 걸 다 보지 못한다. 즉 선택한다. 내 글이 선택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가 쓰는 글은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아니고 간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다. 즉 매개물을 통해 읽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그 매개물은 신문이나 잡지 등의 종이일 수도 있고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일 수도 있다. 말을 듣거나 글을 읽는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직접 이야기해도 설득이 어려운데 간접 매개물을 통해 설득을 해야하니 이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체를 이해하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두 번째는 騷音化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소음이 무엇인가? 주변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 버스소리나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같은 것은 일차적인 소음이다. 그러나 소/음/은/주/관/적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무언가에 몰두하면 우리는 소음을 듣지 못하게 된다. 누구의 이야기에 빠졌다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몰두하게 된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문제는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소용이 없다. 마음이 가장 큰 소음인 셈이다. 수신자의 마음을 잡으면 주변의 소음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수신자의 시간과 공간이다. 즉 어디서 내 글을 읽느냐 언제 보느냐를 고려해야한다. 시간과 공간도 주관적이다. 좋은 사람과는 몇 시간을 지내도 천국이지만 지겨운 사람과는 10분도 지옥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는 비가 새는 오두막이라도 즐겁지만 미운 사람과는 호텔에서도 힘겨워진다. 그러므로 내 글을 읽어야 하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글을 쓴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필터링(Filtering)의 문제가 있다. 정보검색을 말한다. 즉 수신자는 어떤 글이나 말을 보고 듣는 순간 이것이 나한테 유익한 정보인가 아닌가를 먼저 판단한다. 유익하지 않거나 필요 없는 정보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게 된다. 내 글이 필요 없는 사람의 귀는 소귀에 불과하다. 경을 읽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수신자의 문제. 수신자는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특정 소수
  • 특정 다수
  • 불특정 소수
  • 불특정 다수

특정 소수일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진다. 특정 다수도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은 쓰기가 쉽다. 명확한 글을 쓸 수가 있다. 그러나 불특정 소수나 불특정 다수일 경우는 달라진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금 이 사람이 화가 나 있거나 변비에 걸려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 우리가 쓰는 글은 특정 소수나 특정 다수를 위한 글이다.

그러므로 글의 特化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복사기를 소개하는 글을 쓴다고 치자. 복사기는 모든 사람이 다 만지는 것이지만 관리는 주로 총무부에서 한다. 그러므로 제목을 이렇게 쓰면 글이 특화 될 수 있다.

총무부장님, 복사기가 돈을 먹나요?

[경제적인 복사기를 소개합니다] 따위의 헤드라인은 제발 쓰지 말라! 위와 같은 헤드라인을 쓰면 총무부장뿐 아니라 사장이나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대한 본문은 그대가 직접 써보시길...^^

8 # 어부 박씨의 정어리[ | ]

[그날 밤 우리는 별이 되었다]라는 광고카피가 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별이 되었다는 것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첫 키스를 나누었다는 뜻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밤새도록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연 밤이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며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깨를 맞대고 지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용평리조트의 잡지광고에 나오는 것이다. 별이 총총한 밤, 야경의 리조트를 보여주면서 이런 헤드라인을 썼다. 우리는 이 헤드라인에서 어떤 DRAMA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카피를 훌륭한 것으로 평가한다. 헤드라인에서 드라마나 스토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지우 시인의 시에 이런 것이 있다.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이 한 줄의 제목에서 우리는 어떤 정경을 느낄 수 있고 시인의 人生旅程을 느낄 수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고 읊어댄 최영미의 시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가 있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난' ‘잔치가 끝난' 드라마적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나는 지난 주 감성시대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 그런데 감성시대의 주인공은 남자보다는 여자이다.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여자를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를 한다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또는 마음이 가는 여자가 있는데 접근을 못하고 있다면 이 테크닉을 응용해 보라.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대단한 무기임을 확신한다. ^^

감성시대에 여성에게 어필하는 테크닉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앞으로 하나씩 설명하고 예문을 들 것이다) 나는 우선 드/라/마/타/이/즈/(Dramatize)를 시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즉 글의 劇化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드라마를 좋아하고 남의 이야기 듣는 것을 즐겨한다. 전화로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고 식당에서나 술집에서 남의 이야기를 안주 삼으면 무척 즐거워한다.(남자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므로 특히 여자를 상대로 하는 글이나 문화, 비즈니스에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광고나 마케팅에도 이런 예가 많다. 마케팅과 광고가 드라마틱한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라는 핸드폰 브랜드도 있다.

