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하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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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면장을 하지 라는 말이 있다. 뭐 좋은 속담이긴 하지만 이 말은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있다. 면장을 하면 면장일을 알게된다는 것이 나머지 절반이다.

이것에 대해 몸으로 느끼게 된 계기는 수학이었다. 어디가서 나 수학 잘해라고 말할 수준은 안되지만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수학으로 진학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는 했다. 내 고딩시절 가장 시간을 많이 부어 공부한게 수학이었고 고3때 가장 심각하게 진학을 고려했던 과도 수학과였다. 그리고 대학때 판 사기 위한 자금원도 수학 과외선생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알게모르게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며 살았고 사실 지금도 조금 그러한 편이다. 과외하면서 애들에게 나는 주입식 교육을 시켰다. [ 물론 그들이 따라와주진 않았지만...-_-+ ] 원리를 가르친다는 것이 훨씬 돌아가는 길임을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조그만 도구들[ 여기에는 공식들도 포함됨 ]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서 맞추었을때 느끼는 쾌감이야 말로 원리를 알게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재수를 준비하는 내 친구가 있었다. 이녀석은 나머지 과목은 괜찮았는데 수학이 문제였다. 그래서 한 반년 수학만 해서 다른 애들을 따라잡으려는 야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그녀석에게 한 말은 이거였다.

네가 그 시간동안 한다고해서 그정도 수준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래서도 안돼.

오만 방자한 발언이긴 했지만 그녀석도 부정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가장 좋은 길[ 正道? ]을 걷고있을동안 다른 짓을 해놓구선 지름길로 갈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결국 그 친구는 대학 다니다가 편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학교를 다니고있다. 여기서 말한 가장 좋은 길은 내 생각에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다. 우리나라 입시구조상에서 룰만 알아서는 그 짧은 시간 내에 풀 수가 없다. 패턴을 외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결코 바람직하진 않지만 이러한 방법을 통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평균적인 수학실력은 세계 탑수준에 있다.

두번째로 그런 것을 느낀 것은 음악을 들을 때였다. 지금 나는 음악 자체를 즐기고 있고 누가 음악듣는 방법을 물어볼 때 즐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솔직한 대답이 아니다. 뭐 좋은게 좋은거니까 HOT를 듣건 GOD를 듣건 상관없다. 하지만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를 듣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그러한 것이 락음악에는 있다. HOT같은 애들 판은 한 만장을 들어도 느낄 수 없다. 나는 처음에 이런 것들에 현혹되었고 따라서 내가 음반을 구입한 것은 어디서 얼핏듣고 좋아서라기 보다는 대개 나름대로 내가 정한 커리큘럼을 따라서 ^공부^하듯 산 것들이었다. 물론 싫으면 안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좋기때문에 들었다는 말은 그다지 순수한 말이 아니다. 들었기때문에 좋은 것을 안 경우가 더 많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백지상태인 나 자신[ 아니면 성장기에 있는 90년대생 꼬마들 ]에게 어떤 계기로 자극이 다가가느냐 바로 그것이다. 대신 그 자극을 수용할것인가 말것인가는 나 자신[ 과 꼬마들 자신! ]이 선택하게 해야한다. 아마 어른들이 말하는 세상경험의 중요성 같은것도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생각한다.

솔직히말해 나는 중고등대학교 시절이 너무 아깝다. 전혀 즐기지 않은것도 아니었고 나는 개중 공부랑 친한 편이어서 학교가는 것이 그리 싫은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의 폭풍같은것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 그때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다른 일들을 할 기회를 나는 잃었다. 대학교때까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나의 무지로 인해 원치도 않는 공부를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날렸다. 12년동안 우등생으로 보낸 녀석이 지가 좋아하는것이 뭔지도 잘 모른다는 것은 제도교육의 허상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주입식교육(?)을 지지하지만 학교와 같은 제도권 교육이 싫은것이다. 그리고 나를 방목하듯 키우신 우리 부모님을 존경한다.

쓰다보니 조금 이상한 쪽으로 얘기가 흘러갔는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손댔다면 열심히 하란 말이다. 열심히 해보고 아니다싶으면 손 떼란 말이다. 그리고 이건 바로 나에게 하는 말이다. 지금 불가항력적으로 하고있는 일들이 있지만 어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서 그 지긋지긋한 닭짓을 이젠 때려치우라는 독려이다. 잘하자, 씨발.

