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소년

1 少年[ | ]

芥川龍之介 作
누가 번역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있어서 올려본다.

1.1 一. 크리스마스[ | ]

작년 크리스마스 오후, 호리가와 야스키치는 스다쬬우 모퉁이에서 신바시행 승합자동차에 탔다.

다행히 그의 자리는 있었으나, 차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뿐만아니라, 지진후 동경의 도로는 자동차가 춤을 추게 하는 것조차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야스기치는 오늘도 평소처럼 주머니에 넣어 둔 책을 꺼냈다. 그렇지만 카지쪼우도 못 오는 동안에 독서는 버얼써 단념했다. 이 속에서 책을 읽는다고 하는 것은 기적을 행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기적은 그의 직업이 아니다. 아름다운 원광을 머리위에 이고 있는 옛날 서양의 성자들의 것, 아니, 그의 옆에 앉은 카톨릭교 선교사는 눈 앞에서 기적을 행하고 있다. 선교사는 뭔가를 잊은 사람처럼 작은 횡문자로 된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다. 나이는 벌써 50을 넘겼을 것이다. 철테 안경을 낀 닭처럼 얼굴이 빨갛고 짧은 구렛나루가 있는 프랑스인이다. 야스키치는 곁눈질로 잠깐 책을 훔쳐본다, Essai les....(...에 관한 시론) 다음은 뭔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내용은 어쨌거나, 노랗게 바랜 종이에 활자가 깨알 같은, 도저히 신문을 읽듯이 읽을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야스키치는 이 선교사에게 가벼운 경의를 느낀 채 멍하니 공상에 잠기기 시작했다. 많은 작은 천사가 선교사의 주위에서 독서의 평안을 지키고 있다. 물론 이교도인 승객중 누구하나 작은 천사가 보이는 이는 없다. 그러나 5,6명의 작은 천사는 챙이 넓은 모자 위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공중회전을 하기도 하며 여러가지 곡예를 부리고 있다. 라고 생각할 때, 어깨 위에 나란히 앉아있던 5, 6명도 승객들의 얼굴을 둘러보면서 천국에서 일어난 일을 서로 주고 받고 있다. 어어, 한명의 작은 천사가 귓구멍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가 하면 콧잔등 위에도 한명, 능숙하게 안경테에 타고 앉아 있다.

자동차가 멈춘것은 오텐마쪼우다. 승객 3,4명이 동시에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선교사는 어느틈에 책을 무릎에 놓고 두리번 두리번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자, 승객이 내리자마자 11,12세의 소녀가 한명 맨먼저 자동차에 들어왔다. 퇴홍색의 양복에 하늘색 모자를 뒤로 젖혀쓴 묘하게 건방진 듯한 인상의 소녀다. 소녀는 자동차의 한가운데 있는 놋쇠기둥을 움켜쥔채 양쪽 좌석을 둘러보았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어느쪽에도 자리는 없다.

아가씨, 여기에 앉으세요.

선교사는 뚱뚱한 허리를 일으켰다. 말은 꽤나 능숙한, 그러나 코먹은 소리를 하는 듯한 느낌의 일본어다.

고마워요

소녀는 선교사와 바꾸어 야스키치의 옆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또, '고마워요'라고 했던 그 억양도 되바라진 것이었다. 야스키치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렸다. 원래 아이는 -특히 소녀는 2천년전 오늘 베들레햄에서 태어난 아기와 같이 청정무구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 중에도 악당이 없을 리가 없다. 그런 것을 모조리 신성시하는 것은 세계에 편만해 있는 센티맨탈리즘이다.

아가씨는 몇살이예요?

선교사는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벌써 무릎 위에 털실 뭉치를 굴리면서 마치 능숙하게 뜰 줄 아는 사람처럼 바늘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눈은 주의 깊게 바늘 끝을 쫒아가면서 거의 아양을 부리듯 대답을 했다.

저요? 저는 내년에 12살
오늘은 어디에 가시는 중입니까?
오늘은 벌써 집에 가는 중!

자동차는 이런 문답을 하는 중에 긴쟈를 달리고 있다. 달리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퍼덕퍼덕 날개 짓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치 옛날 갈릴리호수에서 폭풍우를 만난 그리스도의 배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키가 큰 선교사는 뒤로 돌린 손으로 놋쇠 기둥을 부여잡은채, 몇번이나 머리를 천정에 부딪혔다. 그러나 일신의 안위 따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의지에 맡겼는지, 역시 미소를 띠우면서 소녀와 문답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이 몇일인지 알고 계십니까?
12월 25일 이죠?
네, 12월 25일 입니다. 12월 25일은 무슨 날입니까? 아가씨,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야스키치는 또한번 얼굴을 찡그렸다. 선교사는 교묘하게 그리스도교 전도로 옮겨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코란과 함께 검을 움켜 쥐었던 마호메트교의 전도는 검을 쥠으로 하여 인간동료들에 대한 존경과 정열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전도는 전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 마치 옆집에 양복점을 낸 것을 가르쳐 주듯이 은근하게 신을 가르친다. 혹은 그래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면 이번에는 외국어 수업료 대신 신앙을 팔 것을 권하는 것이다. 특히 소년 소녀들에게 그림책과 장난감을 주는 동시에 한편으로 몰래 그들의 혼을 천국으로 유괴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범죄로 불러야만 한다. 야스키치의 곁에 있는 소녀도, 그러나 소녀는 변함없이 뜨게질을 하면서 침착한 대답을 하고 있다.

네, 그것은 알고 있어요.
그럼,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아신다면 말해 보십시오.