요약하자면, 감성시대의 글쓰기에는 드라마의 요소가 있어야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tory Telling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하고 연극이나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며 소설작법이나 희곡작법 등을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 소재나 스토리가 있는 문장을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걸 글쓰기에 활용하면 드라마틱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실전을 해보자. ‘경쟁자가 있어야 발전을 한다‘ 는 주제로 드라마가 있는 글을 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써보았다.

어부 박씨의 정어리는 왜 싱싱할까?

고깃배들이 항구로 들어옵니다.
오랜 시간동안 어창에 갇힌 정어리들은 기진맥진하지만
어부 박씨가 잡아 온 정어리는 유난히 싱싱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부 박씨는 정어리 떼 속에 커다란 고기를 한 마리 넣어둔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어리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린다는 겁니다.
그러니 정어리가 싱싱할 수밖에요...
우리는 경쟁자가 있어야 발전합니다.
독무대에서는 결코 더 자랄 수는 없습니다.
좋은 경쟁자가 있다는 건 그래서 행복입니다.

9 # 남도 오백리는 어디로 갔을까?[ |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시는 잘 알듯이 청록파 시인으로 유명한 박목월 님의 [나그네]이다. 근데 이 시의 남도 삼백리는 원래 남도 팔백리였다고 한다. 팔백리는 말의 어감이 서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백리를 뚝 떼내고 삼백리로 했다고 한다. 이 시를 이성적으로 보면 거짓말이고 지리학적으로는 대단한 오류를 범한 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시를 한국 현대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시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일까? 왜 거짓이라고 하지 않을까?

이 시는 서정시로 분류되는데, 서정시란 시인의 감동과 정서를 표현한 것임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감동과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이성적]이 아닌 [감성적]인 접근이다. 즉 감성적 접근에는 사실보다도 감동이 우선되므로 우리는 거짓이라고 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를 [詩的眞實]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우리는 거짓말이나 과장을 많이 한다. 별을 따다 주겠다느니 온 세상과 바꾸지 않겠다느니... 이런 표현이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하나의 시적진실로 받아들여지고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이에서는 거짓말이며 과장이 된다.

요즘을 감성시대라고 한다. 감성시대란 전통적인 가치 즉 이성적 가치뿐 아니라 새로운 가치도 존중되고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말한다. 우리 마음 속에는 감성욕구가 존재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백화점을 다니다가 문득 자신에게 딱 맞는 문화나 제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탱고 공연을 같이 본 사람은, 아 이거야! 내가 찾던 춤이 바로 이거야! 라면서 탱고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감성욕구다.

또는 청소년들이 팬시제품을 보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이것 역시 감성욕구다. 감성욕구는 필요해서 사거나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가지면 즐겁고 순수하게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즉 NEEDS(필요욕구)가 아니고 WANTS(소유욕구)다. 앞서 예로 든 남도 삼백리도 말하자면 NEEDS가 아니고 WANTS인 셈이다.

잠재된 감성욕구를 자극하는 글은 더 강렬한 감동을 줄 수 있고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성적 눈으로 보면 분명 이상한 글도 감성적인 눈으로 보면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감성시대의 글쓰기는 그래서 많이 달라져야 한다. 심리학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감성시대의 특징을 몇 가지 알아보자. 이를 힌트 삼으면 글쓰기의 새로운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우선 다섯 가지의 현상을 개략적으로 말하고 다음 주에는 누가 감성시대의 주인공이며 이들에게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를 설명하겠다. 다섯 가지 현상을 [PANTS현상]이라고 한다. 각각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의 첫 글자를 합친 것인데 하나씩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 Personal - 개인화, 개별화, 개성화의 의미이다. 개인화란 WE(복수)가 아닌 I(단수)의 욕구를 말한다. 개별화는 욕구가 세분화되는 것을 말하며, 개성화는 유행을 따라가지만 자신의 개성도 존중하는 욕구를 뜻한다.
  • Amusement - 즐거움의 추구. 감성시대의 주인공들은 잠시라도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핸드폰의 컬러링이 이런 예이다. 그 외에도 무척 많은 사례가 있다.
  • Natural - 자연에의 욕구. 사는 곳, 먹는 것, 입는 것에 자연화의 욕구를 느끼고 이를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옷도 천연섬유를 찾고 원목가구, 생수 등을 찾는 것이 그것이다.
  • Trans-Border - 脫境界의 욕구인데 나이와(Non age) 성별과(Non sex) 계절의(Non season) 탈경계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한다. 사관학교에 여자생도들이 다니고 장교가 되었지 않은가!
  • Service - Hi-Tech 서비스와 Hi-Touch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감성시대에는 하이터치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하다. A/S는 물론 B/S(Before Service)도 요구한다.

