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녀에게와그림이야기

 
Hopper, Edward / New York Movie / 1939 / Oil on canvas

  • 에피소드 1 : 독백\
  • 삼십대 여자. 티셔츠에 닳아빠진 청바지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색의 수가 놓여진 황금색 빌로드 슬리퍼를 신고.
  • 책상 옆엔 커피가 놓여 있고 컴퓨터 앞에서 편지를 써가고 있다.
  • 빠른 속도로 쳐나가는 손과 깜박이는 모니터의 글씨들. C.U
  • Cucurrucucu Paloma - Caetano Veloso

지난 초겨울부터 이 영화는 저와 함께 했댔습니다. 처음 언니와 같이 본 후, 친구들과 한번, 그리고 저 혼자 또 보았습니다. 그만큼 간만에 본 좋은 영화이기도 했고 아시다시피 전 알모도바르의 색채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그 중 저 혼자 영화관을 찾았을 땐 평일 오후여서 그랬는지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결국 그때의 상영은 저만을 위한 것이었던 셈입니다. 구구절절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스포일러라 욕먹기 싫으니까요. 그러나 영화에서 나왔던 한가지 씬에 대한 제 느낌은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쯤은 눈감아 주실 수 있겠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주인공 마르꼬와 리디아가 함께 했던 하우스 콘서트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장면에선 초 여름밤 바람의 느낌이 났거든요. 물론 그때 나왔던 음악도 빠질 수 없습니다. 브라질의 나훈아 까에따노 벨로소의 목소리도 좋았지만 이 영화 전체를 커버하는 현악의 아름다움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전에도 이 노래가 나온 영화가 있었댔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론 이 영화에서의 현악 버전이 훨씬 좋았답니다. 첼로가 나지막이 속삭이듯 시작되면 까에따노가 노래합니다.

감동 잘하는 주인공 마르꼬는 기둥 옆에 서서 그 곡을 듣다가 눈물을 찔끔 거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리디아는 쫓습니다. 음악은 계속 되는 가운데 마르꼬는 하우스 콘서트장을 떠나 정원을 걷고, 리디아는 그를 따라가서 뒤에서 껴안지요. 그러면서 지나간 연인과의 이야기를 하며 자책하는 마르꼬에게 묻습니다.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면 되냐고. 그러자 마르꼬는 대답합니다. 지금처럼만 사랑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참 어렵다 생각했습니다. 리디아의 질문도 그에 답하는 마르꼬의 이야기도 말이죠. 그 둘은 이미 아픈 사랑을 경험한 적 있으면서도 똑 같은 일들을 반복하려 한다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사랑이란 것의 모순이 아닐까 합니다. 이전의 경험으로 비춰봐서 다신 하지 않아야지 생각할수록 반복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 말이에요. 재밌죠? 자신에게 많은 것을 원하는 상대에게 더 끌리는 모습을 보이는 리디아와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프단 걸 잘 보여주는 마르꼬의 대조 말입니다.

마르꼬의 모습에서 짝사랑쟁이의 전형을 보았습니다. 누가 짝사랑하는 사람치고 이기적인 사람 없다고 그랬나요? 세상에서 젤로 이기적이고 겁쟁이가 짝사랑 하는 사람들이에요. 상대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은 거절이란 것이 두려운 것 뿐이에요. 그걸 상대에게 대한 일방적인 애정표현으로 풀죠. 때론 그것마저 혼자만 아는 방법으로 말이에요. 그리곤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 하겠죠. ... 갑자기 화가 납니다. (컴퓨터를 급하게 끄는 모습 / F.O)

  • 에피소드 2 : 대화.
  • 컨퍼런스룸. 어두운 방에서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보여지는 슬라이드 이미지. (F.I)
  • 나레이션으로 여성의 목소리 삽입.
  • Raquel / Bau

(건조한 톤) 영화 속의 영화 [연인이 줄었어요 : Shrinking Lover]에서 보여졌던 무성영화를 기억하시겠지요?
기억이 안나신다면 엑기스를 놓친 자신을 알아서 탓해주시고, 우선 두 장의 그림을 봅시다.