소녀는 드디어 선교사의 얼굴에, 생기있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의 눈길을 뿌렸다.

오늘은 내 생일!

야스키치는 무심코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벌써 신중하게 뜨게질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어떻게 말을 할까, 좀 전에 생각했던 건방짐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상냥하고 귀여운 중에도 지혜의 빛을 비추는, 어린 마리아에게도 뒤지지 않는 얼굴이다. 야스키치는 어느틈엔가 자신이 미소짖고 있음을 발견했다.

오늘은 당신의 생일!

선교사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이 프랑스인이 웃는 모습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착한 거인이 웃는 것 같다. 소녀는 이번에는 의아한듯이 선교사의 얼굴을 올려 보았다. 올려 본것은 소녀뿐이 아니다. 바로 앞에 있는 야스키치를 처음으로 양쪽에 앉은 승객이 모두 선교사에게 눈을 모았다. 단, 그들의 눈에 있는 것은 의혹도 아니며 호기심도 아니다. 모두 다 선교사의 요란한 웃음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미소다.

아가씨, 당신은 참으로 좋은 날 태어났군요. 오늘은 이 세상에서 더 없는 생일입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축복하는 생일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어른이 되었을때는요, 당신은 분명히...

선교사는 말을 건네면서, 자동차 안을 둘러보았다. 동시에 야스키치와 눈이 마주쳤다. 선교사의 눈은 철테안경너머에서 기쁨의 눈물로 빛나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그 행복에 가득찬 회색 눈 속에 모든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소녀는 -소녀도 드디어 선교사가 웃기 시작한 이유를 알게 된 것인지, 지금은 다소 토라진 듯이 일부러 발을 흔들거리고 있다.

당신은 분명히 현명한 부인이-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입니다. 그럼 아가씨, 안녕. 나는 내릴 때가 되었으니 그럼-

선교사는 또 아까처럼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 보았다. 자동차는 바로 사람들로 북적대는 오하리쪼우의 네거리에 멈췄다.

그럼 여러분 안녕히.

수시간 후, 야스키치는 역시 오하리쪼우의 어느 판자건물 카페 한구석에서 이 작은 사건을 생각해냈다. 그 뚱뚱한 선교사는 전등에 불이 켜진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스도와 생일이 같은 그 소녀는 저녁상에 앉아서 아빠 엄마에게 오늘 아침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야스키치도 20년전에는 세파(世波)의 고(苦)를 모르는 소녀처럼, 혹은 죄없는 문답 앞에서 세파의 고를 잊었던 선교사처럼 작은 행복을 소유하고 있었다. 대덕원의 잿날 포도과자를 팔던 것도 그 무렵이다. 니주우로우라는 큰 요리집에서 활동사진을 본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혼죠후까가와는 아직도 잿더미인가?
네, 그렇겠지요, 요즘 요시하라는 어때요?
요시하라는 어떨까? ---아사쿠사에는 요즘 양가집 규수들이 매춘을 하러 나와 있다더군.

옆 테이블에는 장사꾼 2명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어쨌든 상관이 없다. 카페 중앙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은칠을 한 침엽수 가지에 장난감 산타크로스와 별 따위를 늘어 뜨리고 있다. 가스난로의 불꽃도 불긋불긋 그 가지를 비추고 있다. '온세상이 축복하는 생일'이다. 야스키치는 식후 홍차를 앞에 두고 멍하니 담배를 피우며 큰 강 저어편의 사람이었던 20년전을 꿈꾸어가기 시작했다.

이 수편의 소품은 한대의 담배가 연기가 되어 가는 중에 속속 야스키치의 마음을 스쳐간 추억 두세개를 기록한 것이다.

1.2 二 . 길 위의 秘密[ | ]

야스키치가 4살 때이다. 그는 쯔루라고 하는 계집종과 함께 큰 도랑가에 난 길을 마침 걷고 있었다. 거뭇거뭇한 빛을 띤 도랑의 건너편은 後에 료오코쿠 정류장이 된, 有名한 오타게구라의 대나무 숲이다. 이곳의 일곱가지 不可思議 중 한가지인 바보너구리 이야기는 이 숲의 이야기인 것 같다. 적어도 야스키치는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몰라도 "놓고가라는 낚시구멍"과 "한쪽만 자라는 갈대"이야기도 이 대숲에 있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기분나쁜 숲의 너구리도 어딘론가 쫓겨간듯이, 햇살속의 투명한 바람이 노랗게 바랜 대잎을 살랑이고 있다.

도련님, 이게 뭔지 알아요?

쯔우야(야스키치는 그녀를 이렇게 불렀었다)는 그를 부르며 사람의 왕래가 적은 길 위를 가리켰다. 흙이 말라붙은 길바닥 위에는 상당히 굵은 線이 한줄, 희미하게 저어쪽으로 뻗어 있다. 야스키치는 前에도 이와 비슷한 것을 길 위에서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뭘까요 도련님, 생각해 보셔요.