--거북이, October 11, 2001 (11:17) IP Address : 211.39.30.120


  • 종현 : 음 부럽네요 수학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이 최근에 티비에서 본 한 특이한 수학 선생님이 계셨는데 자신이 직접 남편이랑 아들이랑 비디오로 찍어 상황을 연출 하면서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비디오로 보여 주시면서 수학에 대한 아주 쉽고 동기 부여가 놓은 수업을 하시는 것을 봤는데 그런 선생님에 저도 중학교 시절 아주 1년 만이라도 지도해 주셨더라면 저도 수학을 생활속에서 찾는 그런 수학에 매력에 흠뿍 빠져 살았지 않나 싶네요 ^^ ::: 2001/12/19
  • 안형주 : 그 친구가 누군지 대충알거 같다.....-_-;;;; ::: 2001/10/25
  • sondon : 면장짓이 닭질이라도 배운게 그 짓이라는 ... ::: 2001/10/16

View Articles Name 최우람 Subject 깔끔하구나.

너의 외모와 다르게 게시판이 매우 깔끔하구나. 그러나 수학은 싫다. 왜냐고 묻지 마시라. 이미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싫어한지라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듬어 생각해보면 이유가 흐릿하게나마 기억난다.

우선 빼먹으면 다음것을 할 수 없다는데 있다. 다른것은 몇개월 또는 한 1~2년 때려쳐도 금새 따라 갈 수 있다. 허나 수학은 그러하지 못다. 환장 할 노릇이다. 질풍노도의 시기 누구나 잠시 쉴때가 있다. 이때 쉰놈들은 대학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데 그 결정적 역할을 하는것이 수학이다. 정철은 모르지만 다수의 골통들은 경험상 잘 알다시피 매 학년초에 수학만은 철저히 해야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 조차 않하는놈은 영영 대학과 빠이빠이 하게 된다. 우찌 되었건 이런 생각을 하고 신학기 빳빳한 교과서를 움켜쥔채 각종 참고서를 사서 몇일간 수학에 정진하게 된다.
허나 좌절한다.
이과에서 배우는 것이 아닌 전에 꼭 알았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속속 등장한다. 아아 거기서 주저 앉는다. 나처럼 혹은 철이 글에 등장한 그 친구 마냥. 그럼 짜증나서 때려치고 또 다음해에 똑같은 짓거릴 반복한다. 그러다가 끝이다.

정규교육 끝 영영 수학과는 볼 일 없게 되고 기억속의 수학은 지랄 같은 과목 해도 않되는 과목 서울 사수 싶패에 결정적 요인을 한 과목 등으로 남게 된다. 뭐 영어는 안그러냐 과학은 안그러냐 그러실 분들이 많겠지만 일단 영어는 빡시게 단어 좀 외우면 수능은 대충 커버 한다. 일년은 무신 한 6개월만 하면 된다.
과학은 말 할 필요 없이 수학과 많은 부분을 공유 하고 있다. 특히 물리. 그래서 수학 못하는 놈들은 물리도 못한다. 생물은 그림보고 외우면 되니까 단기 완성 가능. 화학도 주기율표 외우고 이거 저거 외우면 되고. 지구과학도 어떤 돌이 어서 생기는지 외우고 뭐 이러면 된다. 내가 입시를 무려 3번이나 본 봐에 따르면 이렇다는 거다.

글이 길어지는데 뭐 어떠냐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개통기념으로 이빠이 써주마. 하여간 수학은 대한민국인에게는 매우 짜증나는 존재였음에 틀림 없다. 일단 수능 3%와 10%인 학생의 성적표를 보면 자명하다. 수탐 1과 수탐2 성적 빼곤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수탐 2도 차이가 나지만 결정타는 수탐1이다. 이놈의 수학.

철이가 말한대로 이놈의 수학이란게 몇개월에 되는게 아니다. 몇개월 하나 아예 안하나 그게 그거다. 고로 재수 할때는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다. 붙들고 있다가 삼수의 길로 가는 이들도 많지만.. 근데 대체 뭐가 문제 길래 애들이 수학을 못하는 것인가.. 선생탓인가. IP Address : 211.240.246.7

  • 정철 : 내 게시판 애독자중 한녀석이 거한 글을 남겨주었구먼. 수학에 맺힌 네 한은 장난이 아니구나. 가끔 여기다 네 생각도 긁어놓구 가기 바란다. 리포트같은거 열심히 썼는데 버리기 아깝잖냐 뭐 그런거 말이지. 그리고 이젠 육두문자를 쓸 수 있다네 친구. 내가 깜빡하고 필터링 기능을 안 빼놨었네. 미안허이. ::: 2001/10/11
  • 최우람 : 씨팔 젠장 니미 지랄 아싸 좋구나.. ::: 2001/10/11
  • 종현 : 음 정철씨 친구분 이신 우람씨 참 마음에 드는 분이네요. 시워한 면이 너무 보기에 제 가슴을 뻥 뚫어 놓으시네요 ^^ ::: 200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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