<html><img src=" "> </html>
Alfred Kubin / 죽음을 향한 도약 : Salto Mortal / 1901-1902. /pencil and red India ink on paper

<html><img src=" "> </html>
Andre' Masson / 에로틱한 지형 : Erotic Terrain / 1929 / 펜화

간략하게 상황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과학자는 다이어트약을 개발합니다. 검증 받지 않은 약을 그녀의 연인은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듯 마십니다. 그리곤 약의 부작용으로 그는 줄어들고 말죠. 괴로워한 그는 떠나지만 그녀는 찾아 냅니다. 즐거워 보이는 대화 후, 그녀가 잠에 빠져든 사이 그는 그녀 속으로 들어갑니다. 화면으로 그녀는 무척 행복한 표정을 보이죠. 그는 잠시 고민하다 '그녀에게'로 들어가고 영영 나오지 않았다…하는 이야깁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첫번째 그림은 알프레드 큐빈의 작품입니다. 두번째 그림은 마쏭의 작품이지요. 이 두 그림을 고른 것은 영화 속 내용과 일치하는 이미지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가지 의미가 잘 나타나 있죠. 영화의 제목에서 쓰인 Shrink는 몸이 줄어들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내용도 있습니다. 그건 성과 결부시켜 해석을 할 수 있는데요. 남자의 몸과 함께 줄어든 성기. 즉 성능력의 상실을 뜻하기도 합니다.

큐빈의 작품은 제목에서 보듯 화가는 죽음과 여성의 성기를 연결시켰군요. 여성의 성기는 죽음과 함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가 죽음과 연결시킨 것은 그의 개인적 경험에 의해서겠죠. 그의 인생 초반에 있었던 여인들의 죽음. 생모와 계모의 불행한 죽음과 약혼녀의 죽음에 의해서라 생각 되는데요. 그의 초기작품에서 그는 남성을 공격적이고, 그들 자신에 의해 파멸하는 존재로 봅니다. 그러니 이 제목에서 보여진 죽음.(mortal)이 여성에 의함을 뜻할까요?

그럼 두번째 그림 마쏭의 작품을 봅시다. 언뜻 춘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여성의 몸을 지형화 시켰군요. 아주 유머러스하죠? 전 그저 여체를 탐험하고자 하는 남성의 본능으로 보았지만 억지로 심각하게 끼워 맞춰 보자면 여기서도 생명과 죽음을 함께 연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의 성기를 샘의 근원으로 본 것이죠. 여성의 성기와 함께 물의 이미지 역시 생과 사. 두 가지로 나뉘어지니까요. 기독교의 세례와 연결시킬 수도 있겠군요.

그럼 본 영화와 연결시켜 생각 해봅시다. 베니그노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이 무성영화에 의해서라고 볼 수 있는 사건. 베니그노에 의한 뇌사상태의 알리시아의 임신 역시 두 이유를 함께 뜻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성능력의 상실은 죽음과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남성일 경우는(무성영화에서 처럼) 더 크게 느껴지겠죠?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같은 식물인간 알리시아와 줄어든 남성성을 뜻하는 연인은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베니그노는 알리시아에게 출산과 함께 다시 소생함을 줍니다. 그리고 자신은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말죠. 줄어든 연인은 그녀의 몸으로 들어감으로써 그녀에게 성적인 탄생을 줌과 동시에 그는 세상과 단절하게 됩니다.

우선 이 부분만 보자면 두 사람. 베니그노와 연인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사랑과 성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입니다. 베니그노가 마르꼬에게 이야기 하죠. 외로워서 그랬다고. 결국 그의 알리시아에 대한 애정은 오가는 대화가 아닌 혼자만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줄어든 연인 역시 이기적 애정표현으로 보이는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본인 혼자만의 의지로 행동한 점입니다. 그녀가 성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과연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알모도바르 감독이 제목을 'Talk to her'라 지었던 이유를 생각해 볼만 합니다.

(조금 슬픈 목소리로) 일방적인 이야기 방식은 참 아프군요. (F.O)

FIN.

  • 아직 안보셨다면 꼭 보시기를. d==(T_T)==b two thumbs up!
  • 여성의 성기와 관련된 참고 이미지.

<html><img src=" "> </html>
Georgia O'Keeffe / Jack in the Pulpit No IV / 1930

<html><img src=" "> </html>
Francesco Clemente / Mother of Letters / 1990

<html><img src=" "> </html>
Sarah Lucas / Got a Salmon On #1 / 1997

  • 오키프와 스티글리츠의 일화중.

'알프레드가 날 찍기 시작한 것은 내가 스물 세살 정도였을 때부터였다. 내 사진을 그의 사진전에 처음으로 전시한 것은 앤더슨 갤러리에서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전시된 사진들을 돌아보고 나서 그에게 부탁하기를 그가 날 찍은 것처럼 자신들의 아내나 여자 친구를 찍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알프레드는 하도 우스워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사람들은 알프레드가 그들의 아내나 여자 친구들 사진을 날 찍듯이 찍으려면 얼마나 가까운 관계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그런 사실들을 알았더라면 아무도 그에게 그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 Talk to her!

-- 오야붕 2003-4-30 3:31 pm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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