이것은 쯔우야가의 常套手段이다. 그녀는 무엇을 물어도 바로 가르쳐주는 적이 없었다. 반드시 한번은 嚴格하게 [생각해 보셔요.]를 반복했다. 嚴格하게---그렇지만 쯔우야는 엄마처럼 나이가 든것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겨우 15,16세가 된 사마귀가 있는 어린처녀였을 뿐이다. 원래 그녀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야스키치의 敎育에 힘을 쏟아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도 쯔우야의 이 親切에는 감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녀도 이 말의 뜻을 본래부터 진짜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분명히 옛날만큼 집요하게 뭐든지 [생각해 보세요]를 반복하는 愚를 免할수 있었을 것이다.야스키치는 이후 30년간, 여러가지 問題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곘다는 것은 그 賢明한 쯔우야와 함께 큰 도랑가 를 걷던 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

어머, 이쪽에도 또 하나 있지요? 네? 도련님 생각해 보세요. 이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쯔우야는 아까처럼 길위를 가르켰다. 과연 똑같은 굵기의 線이 3尺정도의 거리를 두고 흙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嚴肅하게 생각을 해 본 후 당당하게 그 答을 찾아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어떤애가 한 것이겠지.나무나 뭐를 들고 와서 ?
그렇지만 두개가 나란히 있지요?
그러니까, 둘이서 했으니까 두 줄기가 된거야.

쯔우야는 방글방글 웃으면서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야스키치는 물론 不平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全知였다. 말하자면 Delphi의 巫女였다. 길위의 秘密도 이미 옛날부터 看破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야스키치는 점점 不平대신에 이 두줄기의 線에 敬意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 뭐야? 이 두줄기가.
뭘까요. 어머, 저어쪽까지 똑같이 두줄기가 나란히 있네요?

실제로, 쯔우야가 말한 대로 한쪽의 線이 구불구불할 때는 건너편의 줄도 구불구불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이 두개의 線은 희뿌연 길이 이어진 저어쪽으로, 永遠 그자체처럼 通하고 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가 만들어 놓은 표시인가? 야스키치는 幻燈 속에 비추인 蒙古의 大砂漠을 기억해 냈다. 두둘기의 線은 그 사막에도 역시 가늘게 이어지고 있다.........

야아, 쯔우야, 뭐야 말해봐.
글쎄, 생각해 보세요. 뭔가 두개가 짝이 되어 있는 것이니까. ---뭘까요, 두개가 갖추어져 있는 것은?

쯔우야는 모든 巫女들이 그러하듯 막연하게 暗示를 줄 뿐이다. 야스키치는 곰곰히 젓가락인가, 장갑인가, 큰북을 두드리는 막대기인가하고 두개로 짝이되는 것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것도 쉽게 만족을 표하지 않는다. 그저 妙하게 미소지으며 변함없이 [아니요.]를 반복하고 있다.

이봐, 가르쳐 줘. 말해봐, 쯔우야. 바보같은 계집!

야스키치는 드디어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조차 그의 뗑깡에는 싸움을 피하는 정도였다, 그것을 원래부터 돌보아온 쯔우야도 역시 잘 알고 있는 터였으므로 그녀는 바로 길위의 秘密을 說明했다.

이것은 자동차 바퀴자국이예요.

이것은 자동차의 바퀴자국이예요! 야스키치는 어안이 벙벙한채 흙길에 계속되는 두둘기의 線을 지켜보았다. 동시에 大砂漠의 空想따위는 蜃氣樓처럼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그저 흙투성이의 貨物車가 한대, 쓸쓸한 그의 마음 속에 스스로 바퀴자국을 그리고 있다. .......
야스키치는 지금까지 이때 받은 큰 敎訓을 銘心하고 있다. 30년 동안 생각을 해보아도, 뭐하나 분명히 알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幸福인지도 모른다.

1.3 三 . 死[ | ]

이것도 이 시절의 이야기이다. 저녁飯酒 상에 앉은 아버지는 로쿠헤에이가 만든 술잔을 손에 든채, 어떤 순간엔지 이렇게 말했다.

드디어 축하할 때가 되었나, 저어 마키쪼우의 二彈琴 師匠도....

램프의 빛은 선명하게, 黑漆을한 상 위를 비추고 있다. 이럴때의 상 위만큼 아름다운 色彩로넘치는 것은 없다. 야스키치는 지금까지 음식의 色彩---가라스미, 야끼노리, 스가끼, 라쿄오 따위의 色彩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시에 좋아하던 色이 그렇게 고급스런 色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독하게 자극적인 생생한 色彩일 뿐이다. 그는 그날 밤도 상 앞에서 한줌의 海草를 베고 누운 참치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술이 얼큰해진 아버지는 그의 藝術的 感興조차도 物質的 慾望으로 해석했던 것일까, 상아젓가락을 들었다고 생각했더니 어느새 그의 코 앞에 간장냄새가 상큼한 회 한조각을 내미는 것이다. 그는 물론 한입에 먹었다. 그리고나서 感謝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이렇게 아버지에게 말을 건냈다.

아까는 이웃의 師匠님, 지금은 내가 축하받게 됬구나.

아버지는 물론 엄마와 伯母도 일시에 와아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분명 그 웃음은 奇智가 충만한 그의 答을 완전히 理解한 웃음만은 아닌것 같았다. 이 의문은 그의 自尊心에 多少의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웃겼다는 것은 어쨌거나 큰 功勳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또 가족을 유쾌하게 했다는 것으로 그 自身 지극히 유쾌한 것이다. 야스키치는 즉시 아버지와 똑같이 가능한한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웃음소리가 멎은 후에 아버지는 아직도 微笑를 머금은채, 큰 손으로 야스키치의 어깨를 두들겼다.

축하하게 됬다고 하는 것은 말야, 죽어버렸다고 하는 말이야.

모든 答은 쟁기처럼 問의 뿌리를 분명히 파헤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옛물음 대신에 새로운 물음을 뿌리는 전지가위의 役割밖에 아닌 것이다. 30년전의 야스키치도 30년 후의 야스키치처럼 드디어 答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이번에는 그 答속에서 새로운 물음을 發見했다.