10 # 우리는 대통령이 아니다[ | ]

대통령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역대 대통령마다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이번 참여정부 시대를 연 새 대통령도 비슷하게 말한 걸로 기억한다. 사실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이나 또는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런 말투가 나한테 썩 와 닿는 말이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나는 이 [친애]라는 단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른 말은 없을까? 차라리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이 낫지 않을까? 대통령이 국민을 사랑한다고 하면 안 되는가? 쑥스러운 표현일까?

친애든 사랑이든 그걸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우리는 ‘국민여러분’이라고 하면 안 된다. 내가 쓴 글을 모든 사람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글을 읽어줄 사람을 명확하게 선정하라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소재의 구체화이고(소재는 곧 주제로 연결된다. 이 연재 3편 ‘대통령의 벽돌 한 장’을 보라) 또 하나는 글을 읽어줄 대상의 구체화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보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글의 타깃(Target)을 폭넓게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그런 글은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글이 될 수 있다. 독자의 타깃을 좁히고 구체화하여 글을 쓰는 일! 이것이 좋은 글을 쓰는 지름길이 된다.

자, 지금 글을 써야한다면 내 글을 읽어줄 대상을 한 사람 우선 설정하라. 그 사람의 프로필을 써 붙여 놓고 글을 써 보라. 그 타깃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아는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 예를 들어 회사 경리부의 박미선씨 같은 사람에게 내 글을 읽혀보고 싶다면 먼저 그녀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라.

10.1 이름 박미선. 나이는 26살.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영화나 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겨하며 늘 상냥한 미소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소설보다 시를 즐겨 읽는다.[ | ]

이렇게 독자를 구체화시킨 후 바로 그녀에게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만년필을 잡든지 키보드를 두들기라는 것이다. 사진을 붙여놓든지 아니면 비슷한 그림을 앞에 두고 글을 쓰면 훨씬 좋은 글 전개가 될 것이다. 사진을 붙이는 등의 절차가 구차하다면 머리 속에서 내 글의 타깃을 상상하면서 쓰는 훈련을 하면 된다. 독자의 타깃이 구체화되면 문장의 흐름이나 단어의 선택이 달라진다. 물론 내용의 깊이와 폭도 달라질 것이다. 다음 글을 보자.

여점원 한 사람을 소개해주십시오

늘씬한 미인을 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양복점은 고급 신사복을 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교양있는 남성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지성적인 아가씨면 됩니다.
연령은 20세에서 25세까지, 그런 나이로 보이면 된다는 정도입니다.
손님으로부터 질문이 있을 때 명석하게 대답할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아가씨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저희 점포에서는 어떤 손님에게도 가격은 일절 깎아드리지 않으므로
에누리에 응하는 등 마음이 약한 아가씨는 곤란합니다.
근무시간은 9시에서 6시까지.
만약 ‘이 사람이라면‘ 하는 아가씨가 있으시거든 꼭 소개해주십시오.

이 글은 여점원을 구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다. 양복점을 소개하면서 어떤 사람이 고객인지 암시하는 글이다. 누가 이 글을 읽을 것인지 명확하지 않는가?

좋은 글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무엇을 말하는가?
둘째, 누구에게 말하는가?
셋째, 어떻게 말하는가?

이 중 둘째, 누구에게 말하는가를 우선 명확히 하라. 그러면 오늘부터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11 # 말은 글의 어머니[ | ]

응...아냐, 난 지금 원고 쓰고 있어?

매주 금요일이면 글쓰기에 대해 원고를 써야하거든. 잠깐, 물 좀 마시고. 어이구 시원하다! 어제 술 좀 마셨더니 아침에 물맛이 이렇게 좋네!

응? 그거 봤다고? 하하 그거 본다고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느냐고? 음...그래, 그건 맞아. 내 글 읽는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금방 고무줄처럼 좌악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니? 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나야 보람이지.

근데 너는 말은 참 잘하는데 글 솜씨는 어때? 영 아니라고? 이상하다...너처럼 말을 재미있게 하는 애가 글을 못 쓰는 건 이상한 일이지. 진짜야. 하기야 세상에는 말은 청산유수인데 글은 아예 포기한 사람이 많더군. 근데 그거 왜 그런지 알아?

