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언트 음악 이야기

1 개요[ | ]

  • 발신: "the_last_lie" <the_last_lie@y...>
  • 날짜: 2003/9/10 (수) 11:25am
  • 제목: ambient - noise

과연 어디까지가 음악일 수있는지... 이 물음은... 음악을 ambient에 한정한다면...

어디까지를 소음-노이즈라 할 것인가? 라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것 같아요.

ambient는 기존의 녹음된 (록) 음악 보다 노이즈를 흡수하는 면에서 유연성이 강하죠. 이는 기존의 녹 음된 음악에서 노이즈로 간주되던 소리(녹음된, 혹 은 녹음되지 않은 청자 주변의) 가 엠비언트에서는 노이즈가 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노이즈?

노이즈> 청자가 얻고자 하는 정보 즉, 듣고자 하는 음원이 그의 귀에 온전히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일 텐데요. (소리일 수도 있고, 어떤 물체 일 수도 있고)

예를 들면... 귀뚜라미 소리, 비소리, 저음으로 울 리는 대형냉장고의 소리는 '그 분위기에 젖는다'라 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음악을 듣는데 있 어서는 노이즈에 가깝겠죠.

하지만 ambient에서는 틀려요.

[the pearl을 플레이어에 넣는다]

리듬이 있고(rhythmic), 산만하지 않은(unanimous)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비트가 없고, 리듬도 희 뿌연 형체를 드러내다만 비어있는 공간안에서 자연 스럽게 비트를 만들어내죠.

70년대 이노의 엠비언트의 경우에는 록음악에서 중 요시 여기는 리프 혹은 그것을 대신할만한 그 어떠 한 타악적 주제가 뚜렸하게(=청자를 첫번째 리스닝 에서 잡아끌만한?) 제시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는 주기적 성질을 가진 노이즈가 녹음된 사운드 에 적극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릴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의 주변에는 주기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노 이즈는 무한히 많고... 이 노이즈가 녹음된 음악과 만났을때... 매번 다른 음악이 들릴지도 모르죠.

이는 이노가 80년대에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관심을 둔 canonical method가 만들어내는 무한대의 소리 의 조합과도 맥을 같이 하는 아이디어인것 같아요.

---> 무한대의 조합을 가진 음악 (시간)

이처럼 청자 주변의 노이즈를 유연하게 흡수하기 위해서 그가 고안해낸 장치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녹음된 음원에서 감지될랑 말 랑 일정 리듬은 유지하되, 리프 혹은 그와 같은 역 할을 하는 리듬적 요소의 공간은 최대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없애는 것. 그럼으로써 녹음된 리 듬이 청자의 귀를 잡아끌어 주변의 주기적 소리를 놓치게하거나, 그 둘이 서로 대립하여 음악에 집중 할수 없는 상태를 만드는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것.

---> 경계가 밖으로 향해 있으며 동시에 유동적인.

그리고 밴드가 연주한다, 가수가 노래한다, 사람이 말한다, 컴퓨터로 찍어낸다 라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그러니깐 '그저 주변의 소리가 들려온다' 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소리의 질감 역시 '무엇 같은' 이라는 수식어를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예를 들어, 물이 흘러가는 소리 같은, 비가 오는 소리 같은, 대형 냉장고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 같 은, 낙엽 밟는 소리 같은, 혹은 아무런 소리가 들 리지 않는 우주 공간의 소리 같은. 이렇게 체험해 본 소리부터 상상할수 있는 소리까지 범위는 넓은 데... 중요한 것은 '같은'이지 '이다'가 아니라는 것. 단순히 주변의 소리를 녹음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time의 초반부에서 들리 는 시계들의 울음 소리는 비록 그것을 (front, rear) (left, center, right)의 조합으로 삼차원 공간상에서 울려퍼지는 것처럼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상징적 차원 에서 - 사실 이 앨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비유이자 은유임 -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여기서 시계 소리는 시계 소리'이다'. 상당히 depressed 된 감정을 가진) 이 시계 소리는 내 방 벽에 걸린 시계의 소리가 될 수 없다. 소리가 밖으로 뛰쳐나갈 공간의 유연함이 없는 것. 즉, 소리가 안으로 스며들 공간의 자애로움이 없 는 것. closed chambers.

위의 예처럼 핑크 플로이드가 자신들의 음반에 사용한 효과음들과 브라이언 이노가 사용한 그것들의 성질은 전혀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후기로 갈수록 더더욱 그렇다) 상징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 후자의 경우에는 녹음된 공간과 들려지는 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

흔히 브라이언 이노의 환경-엠비언트를 들을 때는 최대 한 들릴까 말까한 낮은 볼륨으로 설정해야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주변부의 소리가 녹음된 소리에 의해서 뭍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비오는 날 the pearl이나 apollo 를 들을 때... 빗소리 보다 시디의 볼륨을 약간 작게하 는 것이 더 느낌이 좋더라구요.

몇몇 변태적인 뮤지션-_-; 들에 의해서 자행되는 자연음 채집 (변기 내리는 소리라던가, 방귀뀌는 소리 같은/ 이때 갑자기 떠오른 로저 와터스-_-;) 은 특정 상황을 대변하거나, 어떤 분위기를 자아 내는 것이지, 청자 주위의 소리를 흡수해서 녹음 된 음악이 그 존재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 죠. (음... 물론 화장실에서 변기를 내리지도 않 았는데 변기 내리는 효과음을 내주면... 색다는 느낌이 들지도. 왠지 주온스럽군. 끄거거거-_-;)

갑자기 정리가 안되는데 (수줍*)

여하튼 제가 이해하는 환경음악은 청자 주변의 소리를 흡수하여 자신의 존재의 영역을 외부로 넓혀가는 또한 그 경계가 유연하게 변하는 '녹음된' 음악이네요.

이노도 이런 식의 엠비언트-환경음악에선 그다지 많은 수의 작품을 남기고 있지는 않죠. 80년대에는 아프로 비트, spoken language에 좀더 비중을 두었고, 90년대 에는 다소 목적이 모호해진듯.

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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