죽어버린다는게 어떻게 하는 거야?
죽는다고 하는 것은 말야, 그렇지, 너는 개미를 죽이지...?

아버지는 유감스럽게도 죽음이라는 것을 說明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說明도 少年의 論理를 固守하고 있는 그에게는 조금도 만족을 주지 못했다. 그에게는 죽임을 당한 개미가 달릴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죽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에게 죽임을 당한 것 뿐이다. 죽은 개미라고 하는 이상 특별히 그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가만히 달리지 않고 있는 개미가 아니면 않되었다. 그런 개미는 石燈 밑이나 모찌기(상록수)의 뿌리 근처에서도 한번도 본 記憶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무슨 영문인지 그 差別을 전혀 認定하고 있지 않았다.

죽임을 당한 개미는 죽어버렸지?
죽임을 당한 개미는 죽임을 당한 것 뿐이잖아요?
죽임을 당한거나 죽은거나 똑같은 거야.
그런데, 죽임을 당한 것은 죽임을 당했다고 말하잖아.
어떻게 말하든 같은 것이란 말야.
아냐,아냐, 죽임을 당한거랑 죽은거랑은 똑같은게 아니야!
바보, 뭐라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녀석이구만.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은 야스키치가 울기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야단을 맞는다고 해도 알수 없는 것이 알아질 道理는 없다. 그는 그후 수개월간 마치 뛰어난 哲學者처럼 죽음이라는 問題를 계속 생각했다. 죽음은 不可解 그 自體다. 죽임을 당한 개미는 죽은 개미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죽은 개미인 것이다. 이처럼 魅力的인 秘密로 가득한, 붙잡을 도리가 없는 問題는 없다. 야스키치는 죽음을 생각하는 중에 어느날 回向院의 境內에 보이는 두마리의 개를 기억했다. 그 개는 지는 해 속에 서로 등을 향한채, 한마리처럼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묘하게 嚴肅했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도 저 두마리의 개와 닮은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저녁무렵이다. 야스키치는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어둑어둑한 목욕통에 들어가있었다. 들어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몸을 씻고 있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가슴정도까지 오는 물이 있는 목욕통에 겁먹고 들어가 서서 하얀 삼각돛을 단 帆船의 處女航海를 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는 중에 누가왔는지 어쩐지, 쯔루보다 나이가 많은 계집종이 김이 가득 서린 유리문을 열고 비누투성이가 된 아버지를 향해 주인어른인가 뭔가하는 말을 걸었다. 아버지는 몸을 씻다가 알았어, 간다 하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나서 또 야스키치에게 얼굴을 돌리고[너는 아직 들어가 있어, 금방 엄마가 들어 올거야.]하고 말했다. 물론 아버지가 없더라도 帆船의 處女航海에 차질이 생길리는 없었다. 야스키치는 잠깐 아버지를 보고[으응]하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몸을 씻자 젓은 수건을 어깨에 걸친채 [영차!]하고 뚱뚱한 허리를 일으켰다. 야스키치는 그래도 기민하게 帆船의 삼각돛을 펴고 있다. 그러나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에 문득 다시 눈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바로 수증기 속에 벌거벗은 등을 보인채 목욕실의 저어쪽으로 나가는 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아직 세었을 리가 없다. 허리도 젊은 사람처럼 곧다. 그러나 그런 뒷모습이 왠지 4살의 야스키치에게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아버지]---일순간 帆船도 잊은 그는 무심결에 그렇게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두번째 유리문 소리는 조용히 아버지의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다음에는 그저 뜨거운 물냄새가 가득히 희뿌였게 퍼져갈 뿐이었다.
야스키치는 고요해진 목욕실 속에서 큰 눈을 떳다. 동시에 종래까지 不可解였던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發見했다. ---죽음이란 결국 아버지의 모습이 永遠히 지워져버리는 것이다!

1.4 四. 海[ | ]