내가 하나 물어볼게. 말이 먼저야? 글이 먼저야? 응, 말이 먼저겠지. 그리고 나중에 글이 생겼을 것이고. 말이나 글은 사실 [약속]이거든. 예를 들면 하늘을 보고 다 같이 하늘이라고 하자라고 약속한 것이잖아. 난 그걸 ‘파즙’이라고 하겠다고 혼자 고집부리면 우습게 되잖아. 아, 파즙이 푸르다...이렇게 되는 거지. 특히 글은 하나의 기호거든. 약속된 기호. 그래서 스웨덴의 소쉬르 학파는 언어를 기호로 본 이론을 정립했지. 그 이후에 기호학 이론은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 확장되었지. 광고기호론도 있고...응? 어려운 이야기하지 말라고? 흐흐 사실은 나도 잘 몰라. 다만 언어는 하나의 기호라는 것만 기억해.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약속은 글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나. 사람을 사람으로 쓰지 않고 멋대로 ‘내롬’이라고 쓰면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거지.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거 보면 넌 참 예뻐! 사실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약속이잖아. 긍정의 약속.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면 부정의 약속표현이고...

그래서 뭐냐고? 기다려 봐, 저 놈의 성질하고는...쯧.

우선 말과 글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약속이라는 걸 알고 넘어가자는 거지. 그런데 우리가 글을 쓰려고 하면 우선 마음이 달라지잖아. 굳어진다는 거지. ‘글을 잘 쓰려고 긴장상태’가 된다는 말씀이야. 사실 말은 한번 뱉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거고 글이야 써놓고 얼마든지 퇴고하면 되는데 너무 긴장한다는 말이야. 그러다 보니 말은 잘 하는 사람이 글을 못 쓰는 경우가 생기는 거지. 너처럼... 저 봐. 얼굴 찡그리는 거!

요컨대 [글을 잘 쓰는 방법중의 하나]가 말하듯이 글을 쓰자는 거야. 말은 글의 어머니니까. 지금 이 글이 그렇잖아. 내가 너한테 말하는 걸 그대로 글로 옮겨놓은 거지 뭐. 안 그래? 지금 바깥을 좀 봐. 햇살 죽이지? 그럼 그렇게 써. 말로는 야! 햇살 죽인다! 그러면서 글로 쓸 때는 폼을 잡잖아. ‘창밖에는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뭐 이런 식으로... 그러면 글이 오히려 더 딱딱해지고 읽는 맛이 떨어지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프루스트가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을 마음가는 대로 글로 표현한 작품이 있어. 그게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 이 소설은 너무 어려워. 왜냐하면 외형적인 글은 분명히 우리가 약속한 대로의 글이지만 내용은 자신의 잠재의식 세계를 표현한 것이니까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워. (프루스트선생, 그러나 당신 작품은 훌륭하오) 다시 말해서 내용면에서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 금상첨화라는 거야. 마음속의 공통기호를 찾는다고나 할까? 음...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있지? 이 친구의 소설은 상당히 공감이 가잖아. 문체도 구어체라서 술술 잘 읽히고.

오케이? 이젠 알겠지? 말하듯이 글을 쓰면 한결 쉬워져. 집에 녹음기 있니? 잘 안되면 자기가 말한 걸 녹음해놓고 그걸 다시 들으며 그대로 써봐. 그러면 되지. 해봐! 앞에 친한 친구 앉혀놓고 이야기하듯 글을 써봐.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봐. 즉각응징! 하하 이건 내 모토잖아.

참 근데 오해하지마. 꼭 대화형으로만 하라는 건 아니야.때로는 대화형도 좋고 존대형도 해보고 독백 스타일로도 써보고... 이렇게 다양한 글을 써보라는 거야.

야, 날 좋다! 이런 봄날 남도여행이나 가야겠다. 지리산 산수유가 활짝 피어날 때가 되었잖아.

...너도 같이 갈래?

12 # 그리운 미친년 간다[ | ]

그리운 미친년이 누굴까?

5초만 생각해보라......4,3,2,1... 음 모르겠다?

그 미친년은 유관순이다. 우리가 유관순 누나라고 배운 그 유관순. 일제에 항거하여 꽃다운 목숨을 바친 그 유관순을 미/친/년/이라고 누가 감히 말했을까?

정호승이라는 시인이 있다.

이 시인의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실린 연작 중 유관순I의 첫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미친년이라고만 했으면 정말 이상하겠지만 그리운 미친년이라고 해서 시적 표현이 되었다. 이 시의 전문을 참고로 옮긴다.(시를 찾아 보내준 제자 동환군은 유능한 카피라이터이다)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물을 베면서 함께 울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피
쫓기는 속치마에 뿌려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이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

나는 앞서 새로운 가치관으로 글을 써보라고 했다. 거기에다가 시점에 맞는 글을 쓰면 더더욱 화제가 되고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글이 될 수 있다.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그 시점에서 화제가 될 수 있는 글을 쓰라는 것이다.

