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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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르게 될 예비 아빠로서 이 영화는 나에겐 일반적인 감흥 외에도 특별히 다가오는 영화이다.

아이큐 70의 어눌한 친구 Sam이 혼자서 딸을 키우고 가르치고 지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난 아이 앞에서 Sam보다 더 현명한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똑똑하고 지혜롭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을까? 내 아이를 천재로, 부자로, 스타로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전문가가 따로 없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부모들 중 과연 몇이나 영화 속 샘과 루시 부녀만큼 서로를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며 많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이를 가진 수많은 부모들이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 부끄러움은 어쩌면 보편적인 정서는 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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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펜을 이름만 간신히 기억하는 사람들은 마돈나의 전남편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알면 괴팍한 성격과 기행으로 가십과 트러블 메이커 중 하나로 기억할 것이고 그나마 최근에 “데드맨워킹”이라도 본 사람이 그의 연기를 비로소 기억할 것이다. 거칠고 강인한 캐릭터….일그러진 청춘의 모습이라든가 비열한 인물로도 곧잘 등장하고는 했다. 더 많이 알고 있다면 적어도 각본, 감독으로도 재능이 있는 배우이며 헐리우드에 많지 않은 진정한 “실력파” 중 하나이고 베트남전을 다룬 많은 영화들 중 상위에 올려 놓을만한 영화 인디언러너를 1인3역으로 완성시킨 제작자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아이앰샘은 숀펜의 영화경력에서 대단히 혁신적인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내 경우에도 완전히 맛이 가서 넋을 잃고 감탄을 하게 만드는 진지한 바보 연기였다. 포레스트 검프의 톰행크스가 오히려 가식적인 바보연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수함을 전해줬다. 박수를 보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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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사는 딸 루시 역을 맡은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이다. 어디서 이런 애가 나왔나 싶은 깜찍함은 영화 속 루시가 하는 말이나 행동 자체도 워낙 신통방통한 아이인지라 보는 이의 기쁨은 배가 되는 듯 하다. 중요한 것은 숀펜의 천진한 바보연기와 패닝의 깜찍 연기는 공통적으로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사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입술은 여전히 미소를 띠는데도 눈에선 뜨거움이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역시 루시라는 점이다. 아빠와 같이 동화책을 읽다가 아빠가 읽지 못하는 건 자기도 읽기 싫다고 다투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주책없이 눈물을 찔끔거렸음을 고백해야겠다.

영화포스터나 광고 등에서 초강력 최루성 영화로 홍보된 것에 대해선 다소 유감이다. 오히려 영화의 기대치를 왜곡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훈훈한 가슴과 잔잔한 웃음과 아련한 추억이 흐르는 영화로 말해야 할 것이다. 아련한 추억이란 물론 비틀즈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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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프에서 저메키스 감독이 20세기를 관통하는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했다면 제시 넬슨 감독은 범위를 넓혀서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전세계의 딱정벌레 세대들 – 정말로 감동적인 것은 무엇일까? 비틀 세대는 세대를 초월한다는 것이다. – 의 그들만의 역사 속에 자리잡은 사랑과 평화의 추억에 기대어 샘과 루시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비틀즈야말로 이 영화 속에 숨어있고 또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키워드이다. 비틀즈의 음악과 인생과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전설이고 샘의 마음의 고향이며 기억의 전부로 표현된다. 영화는 샘과 루시와 리타의 이야기 속에서 비틀즈를 들려주지만 관객들은 비틀즈의 음악 속에 담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주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의 시리즈처럼 말이다. 샘과 그 친구들이 애비로드의 재킷을 커버하는 장면은 이런 경향의 압권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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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미셀파이퍼는 우리나라의 이미숙 씨와 함께 도대체 왜 나이를 안먹는걸까? 궁금해하는 여배우이다.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매력은 변함없다. 샘과 루시의 문제와 대비를 이루며 이야기의 한쪽 축을 이루고자 했지만 실패한 리타 가정의 이야기가 현대 핵가족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건 작위적인 구성을 하건 간에 내겐 큰 의미는 없다. 미셀 파이퍼인 것이다.

이밖에도 로라던이나 다이앤 위스트와 같이 반가운 얼굴들과 생소하지만 예전부터 많이 봐온 듯 친숙한 샘의 친구들도 적절한 양념 역할을 톡톡해 해내고 있다. 특히나 다같이 순수하기 그지없는 친구들이 신발가게에서 친구 샘을 위해 돈을 걷는 장면에서는 이들이 단순히 양념과 웃음을 주기 위해 있는 설정들이 아니며 주인공들의 최루 공세에 피해나가는 이들을 위한 복병이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인 결말은 더없이 작위적이지만 예리하게 세태를 꼬집는 면도 보여준다. 전통을 벗어나 구성원 각자의 의사에 의해 “편성된” 가족구성….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미국사회 속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지키고자 하는 아이큐 70 샘의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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