야스키치가 바다를 안것은 5세인가 6세때의일이다. 그렇지만 바다라고 하는 것이 萬里大洋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오모리 海岸의 비좁은 東京彎을 안 것이다. 그러나 비좁은 東京彎도 당시의 야스키치에게는 驚異였다. 나라朝의 佳人은 바다를 그리는 사랑을 [큰배가 향긋한 바다에 닻을 내리고 누군가 愁心에 잠겨있구나]라고 노래했다. 야스키치는 물론 사랑도 모르고 万葉集의 노래따위는 더욱이 알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햇살에 煙氣를 뿜는 바다는 어딘지 슬픈 神秘를 느끼게 한다는 것은 事實이다. 그는 바닷가에 갈대차양을 펼친 찻집 난간에서 언제까지나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엔 하얗게 반짝이는 돛단배가 몇척이나 떠있다. 긴 연기를 하늘에 걸친 두개의 굴뚝을 가진 汽船도 떠있다. 날개가 긴 한무리의 갈매기가 마치 고양이처럼 울면서 海面을 비스듬히 날아 갔다. 저 배와 갈매기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버리는 것일까? 바다는 다만 몇겹이나되는 김양식장 저어 건너에서 파아랐게 뿌예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바다의 不可思議를 한층 분명하게 느낀것은 벌거숭이가 된 아버지랑 叔父와 도오아사의 갯벌에 내려갔을 때이다. 야스키치는 처음으로 모래 위에 조용히 다가오는 잔물결을 맞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버지랑 叔父와 함께 바다속에 들어갔던 2,3분간의 느낌이었다. 그 후 그는 잔물결은 물론, 모든 바다의 즐거움을 享有했다. 찻집 난간에서 바라보고있던 바다는 어딘가 모르는 얼굴처럼, 진귀한 동시에 좀 으시시한게 기분 나빴었다. ---그러나 갯펄에 서서 본 바다는 큰 장난감 상자와 같은 것이다. 장난감 상자!
그는 실제로 神처럼 바다라고 하는 세계를 장난감으로 삼았다. 게와 고동은 눈부신 갯펄을 우왕좌왕 걸어다닌다. 파도는 지금 그의 앞에 한무더기의 海草를 갖다 놓았다. 저 나팔처럼 생긴 것도 고동이라고 하는 걸까? 이 모래 속에 숨은 것은 모시조개라는 것이 틀림없어......
야스키치의 享樂은 壯大했다. 그러나 이런 享樂 속에서도 多少의 寂寞함은 없을리가 없다. 그는 從來 바닷색이 파랗다고 믿어왔었다. 료오코쿠의 다이헤에에서 팔고있는 겟코오나 도시가타의 비단 그림을 시작으로 당시 流行하는 石版畵의 바다는 모두 똑같이 새파랗었다. 특히 잿날의 가라쿠리(요지경)가 보여주는 黃海의 海戰 光景은, 黃海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독할 정도로 파란 바다에 흰파도가 춤추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바다의 色은---과연 눈앞의 바다色도 먼바다만은 파란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갯펄과 가까운 바다는 조금도 파란색을 띠고 있지 않다. 정확히 시궁창의 고인물과 구별이 않될 꾸정물 색이다. 아니 꾸정물보다도 한층 선명한 대자色을 띠고 있다. 그는 이 대자색 바다에 期待를 배반당한 쓸쓸함을 맛보았다. 그러나 또 동시에 용감하게도 잔혹한 現實을 承認했다. 바다를 파랗다고 생각한 것은 머언 바다만을 본 어른들의 過誤다. 이것은 누구라도 그처럼 해수욕을 해보기만 한다면 異見이 없을 眞理임에 틀림없다. 바다는 실제로는 대자색을 띠고있다. 빠께쓰에 낀 녹물을 닮은 대자색을 띠고 있다.
30년전의 야스키치의 態度는 30년 후의 야스키치에게도 그대로 들어맞는 妥當한 態度이다. 대자색 바다를 承認 한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빨랐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또 그 대자색 바다를 파란색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쓸데 없는 努力浪費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대자색바다의 갯펄에 아름다운 조개를 發見하자. 바다도 그러는 중에 머언 바다처럼 파랗게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將來를 憧憬하기 보다는 오히려 現在에 安住하자.---야스키치는 豫言者的 精神에 충만한 2,3명의 친구를 尊敬하면서, 그러면서도 한층 더 아래 마음 속으로는 변함없이 홀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오모리의 바다로부터 돌아온 날, 엄마는 어딘가에 갔다 오면서 일본 옛이야기 중에 있는 [우라시마타로오]를 사 오셨다. 이런 옛날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하는 것도 즐거움이었음은 물론이나, 그는 그 외에 또 하나의 즐거움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갖고 있는 水彩畵 물감으로 하나하나 揷畵를 색칠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우라시마타로오]에도 서둘러 색칠을 하기로 했다. [우라시마타로오]는 한권에 딱 열장의 揷畵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우라시마타로오가 龍宮을 나가는 場面을 색칠하기 시작했다. 龍宮은 녹색 기와지붕에 빨간 기둥이 있는 宮殿이다. 오또히메는-그는 잠시 생각한 후 오또히메도 역시 衣裳만은 빨간색을 칠하기로 했다. 우라시마타로오는 생각할 것도 없다, 漁夫의 옷은 짙은 監色, 허리도롱이는 엷은 노랑색이다. 다만 가느다란 낚싯대를 쭈욱 노랑색으로 칠하는 것은 의외로 그에게 어려운 일었다. 초록거북도 껍질만을 초록으로 칠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바다는 대자색이다. 바께쓰의 녹을 닮은 대자색이다. -야스키치는 이러한 色彩의 調和에 藝術家처럼 滿足을 느꼈다. 특히 오또히메와 우라시마타로오의 볼에 주홍색을 더 칠한 것은 상당히 生動感을 준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허둥지둥 엄마에게 그의 作品을 보이러 갔다. 뭔지 바느질을 하고 있던 엄마는 안경너머로 揷畵의 色彩를 들여다 보았다. 그는 당연히 엄마의 입으로 부터 칭찬의 말이 나올 것을 期待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이 色彩에도 그처럼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바다색이 이상한데, 왜 파랑을 칠하지 않았니?
그런데, 바다는 원래 이런색인걸
대자색 바다가 어딨어?
오오모리의 바다는 대자색이잖아?
오오모리의 바다도 파란색이야.
으응? 바로 이런색을 하고 있었어.

엄마는 그의 고집에 그냥저냥 경탄을 섞으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을 해도,---아니, 뗑깡을 부리며 우라시마다로오를 뺐어 찢어버린 후에도, 이 의심할 여지도 없는 대자색 바다 만큼은 믿어주질 않았다.........
{海}이야기는 이것뿐이다. 그렇지만 오늘의 야스키치는 이야기의 形式을 갖추기 위하여, 훨씬 小說의 結末다운 結末을 짓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예를 들어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이런 몇줄을 덧붙이는 것이다. [-야스키치는 엄마와의 問答 중에 또하나의 重大한 發見을 했다. 누구나 대자색의 바다에는,-人生에 가로놓인 대자색의 바다에조차 쉽게 눈을 감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事實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滿潮에는 오오모리의 바다에도 파아란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現實이란 대자색의 바다인가, 그렇지 않으면 역시 파란 바다인가?
結局은 우리들의 리얼리즘도 더더욱 可望이 없는 것이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아울러 야스키치는 앞에서 처럼 無技巧로 이야기를 끝내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形式은?---藝術은 諸君들이 말하는 것처럼 무엇보다도 우선 內容이다. 形容따위는 어쨌거나 지장이 없다.