미국의 루터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이런 광고를 했다. 산타클로스와 예수의 사진을 두 장 보여주고는 ‘오늘이 도대체 누구의 생일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수의 생일인데도 산타클로스와 선물만 찾는 세태를 꼬집어서 화제가 되었다.이런 것을 [시점글]이라고 하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삼일절이 가까워지는 2월 말경일 것이다. 삼일절이든 어린이날이든 광복절이든 또는 결혼시즌,여름휴가철,크리스마스 등 시점에 맞추어 새로운 관점으로 이를 표현해보라는 것이다.

(참 여기서 시점은 싯점이라고 하면 안된다. 사이시옷을 쓰는 것은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만 두 음절이 모두 한자일 경우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경우에만 해당된다. 곳간,셋방,숫자,찻간,툇간,횟수... 이를 메모해두면 사이시옷으로 틀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 정보를 똑 부러지게 알려준 제자 현주에게 감사!)

자,그러면 시점에 맞추어 새로운 가치관을 표현한 글을 써보자.

일테면 삼일절이라고 하자. 우리는 삼일절 본래의 의미를 잘 되새기고 있을까? 자라나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인 우리도 삼일절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달력에 빨간 표시가 되었다고 회사도 쉬고 학교도 안가고 그저 노는 날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는가?

아빠도 회사를 쉬고 아이들도 선생님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여행을 계획한다. 삼일절을 중계하는 방송국 카메라는 대부분 SONY다. 편집기도 녹음기도 일제가 많을 것이다. 신문사 사진기자가 들고 있는 카메라도 대개 일제일 것이고...집에서 보는 텔레비전도 일제가 꽤 많을 것이며 아이들은 일제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로 신이 나 있을 것이다.

1919년 일제에 항거하여 분연히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넋은 아직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을 것만 같은데...우리의 마음속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지나친 욕구가 언제 사라질까? 우리 카메라로 삼일절을 중계하는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야말로 진정한 삼일절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자,이제 여러분이 직접 이런 관점에서 삼일절에 쓸 수 있는 [시점글]을 써보길 바란다. 저 삼월의 하늘을 한번 우러러 본 뒤 말이다.

13 # 아인슈타인은 젊어서 죽었다[ | ]

아인슈타인 박사가 죽은 해는 1955년-

그가 태어난 해가 1879년이니 76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젊어서 죽었다'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76살은 절대 젊은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눈으로 보면 젊음이란,나이와 무관하다는 걸 알 수가 있다. 통신회사 광고에도 이런 카피가 있잖은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좋은 광고를 만나는 기쁨!)

젊음은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느냐 또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인슈타인은 젊어서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이런 관점으로, 이 제목을 달고 글을 써 보자.

아인슈타인은 젊어서 죽었다

젊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23살의 청년의 팔뚝에도 있고
세살 어린아이의 호기심어린 눈빛에도 있다.
젊음은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사랑을 찾은 여인의 가슴속에도 있고
새로운 방정식을 찾으려는 76세의 노과학자에게도 있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다.
젊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또 얼마나 정열적인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느냐로 판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나이가 둘이다.
신체나이와 정열나이-
당신의 신체나이는 몇 살인가?
그리고 당신의 정열나이는 몇 살인가?
76세에 세상을 떠난 아인슈타인 박사-
그는 젊어서 죽었다.

공감이 가는 글인가?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읽는 그대의 나이를 따져보길 바란다. 신체나이가 아니고 정열나이를 따져 보라. 내가 마흔이 되었을 때 ‘나는 두 번째의 스무 살을 맞이했다’라고 했더니 제자들이 공감이 간다고 했다. (아부가 아니다 ^^)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봄가을에는 제자들이 사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겨 타는 나를 보고 어떤 친구는 ‘미쳤어!’라고 표현했다. 아니 젊은 놈도 아닌데 스키를 타다가 뼈라도 부러지면 어떡하느냐는 걱정과 함께 혀를 끌끌 찼다. 혀를 차든 말든 그 친구는 늙어가고 있고 나는 아직 젊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다른 가치관으로 보면 같은 소재로도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다. 좋은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가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같은 사물,동일한 소재,비슷한 상황을 보고도 얼마든지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 수 있다. 글은 잔재주가 아니다. 글쓰기는 마음의 표현능력이며 안목의 언어적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철학도 알아야 하고 심리학도 공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다. 모든 아이디어의 敵은 고정관념이다! 오늘부터 그대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부터 훈련하기 바란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뒤에 따로 이야기할 것이다.

고이 잠드소서,아인슈타인선생!

14 # 졸업할 때 웃자[ | ]

아내에게 물었다. “라면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몇 개나 될까?”

