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아니면 죽음을

1 # 아이디어가 아니면 죽음을[ | ]

"머리를 쥐어 짠다"는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냥 비유? 아니면 엽기적인 실제 장면? 후자라면 기획의 고통을 아는 사람이 분명하다. 차별화, 발상의 전환, 이노베이션. 듣기는 좋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운 말들이다.

소위 전략 회의라는 것을 하면 결론은 언제나 똑같다. "차별화가 필요하다." 아무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차별화할 지 물으면 그때부터 조용해진다.

좋은 아이디어는 현재 일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거기로부터 벗어날 때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자극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에서, 작은 책에서, 꼬마의 의미없는 한마디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본다.

프로들은 저마다 자기 만의 아이디어 발상법을 가지고 있다.

  • 어떤 분 : 작은 노트 하나를 들고 서울 2호선 전철(순환선)에 탄다. 사람들의 대화, 옷차림, 광고판 등을 살펴보며 새로운 구상을 한다.
  • 손정의 사장 : 300장의 낱말 카드에서 3장을 뽑아서 합성어를 만든다. 그 합성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 5분 이상을 투자하지 않는다.
  • 스필버그 감독 : 가족들과 문장 잇기 게임을 자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다가 실제 영화에서 써먹을 좋은 아이디어를 자주 얻는다.


브레인스토밍, 체크리스트법, 마인드맵 등 다양한 아이디어 발상법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무슨 훈련처럼 접근한다면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철저히 즐겨야 한다. 실패를 미리 걱정해서도 안된다.

소리소문없이 기획자들을 자극하던 얼리어답터 사이트의 글이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 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필자 역시 작년 한 후배의 소개로 사이트를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즐거운 자극을 받아오던 터였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상품과 발상을 즐기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색다른 눈이 고스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차가 막힐 때면 가끔씩 이 자동차가 좌우로 쪼개져 달리다가 막히는 곳을 지나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좌변기에 소변을 보다가 손으로 덥개를 올려야 하는 게 불편해서 발로 밟으면 올라가는 덮개를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발상들이 실제로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자극과 발상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다.

발상의 전환을 다룬 책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 톰 켈리가 말했던 '헛스윙을 두려워하면 결코 홈런을 칠 수 없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 브레인스토밍을 망치는 6가지 방법

- 반드시 보스가 먼저 말한다
- 모두에게 말할 차례를 준다
- 전문가만 말하게 한다
- 특별한 장소를 고집한다
- 진지한 말만 하게 한다
- 메모에 집착한다.

- '유쾌한 이노베이션' 중에서 -

실패는 따라할 수 있지만, 성공은 따라할 수 없다. 실패 사례를 따라 가면 100% 실패한다. 그러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했다고 똑같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차별화는 말 그대로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모험없이, 발상의 전환없이 어떻게 다른 것이 나올 수 있을까?

닷컴의 거품이 걷히면서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안정적인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수익성 없이 뜬구름 잡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려는 것도 잘 하는 일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쳐서 벤처가 모험을 포기하고 닷컴이 상상력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발전해서는 안된다. 그건 근본을 포기하고 존재를 포기하는 것이다. 벤처다움, 닷컴 다움 위에 옛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을 보면서 유일한 아쉬움은 우리나라 것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그렇다쳐도 이웃나라 일본의 상품들은 어떤가? 일본이 3년 연속으로 노벨상 과학부문 상을 받았다는 뉴스까지 듣고나면 질투가 나기보다는 부럽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결국 그 것으로 인정받는 얼리어답터 사이트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그 씁쓸함은 무척 오래갔을 것 같다.

<출처: 코리아인터넷닷컴>

2 # 촌평[ | ]

이 위에서 손정의 사장이 쓰는 방법은 브라이언 에노BrianEno가 일찌기 애용하던 삐딱한 간섭전략입니다. 사이트에 가보시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지요. 저도 그 카드가 무척 가지고 싶군요.
고려바위의 랜덤 페이지도 뭐 비슷한 전략이겠지요.

랜덤 : -- 거북이 2003-4-14 1:0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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