1.5 五 . 幻 燈[ | ]

이 램프에 이렇게 불을 붙입니다.

玩具店 主人은 금속으로 된 램프에 노오란 성냥불을 붙였다. 그리고나서 幻燈 뒤의 門을 열고 살짝 그 램프를 機械속에 넣었다. 7살의 야스키치는 숨도 못쉬고 테이블 앞에 다시 앉은 主人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다. 깨끗하게 머릿카락을 왼쪽으로 나눈, 妙하게 창백한 主人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아마 3시경일 것이다. 玩具店 밖의 유리문은 하나가득 부딫는 햇살 속에 끊임없는 사람들의 往來를 비추고 있다. 그렇지만 玩具店 안은-특히 이 완구점의 빈상자 따위를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가게의 구석은 해질녘의 어두컴컴함과 다를바 없다. 야스키치는 여기에 왔을 때에 왠지 기분나쁜 으시시함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幻燈에-幻燈을 비춰주는 主人에게 모든 感情을 빼앗기고 있다. 아니, 그의 뒤에 서있는 아버지의 存在조차 잊고 있다.

램프를 넣으면, 저쪽에, 자아 달이 나타나니까.---

드디어 허리를 펴고 일어선 主人은 야스키치 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버지쪽을 향하여 하얀 벽을 보라고 손짓을 했다. 幻燈은 그 하얀벽 위에 직경 3尺가량의 빛의 圓을 그리고 있다. 엷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 둥근 圓은 과연 달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얀벽의 거미집과 흙투성이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이쪽에서 이렇게 그림을 끼우는 것이지요.

달그락하는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둥근 빛은 어느틈엔지 덜렁 뭔가를 비추고 있다. 야스키치는 금속이 열받는 냄새를 맡으며 한층 더 호기심이 동하여 가만히 그 뭔가에 눈길을 注視하고 있었다. 뭘까, 아직 거기에 비추이는 것은 사람인지 風景인지조차 구별이 되지 않았다. 다만 구별이 되는 것은 비눗방울 닮은 시시한 色彩였다. 아니 색채가 닮았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 하얀벽에 비추인 것은 그자체가 큰 비눗방울이다. 꿈처럼,어딘가로부터 떠들어온 희미한 밝음 속의 비눗방울이다.

저렇게 뿌우연 것은 렌즈의 핀트를 맞추면, -이 앞에 있는 렌즈지요-바로 보시는 바와 같이 또렷해 집니다.

主人은 다시한번 앉았다. 그와 동시에 비누방울은 점점 한장의 風景畵로 변해 갔다. 그러나 日本의 風景畵는 아니다. 水路 양쪽에 집들이 늘어서있는, 어딘지 西洋의 風景畵이다. 시간은 거의 해질무렵이겠지. 초사흘달은 집들이 늘어선 하늘 위에 희미한 빛을 뿌리고 있다. 그 초사흘 달도 집들도, 집 창문의 장미꽃도 고요히 차있는 물위에 선명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람의 모습은 물론, 건너편에 갈매기 한마리 떠있지않다. 물은 다만, 튀어나온 다리밑에 한줄기로 똑바로 흐르고 있다.

이태리의 베니스의 風景입니다.

30년후의 야스키치에게 베네치아의 魅力을 가르쳐 준 것은 다누치오의 小說이다. 하지만 당시의 야스키치는 이 집들이나 水路에 더 없는 쓸쓸함을 느꼈다. 그가 사랑한 風景은 丹靑한 큰 觀音堂 앞을 무수히 나는 비둘기가 있는 아사쿠사의 風景이다. 혹은 또, 높은 時計塔 아래을 鐵道馬車가 달리는 긴쟈이다. 그런 것들과 비교하면 이 집들과 水路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寂寞함으로 가득한 것인가. 철도마차나 비둘기는 보이지 않아도 좋다. 적어도 저어쪽의 다리위에 汽車라도 한대 달리고있다면,-하고 생각하고 있을때였다. 큰 리본을 한 少女 하나가 우측으로 나란한 창문하나로 부터 突然 작은 얼굴을 내밀었다. 어느 창문인지는 분명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아마도 초사흘달의 밑에 창문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少女는 얼굴을 내밀고는, 다시 이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나서 -먼 눈으로 보아도 사랑스러운 얼굴에, 의심할 여지 없이 微笑를 띠웠다? 그렇지만, 그것은 불과 1,2초간의 일이다. 無心결에[어어.]하고 눈을 크게떳을 때는 少女는 벌써 어느틈엔지 창문 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었다. 窓은 어느것이나 똑같이 인기척이라곤 없이 커튼을 드리우고 있다.......

자아 이제, 비추는 方法을 알았겠지?

