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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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One Wonderful Sunday
素晴らしき日曜日
어느 멋진 일요일
  • 1947년 일본 영화
  • 감독: 쿠로사와아키라
  • 장르: 드라마, 로맨스/멜로
  • 상영시간: 110 분
  • 15세이상관람가

 

2 줄거리[ | ]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도쿄. 친구 하숙집에 얹혀 사는 유조와 언니 집에서 열여섯 식구와 함께 사는 마사코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의 데이트가 유일한 즐거움이다. 맛있고 값도 싼 ‘히아신스’라는 이름의 커피숍을 여는 것이 꿈인 두 사람. 하지만 현실은 비참하기 그지없어, 수중에 가진 돈이라곤 35엔이 전부다. 모델하우스도 구경해 보고, 세가 싸다는 아파트도 보러 가지만, 두 사람의 형편으론 그 어느 곳도 무리일 뿐이다. 유조의 친구가 경영하는 카바레에서도 냉대받고, 비를 맞으며 보러 간 연주회는 암표상이 표를 다 사 버려 매진이다. 그러나 두 연인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또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3 # 거북이[ | ]

이게 아주 기묘하고 심심한 영화인데, 전반부는 전쟁통에 빡씨게 살아가는 두 연인의 소박한 연애기가 귀엽게 이어지다가 뒤로 가면서 짜증나는 상황을 길게 묘사하더니 마지막에는 어이없는 방식으로 희망을 찾는 얘기이다. 사실 앞부분은 꽤 재미가 있다. 쿠로사와의 아기자기함이 잘 드러나 있어서 별 내용이 아닌데도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중반부 이후로는 너무 지루하게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하다가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두 연인이 서로 밝은 미래를 떠올리거나 콘서트를 흉내내면서 소리가 들린다는 둥 말도 안되는 전개가 이어지면서 '그래도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와 함께 긴 하루동안의 데이트를 마무리 한다. 이런 것도 특이한 구성이지만 영화 마지막에 갑자기 여자가 관객에게 용기를 달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호소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특이하다. 정부가 이런 것들을 알게 모르게 요구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소화한 것은 역시 쿠로사와가 어릴적부터도 보통 감독은 아니었다는 것은 반증하는 사례로 봐도 좋을게다.

요즘같은 때에 이런 영화를 찍었다간 바로 끝장이겠지만, 이 영화는 일본이 패망한지 겨우 2년 지난 시점에 만들어졌다.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찾아야할지 잘 몰랐을거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쿠로사와가 어떻게든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읽히니까 그런대로 봐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당시에 일본인의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다면 더 절망적이었을 것 같다. 하루종일 돈없어서 고생하다가 비까지 맞아 비참한데 아무도 없는 야외공연장에서 지휘흉내를 내며 콘서트장에 있는듯한 꿈을 꾼다면, 그리고 그 절망감이 실제로 일상이라면 얼마나 꿀꿀하겠는가.

당시의 일본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볼만하다. 패망 직후의 나라 치고는 생각보다 활기차게 이것저것 움직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집값이 갑자기 10배 이상 오르는 등 패망 직후에 물가가 크게 올라 사람들이 고생했다는 것도 읽을 수 있다. 콘서트 값이 만두 네개값 정도밖에 안되는 것을 보아 문화적인 비용에 비해 음식값이 꽤 비쌌다는 것도 보이고, 그 와중에도 클래식 콘서트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은 당대의 강대국이었던 면모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음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캬바레 이런 곳은 성행하여 돈을 꽤 벌었다. 알고보면 인간은 언제 어느 때에도 놀건 다 놀았던 것 같기도 하다. -- 거북이 2007-3-9 11: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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