픽 웃으며 나오는 대답은 “그거야 끝도 없지!”

자신만만한 대답이다.처음 시집 왔을 때 밥도 잘 못하던 아내는 이제 라면으로 무한정의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경지를 터득한 것일까?

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요리가 달라지고 맛이 달라진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글도 마찬가지다.같은 소재 또는 동일한 주제라 할지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글 맛이 사뭇 달라진다.난 방금 [같은 소재],[동일한 주제]라고 했다.같다는 의미를 [같은]과 [동일한]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이런 것들이 글맛을 다르게 한다.우리 선조들도 한자로 시를 쓸 때 같은 의미를 다른 글자로 표현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같은 글자를 다른 글씨체로 쓰곤 했다.

만약 강화도를 지나 석모도로 갈 기회가 있으면 보문사 법당의 기둥에 붙은 한시를 보라.非靑非白亦非黑라는 글귀가 있는데 세 개의 非자가 모두 다르다는 걸 알 것이다.큰 변화는 아니나 절묘하게 다른 글씨체를 쓴 것을 보고 나는 감탄을 했다.시를 읽는 맛이 더 오묘하다.

글의 주제 즉 약속을 찾았으면 이제는 다르게 표현하는 시도를 해보라.말하자면 표현의 차/별/화이다.차별화를 위해서는 우선 내 글의 독자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누가 먹을 라면이냐에 따라 김치를 넣을 수도 치즈를 넣을 수도 있듯이 글을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영어로 흔히 Segment라고한다.

Segment는 두가지 방향이 있다.하나는 Demographics 즉 인구통계학적인 구분이고 다른 하나는 Psychographics 즉 생활양식에 따른 구분이 있다.과거에는 인구통계학적 구분이 중요시되었지만 이제는 생활양식에 따른 구분을 더 중요시 한다.물론 이런 구분은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도 마케팅이 아닌가!

인구통계학적으로 구분하든 생활양식으로 구분하든 그건 독자에 따라 선택할 문제다.그러나 역시 생활양식에 따른 구분이 더 명확하고 좋은 글을 만든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라면이야기를 더해보자.먹을 이가 아들이라면 당연히 치즈라면을 좋아하겠지만(인구통계학적구분),때로는 그 아들이 김치라면을 먹고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생활양식적구분).그걸 잘 간파하는 것이 글의 차별화를 기하는 길이다.그러므로 글을 잘 쓰려면 마케팅 전문가도 되어야 하고 심리학자도 되어야 한다.훌륭한 요리사가 그렇지 않은가!

몇 년 전 나는 어느 지방대학의 마케팅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지방대학마다 좋은 학생 유치에 골머리를 앓다보니 브로슈어도 만들고 광고도 하고 있다.대학이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고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나는 이 대학의 장점을 살폈다.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취업률이었다.입학할 때는 망설이지만 졸업할 때는 취업률이 높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키워드로 삼기로 했다.

취업률 78%! 이렇게 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뭐라고 해야할까? 나는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의 마음에 이 대학에 지원하는 하나의 핑계를 만들어주기로 했다.그래서 찾은 키워드가 이거였다.

졸업할 때 웃자!

누구나 어느 대학이나 취업률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졸업할 때 웃자라고는 못하는 것이다.이 제목이라면 훨씬 명확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이 때 내가 쓴 글의 메모를 찾아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

[졸업할 때 웃자]

이미 주어진 성적으로 대학을 선택해야하는 수험생의 어려움을 우리는 잘 압니다.
내 아이가 어느 대학에 들어가서 장차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모님의 심정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해는 졸업생의 78%가 취업했습니다.이는 전국대학에서 최상의 수준입니다.
대학을 선택하기 전에 우리가 제시해 드리는 취업프로그램과 취업률을
먼저 꼼꼼히 따져보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4년 뒤 졸업할 때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15 # 좋은 글과 더 좋은 글[ | ]

우선 한 마디.

그저 좋은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한다면 여러분께서는 이 글을,이 연재를 읽을 필요가 없다.

나는 적당히 좋은 것에 만족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제목을 이렇게 단 것이다.더 좋은 글, 정/말/좋/은/글을 사냥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그래서 읽히고 감동을 주고 행동을 유발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이제부터 내가 드리는 힌트를 잘 새기길 바란다.

나는 힌트만 줄 뿐이다.마치 석가가,도대체 당신은 우리에게 뭘 줍니까? 하고 묻는 제자들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나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다...’ 라고 말했듯이.