아버지의 말은 茫然했던 그를 現實의 世界로 되돌려 놓았다. 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문채 따분한 듯이 뒤에 버티고 있었다. 玩具店의 밖도 변함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것 같다. 主人도---깨끗하게 머리를 나눈 主人은 豫備練習을 끝낸 요술쟁이 같이 묘하게 창백한 볼언저리에 만족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야스키치는 갑자기 이 幻燈을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방으로 갖고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야스키치는 그날밤 아버지와 함께 납을 바른 천위에 다시한번 베네치아의 風景을 비추었다. 하늘 가운데 초사흘 달, 집들, 집들의 창에 장미꽃도 비쳤고 한가닥으로 난 水路의 물빛---그것은 모두 아까 본대로 였다. 그렇지만 그 사랑스러운 少女는 어찌된것인지 이번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창문이라고 하는 창문은 모두 언제까지 기다려도 달그락하고 내려진 커어튼 뒤로 집들의 비밀을 숨기고 있다. 야스키치는 오랜기다림에 지쳐, 램프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아버지에게 歎願하듯이 말을 걸었다.

그 여자아이는 왜 안나와?
여자아이? 어디에 여자아이가 있어?

아버지은 야스키치가 한 말의 意味조차 확실히 모르고 있는 투였다.

으응,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얼굴은 창밖으로 내밀었었잖아?
언제?
玩具店 벽에 비췄을때.
그때도 여자아인지 뭔지는 없었어.
근데, 얼굴을 내미는게 보였다니까.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야스키치의 뺨을 한대 때렸다.그리고는 야스키치의 정신이 번쩍들게 큰소리로 말했다.

자아, 이번엔 무엇을 비춰볼까?

그러나 야스키치는 듣지도 않고 베네치아의 風景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문은 희미하게 밝은 水路의 물위로 조용하게 커어튼을 비추고 있다....그러나, 언젠가는 어느창문에서 큰 리본을 한 少女가 돌연히 얼굴을 내밀지않을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어떤 행복한 슬픔같은 것도 느꼈다. 저 그림幻燈 속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었던 少女는 실제 뭔가 超自然的인 靈이 그의 눈에 모습을 나타냈던 것일까? 아니면 혹은, 아직 少年인 그에게 일어나기 쉬운 幻覺에 지나지 안는 것일까? 그것은 물론 그 자신도 해결할 수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쨌든 야스키치는 30년후의 오늘조차 세상苦痛에 완전히 지쳤을 때는, 이 永遠히 돌아오지 않는 베네치아의 少女를 記憶해내고 있다. 바로 올해도, 얼굴을 보지 못한 첫사랑의 女人을 생각하듯이.

1.6 六 . 어 머 니[ | ]

여덟살 때인가 아홉살 때인가, 어쨌거나 가을이었다.

육군 대장인 가와시마는 회향원의 돌부처를 모신 석단 앞을 서성거리면서 우리편 군대를 검열했다. 그렇지만 군대라고 하는 것이, 우리편은 야스키치까지 포함해서 4명 밖에 없다. 그것도 금단추 제복을 입은 것은 야스키치 뿐이고 다른 얘들은 감색바탕에 희끗희끗한 무늬가 있는 홀태 소데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이곳은 물론 국기관(國技館) 그림자가 경내에 비춰지는 회향원(回向院)이 아니다. 초겨울 아침바람에, 네즈미고오죠오의 무덤 앞이 떨어진 은행잎으로 가득하던 아직 한참 옛날의 회향원이다. 묘하게 촌스러운 당시의 풍경-에도(江戶)라기 보다는 에도 변두리의 촌구석이라고 할만한 그 옛날의 풍경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오직 비둘기만은 옛날과 같다. 아니, 비둘기도 달라졌는지 모른다. 그날도 돌부처를 모신 석단의 주변은 비둘기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그때의 어떤 비둘기도 지금의 비둘기처럼 예쁘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전의 비둘기를 친구로 하고, 붓순나무를 판다.' -이렇게 노래한 천보배인(天保俳人)의 싯구는 반드시 회향원의 비둘기를 노래했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야스키치는 이 싯구를 보기만 하면 언제나 돌부처 석단 주위에 모인 비둘기를, -목구멍 속에서 울리는 소리로 엷은 햇빛을 진동시켰던 그 비둘기들을 기억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야스리(줄판)가게 아들인 가와시마는 유유히 검열을 끝낸 후, 무명옷 속에서 칼 새총 따위와 함께 그림종이 한묶음을 꺼냈다. 이것은 과자가게에서 팔고 있는 행군장기 그림카드다. 가와시마는 그들에게 한장씩 그림을 나눠주면서 네명의 부하를 임명(?)했다. 여기에 그 임명을 공표하면, 물통장사 아들인 히라마쯔는 육군 소장, 순사아들인 다미야는 육군 대위, 방물가게 아들인 오쿠리는 그냥 공병, 야스키치는 폭파반이었다. 폭파반은 나쁜 역은 아니다. 공병과 마주치지 않으면 대장조차도 포로로 할 수있는 역이다. 야스키치는 물론 득의양양했다. 그러나 동글동글 살이 찐 오쿠리는 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병이 된 불평을 시작했다.

工兵은 재미없어, 야 가와시마상, 나도 폭파반으로 해줘. 응?
너는 언제나 포로가 되잖아?

가와시마는 진지한 얼굴로 나무랐다. 그러나 오쿠리는 새빨개져서, 조금도 지지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에이 거짓말, 전에 大將을 포로로 잡은게 나였다 모.
그래? 그러면 요담엔 大尉시켜 줄께.

가와시카는 빙그레 웃더니 이내 오쿠리를 懷柔했다. 야스키치는 지금까지 이 소년의 간교하고 예리한 꾀에 경탄하고 있다. 가와시마는 小學校를 끝내기도 전에 熱病으로 죽어버렸다. 그러나, 만에하나 죽지않았다고하고 다행스럽게도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면, 적어도 지금은 젊고 예리한 奇智를 가진 市會議員이나 뭐가 됬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開戰!

