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역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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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4740419_1.gif ISBN:8974740435

  • 원제 : 역사속의 역사읽기(전 3권, 1996)
  • 저자 : 고석규, 고영진

얼마전에 다시 한번 머리속을 통사적으로 리프레쉬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98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1권부터 3권까지 순차적으로 읽었다. 지하철에서 시간보내기에 아주 좋았다.
꽤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읽었지만 내가 98년에 쓴 평가가 크게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료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여러 관점을 공정하게 다루려는 시도가 눈에 보일정도로 집착하고있다.
특히 이 책은 전체적으로 식민사관 극복에 목표를 두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시대의 경우 양반들의 붕당정치를 일종의 정당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조선시대에 자생적으로 자본주의의 싹이 어떻게 보였는가를 소상히 적고있다.
특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민란의 전통이 쌓이고 쌓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이 매우 설득력있다.

1198 만적의 난 천민해방운동
1270 삼별초의 난 대몽항쟁
1592 임진왜란 대일 의병 전쟁
1600년대 후반 와언, 요언
1700년대 전반 도적(장길산) 격쟁, 상언
1700년대 후반 이상사회론(해도진인설, 정감록), 전패작변, 괘서
1811 홍경래의 난 지역차별에 반발한 최초의 조직적 반정부 투쟁
1862 임술민란 전국적 고립분산 농민 항쟁
1870년대 위정척사운동 자주적 대외 배�운동
1894 1894 농민전쟁 최초의 조직적, 근대적 농민항쟁, 자주적으로 집강소 설치
1919 3.1 운동 반제 자주 민족해방운동, 세계사적 파장
1920 봉오동, 청산리 전투 근대적 군사조직으로 이룬 반제국주의 전쟁
1923 암태도 소작쟁의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농민운동의 승리
1929 원산총파업 대규모로 벌어진 노동자 대투쟁
1929 광주 학생운동 학생이 주도한 전국적 반 제국주의 투쟁
1931 홍구공원 폭탄투척 윤봉길 의사의 의열투쟁, 세계적 반향
1944 건준 성립 전국적 자치기구 설립
1946 대구 10월 항쟁 전국적 노동자 대투쟁
1960 4.19 수구 독재 세력 추출 투쟁

이 책에서 굵직하게 다루고 있는 우리 민중의 투쟁들만 해도 이정도이다. 이 외에도 당연히 4.3 항쟁, 5.18, 87년 등등 당장 떠오르는 것들도 매우 많다. 이전에 역사적 흐름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민중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쟁은 정말 경이롭다. 그렇게 쪼다같은 위정자들이 계속해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정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칠줄 모르고 부정과 싸워왔던 우리 민중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것이 저 해수면 바닥에서 아주 조금씩 면면히 흐르는 거대한 해류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부분을 매우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점에서 아주 성공적이다. 예전에 했던 생각처럼 이 책을 중고등학생들의 교과서로 삼으면 훨씬 자주적 역사교육이 가능할 것 같다. --거북이


[ 서평 ] 역사속의 역사읽기 2

거북이가 98년 조선시대 지성사 수업을 들을때 썼던 리포트.

지금보니 무슨 책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네...-_-

사실 서평을 쓴다 하면 그 책에 대한 느낌을 쓰는것이다. 그것이 전기-특히 역사적 평가가 다양하게 매겨지는 인물에 대한-라면 그 주인공에 대한 내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고 그것이 어떤 사건을 다른 각도로 파헤친 것이라면 또 거기에 대한 코멘트를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책은 전혀 그런 책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도 흔하디 흔한 시대개론서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논점에 대한 의견만을 간략하게 밝히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교과서로 쓰기에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다. 왕조교체기에 대한 인과적 설명, 사상, 문화의 발전 그리고 근대화에 대한 자주적 해석등이 간결하게 서술되어있다. 서문에서 자신들이 프로역사가라는 자부심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정도로 쉬우면서도 자세하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들의 역사적 관점이 확실하고 그것에 대한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이십여명에 달하는 조언자군群을 통해 이들이 비교적 객관성을 확보하려 한 노력도 중요하다(실상은 알 수 없다만). 또, 이 책이 방송을 토대로 기획된 것이라는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방송이란 꽤 자본집약적 시스템이라서 어리버리한 학자들보단 더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으며 방송의 특징상 대중성은 필수요소이므로 쉽게 쓰여질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TV조선왕조실록에서도 충분히 드러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해석과 바람직한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어 충분히 계몽적이다.

이 책의 관점은 자주적이면서 민중적이다. 출판사가 비교적 불량한(?) 책을 주로 찍는 '풀빛'이라는 사실이 이를 암시하는데 조금만 읽어보아도 그런 입장에서 쓰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현재의 기준으로 곡해하고 있는 양반문화의 당대적 해석이나 조선왕조가 가지고 있던 의외의 민주성, 위민정신등을 강조하는 것은 왕조시대에 대한 왜곡을 정정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덧붙여 붕당정치와 이기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것들에 의해 확립된 양반들의 높은 도덕성-특히 조광조-에 대한 자부심은 지적 쇼크를 주기 충분하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들은 민중들이 어떻게 자주적인 의식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상업의 확대와 연관지어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향촌사회의 붕괴와 조직적 민란의 발생은 명백한 근대화의 조짐이라고 강한 어조로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실증적 자료의 제시이다. 사실 개론서들에서는 워낙 다뤄야 할 양이 방대하다 보니 자신들의 논점만을 설명하고 넘어가는데 비해 여기서는 일차자료들을 틈틈히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것을 소박하지만 중요한 예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판소리에서 잘 드러나는 양반조롱이나 산호로 대변되는 집정관에 대한 저항 등은 조선 후기 사회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해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은 노골적이리만큼 계몽적이다. 어떤 문제점이 있으면 그 점은 어떠해서 문제였으며 따라서 이러해야하였다라고 밝히는 것까지는 다른 개설서와 다를 바가 없지만 외국의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보편성에 대한 강조를 한 뒤 따라서 우리는 이러이러하지 않으려면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겠다는 식의 글이 많다. 그래도 그러한 느낌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읽으면서 중고생이 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밝힌 바와 같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은 '이거 국정교과서를 대체했으면 좋겠군'이라는 생각이었다. 중고생들은 획일화된 역사교육에 질려한다. 사실 역사란 그런것이 아님에도. 역사교육은 예로부터 옛날얘기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역사서인 '사기'에서도 세가를 읽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열전을 읽지. 나는 개인적으로 '삼국사기'를 열심히 읽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삼국유사'를 읽었다는 사람은 봤어도. 하긴 공교육에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은 교사의 역량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제도적으로 바뀔리는 없으니까.

이제 개론서는 지겹다. 시간 간격을 좀 둔 뒤에 정도전이나 조광조를 다룬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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