여러분께서도 글쓰기의 어려운 길을 주저없이 걸어가길 바랄 뿐이다.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더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생각과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일년간 50여 회의 연재를 하려고 한다.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어디 있으랴.일 년 뒤에는(혹은 한 달 뒤에라도) 현재보다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빙그레 웃을 것이다.

자 오늘은 꽃집 이야기를 해보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꽃집이 들어섰다.이 꽃집에서는 우선 아파트마다 전단을 만들어 돌리기로 하고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런데 전단이나 홈페이지의 제목을 뭐라고 할 것인가?

[화원 신장개업]-에이 재미없다!

[꽃을 사세요]-이것도 그저 그래 --;;;

뭔가 드라마틱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확 끌어 당기는 것이 없을까? 우선 주민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30대초반의 부부이고 유치원이나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다.(타깃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한다)

30대 초반의 주부들이 꽃을 사게 하려면 뭐라고 이야기 해야할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꽃이 있는 거실에서 커피를 드세요]-음 좀 좋아.그러나 아직 부족해! 커피말고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을 준다면?

[아이와 함께 모짜르트를 들을 땐 안개꽃이 어떠세요?]-이러면 대단히 좋은 글이 된다.

주부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깍쟁이 아줌마라도 지갑을 열게 만드는 힘이 이 글에는 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짜르트’라고 해야지 ‘음악’이나 ‘클래식’이라고 하면 맛이 좀 떨어진다.모짜르트를 듣던 베토벤을 듣든 아니면 뽕짝을 듣든 그건 주부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또 안개꽃이라고 해야한다.뭘 사든 그건 주부가 알아서 살 테니.문제는 구체적인 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구,체,적,표,현!

음악->클래식->모짜르트
꽃->이쁜 꽃->안개꽃

갈수록 구체적이 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더 강해진다.아니면 꽃이 있는 거실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아이와 함께 안데르센을 읽을 때 튤립 세송이가 있다면...]라는 등의 생각이 났다면 훌륭하다! 여러분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만약 이런 글이 쓰여진 꽃집 전단을 주부들이 봤다면 꽃을 사고 싶은 마음이 뭉클 생길 것이다.그 꽃집에 대해서도 물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20년이 넘은 카피라이터로서 나의 좌우명은 이것이다.

Good is the enemy of Great( 제발 문법을 따지지 말아 달라^^)

좋은 것은 훌륭한 것의 적이다...라는 뜻이다.적당히 좋은 글에서 머물면 더 좋은 글,훌륭한 글을 만들지 못한다.

글을 쓸 때 이것을 잘 기억하기 바란다.

16 # 찌개집의 교훈[ | ]

내 연구실이 있는 장충동에는 찌개집이 하나 있다.

열 가지나 되는 찌개메뉴를 보고 아줌마에게 물었다. 어느 것이 맛있느냐고...그랬더니 다 맛있어요...그랬다. 다 맛있다는 건 다 맛없다는 것과 같다. 고심하여 골라 먹은 찌개는 역시 맛이 없었다.

잘되는 식당을 보라. 맛있는 식당을 보라. 그런 식당은 대개 한 가지 음식을 잘하는 곳이다. 평양냉면집이나 명동칼국수, 삼청동수제비, 춘천막국수...

글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분명히 정해놓고 그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하여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의 첫 번째 조건이다. 대개 우리는 무엇을 쓸까 즉 "What to say?"보다 어떻게 쓸까 즉 "How to say?"에 신경쓰다 보니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지나치고 마는 것이다.

전에 히트쳤던 광고 카피 하나를 보자. 레간자라는 자동차는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카피로 인구에 회자되었다.(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해도 되는 걸 人口에 膾炙되었다라고 하는 것은 How to say? 에 해당되는 테크닉의 문제이다. 이는 나중에 다시 언급한다)

이 자동차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고 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What to say?를 뭘로 할까 무척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한 가지 약속만 이야기했다. 조용하고 강한 차라는 사실을 ‘소리없이 강하다’라고. 강렬하게!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이를 SINGLE MINDED PROPOSITION이라고 한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말하는 한 가지 분명한 약속...이를 줄여서 흔히 SMP 라고 한다, 글을 쓰기 전에 SMP를 한번 외치기 바란다. 그러면 비빔밥 같은 글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한 가지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 자신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연애편지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그렇다.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하여 연애편지를 써라. 자신의 한 가지 장점을 강조하여 자기소개서를 써라. 그래야 성공한다.

내가 카피라이터이다 보니 아무래도 카피나 광고 또는 마케팅을 예로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사실 카피란 것은 우리 생활 속의 말이다. 늘 주고받는 우리의 말이 바로 카피다. 카피는 가장 함축적이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에 카피 또는 생활 속의 말을 예로 드는 것을 양해해주길 바란다.(양해란 말은 참 오묘하다^^ 양해해달라고 했는데 상대방이 거절하면 그 사람이 오히려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단어잖아!)