이때 이런 소리를 울린 것은 바깥門 앞에 陣을 치고 있던, 역시 4,5명의 敵軍이다. 敵軍은 오늘도 辯護士아들인 마쓰모또를 大將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무명옷 가슴에 빨간 샤쓰가 보이는, 머리카락을 반으로 나눈 마쓰모또는 開戰의 신호를 알리기 위함인지, 학교모자를 쳐들고 돌리고 있다.

開戰!

그림 종이를 움켜쥔 야스키치는 가와시마의 號令에 맞추며 누구보다도 앞에서 함성을 질렀다. 동시에 또 조용하게 모여있던 비둘기들은 요란한 날개짓으로 큰 圓을 그리며 蒼空으로 솟았다. 그리고나서-그리고나서는 未曾有의 激戰이다. 화약연기는 점점 山을 이루어 가고 敵의 포탄은 빗발처럼 그들의 주위에 터졌다. 그러나 우리편은 勇敢하게 한발한발 敵陣에 육박해 갔다. 그러나 敵의 폭파반은 지독한 불길을 터트리면서 바로 우리편의 小將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적군도 大佐를 잃고 그 다음에는 야스키치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工兵을 잃었다. 이것을 본 우리편은 지금까지보다도 한층더 맹렬하게 攻擊을 계속했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은 물론 事實이 아니다. 그저 야스키치의 空想에 비친 回向院의 激戰 光景이다. 그러나 그는 낙엽뿐인 밝고 쓸쓸한 境內를 내달리면서 생생하게 화약냄새를 맡고, 마구 날아다니는 포탄의 閃光을 느꼈다. 아니 어느때에는 숨어서 폭탄을 설치하고 敵을 기다리는 폭파반의 心情조차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발랄한 空想은 中學校에 入學한 후 어느틈엔가 그와 離別했다. 오늘의그는 전쟁놀이 안에서 旅順港의 격전을 보고 있을 뿐 아니라, 旅順港의 격전에서도 전쟁놀이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追億은 다행히도 그를 少年時節로 다시 불러 들였다. 그는 만사를 제쳐놓더라도 당시의 空想을 再現하는 快樂을 잡지 않으면 않된다.---
화약연기는 점점 山을 이루어 가고 敵의 포탄은 빗발처럼 주위에서 터졌다. 야스키치는 그 속을 곧장 돌격하여 敵의 大將에게 몸을 날렸다. 敵의 大將이 몸을 피하며 陣地로 도망가려했다. 야스키치는 그를 뒤쫒았다. 고 생각했을 때 돌뿌리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벌러덩 거기에 굴러버렸다. 동시에 또 용감한 空想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미 그는 光榮에 充滿한 한순간 前의 폭파반이 아니다. 얼굴 가득 코피가 멈벅이되고 바지 무릎에 큰 구멍이 난, 帽子고 뭐고 없는 少年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자마자 무심코 큰소리로 울기시작했다. 敵軍의 少年도 우리편의 少年도 이 소동에 모처럼의 격전을 中止한채 야스키치의 주위로 몰려들었던것 같다.

어어, 負傷당했다.]하는 놈도 있다.
드러누워.]하는 놈도 있다.
내 잘못 아니야.]하는 놈도 있다. 그렇지만 야스키치는 아픔보다는 形言할 수 없는 슬픔때문에 두손으로 얼굴을 숨긴채 열심히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귓가에 嘲笑하는 소리를 낸 것은 陸軍大將 가와시마다.
야아, 엄마 엄마 하면서 우네!

가와시마의 말은 이쪽편이고 저쪽편이고 모두의 말을 웃음으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크게 웃기 시작한 것은 폭파반이 될 뻔했던 오쿠리이다.

이상한데, 엄마엄마하고 울고 있어!

그렇지만 야스키치는 울기는 했지만 {엄마}하고 운 記憶은 없다. 그런 것을 마치 엄마하고 운것처럼 왜곡한 것은 가와시마의 장난질이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슬픔에다 억울하고 분함까지 합쳐서 더욱더 부들부들 떨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아무런 패기도 없는 그에게 단 한사람도 好意를 表하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그들은 입에 가와시마의 말을 흉내내며 휑하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아이, 엄마엄마하고 우는 놈아!

야스키치는 점점 멀어져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분해하며, 어느틈엔가 다시 그의 발끝에 내려앉은 무수한 비둘기에게조차 눈길을 돌리지 않으며 길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야스키치는 그 이후 이 [엄마]를 완전히 가와시마가가 發明한 거짓말일 뿐이라고 믿고있었다. 그런데 바로 3年前 上海上陸과 동시에 東京으로부터 넘어온 감기때문에 어느 病院에 입원하게 되었다. 열은 病院에 들어간 후에도 쉬이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하얀 침대 위에 몽롱한 눈을 뜬채, 蒙古의 봄을 싣고 오는 黃砂颱風을 바라보곤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午後, 小說을 읽고 있던 看護員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쪽으로 다가오며 이상스럽다는 듯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저어 어딘가 기억이 나는 얼굴입니까?
왜요?
잠시 전에 {엄마}하고 부르지 않으셨어요.

야스키치는 이 말을 듣자마자 回向院 境內를 떠올렸다. 가와시마도 어쩌면, 장난꾸러기 같은 그런 거짓말을 만들지 않았었을는지도 모른다.

(大正 十三年 四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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