마지막으로 성년의 날을 맞아 쓴 일본 어느 작가의 글을 소개한다. 인생가면허라는 심플한 테마로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 글이다. 산토리 술 광고인 이 글에서는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가면허라는 한 가지 테마에 집중되어 있다. 글의 알맹이가 있는 것이다. 알,맹,이!

[人生假免許]

스무 살이 된 청년 제군!
오늘부터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제군은 오늘부터 술을 마시는데 대하여 공부하는
자격을 얻은 것뿐인 假免許인 것이다.
첫째로 하고 싶은 말은 우울한 기분으로 마시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다.
술이 고민을 덜어준다는 건 헛된 소리다.
고민이 있으면 자신이 극복하라.
슬픈 술이 되어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이다.
다음, 술을 마신다는 것은 분수를 알라는 것으로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실수가 없다.
셋째, 술 마시고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제군은 언제나 테스트 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 실은 아직 假免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군!
인생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아달라.
성년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17 # 대통령의 벽돌 한 장[ | ]

이 글의 제목은 [대통령의 벽돌 한 장]이다.

이런 제목을 달면 대개의 사람들은 본문을 읽고 싶어한다.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건드리기 때문이다.제목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나중에 제목을 붙이는 법에 대해 종류별로 자세히 이야기 하겠다.우리는 글의 제목에 따라 게시판의 글 조회수가 달라진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자 글을 한번 보자.

대통령의 벽돌 한 장

그 분이 돌아 가신 후,
청와대 직원은 그분이 쓰시던 장소를 정리하다가 벽돌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그 분이 쓰시던 화장실 변기 속에는 빨간 벽돌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화장실의 물을 조금이나마 아끼려고 그랬던 거지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물을 아끼면 얼마나 아끼겠다고...
아마 그 분은 그런 정신으로 스스로에게 근검절약을 다짐했는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의 방을 청소하던 직원은 그 벽돌을 들고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박 정희입니다.

이 글은 짧지만 매우 좋은 글이다.소재가 새롭고 주제가 명확하면서 글을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나는 글의 알맹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글의 알맹이를 찾으려면 우선 글의 소재를 잘 찾아야 한다.윗 글의 소재가 대통령의 벽돌 한 장이며 주제는 절약정신이라는 건 알 것이다.만약 절약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절약! 아끼자! 등의 추상용어만 나열한다면 그런 글은 읽혀지지 않을 뿐더러 독자들에게 아무런 공감이나 설득을 주지 못한다.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는 것!

이것이 알맹이 있는 글을 쓰는 방법이다.이것만 잘 기억해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즉 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재와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글의 약속을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표현방법을 찾으면 최고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다음 표를 보자.

소재 방법 결과
new new 錦上添花
old new 感之德之
new old 千萬多幸
old old 束手無策

지금 난 웃,으,며 이 표를 만들었다.여러분들도 웃,으,며 기억하기 바란다.

소재가 새롭고 표현방법도 새로우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비단 이불에 꽃을 수놓은 글이 되는 것이다.그러나 이게 만만치가 않다.그래서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글은 옛 소재에 새로운 표현방법으로 되어 있다.그러므로 주변의 평범한 소재를 다시 보는 습관과 작은 소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그러면 감지덕지의 글을 만들 수 있다.

작고 구체적인 소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문화적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多思와 多讀이 필수다.[대통령의 벽돌 한 장]도 박 정희대통령의 전기에서 소재를 찾았을 것이고 이를 메모한 결과일 것이다.

오늘 당장 작고 튼튼한 노트 한 권을 사라! 이 글을 읽은 즉시 지하 문방구로 달려가라! 늘 들고 다니면서 책의 한 구절이나 영화대사,사물이 갖고 있는 의미 등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길 권한다. 나의 경우 차 속은 물론 연구실 책상 위나 침대 머리맡에도 늘 노트를 던져 두고 있다.물론 주머니 속에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소재를 발견했다 치더라도 표현방법이 구태의연하면 천만다행 정도의 글이 되고 만다.소재도 옛날 것이고 표현방법도 그저 그렇다면 속수무책의 글이 되겠지만...제발 이런 글은 쓰지 않기를 바란다.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이런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게다가 철자법도 틀리고 글의 호응도 맞지 않는다면 최악이다.

(이 연재를 하는 나도 철자법과 띄어쓰기 등에 대해 무척 신경 쓰고 있다.^^ 내 글부터 틀린다면 이 무슨 창피인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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