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싸이코

# American Psycho O.S.T[편집]

B00004T0L1.01.LZZZZZZZ.jpg (신나라, 2000) ★★★

"아메리카의 비극"

"내 안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월 스트리트 금융계의 여피족 패트릭 베이트만은 자신도 모르는 광기에 이끌려 연쇄 살인마가 되어간다. 레이건 식의 번영을 누리던 1980년대 미국을 무대로, 월 스트리트로 대변되는 현대 자본주의에 의해 왜곡되는 인간성의 극단적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영화 음악은 80년대의 히트곡이나, 80년대 뉴웨이브 신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뮤지션들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간 노래 모음집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곡들이 90년대 뮤지션들의 손에 의해 재해석된 리믹스 버전으로 수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앨범만 들어보면 엽기적인 사이코 스릴러물의 사운드 트랙으로는 의외의 선곡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모놀로그를 제외한) 모든 수록곡들이 일렉트로닉스라는 데서 감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80년대 일렉트로닉은 풍요와 경박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졌고, 90년대 이후의 일렉트로닉은 세기말적 감성과, 록의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기계에 의한 자연의 변형을 근본으로 하며 자본주의에 의해 배태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곡 'You Spin Me Around'는 1984년 데드 오어 얼라이브 Dead or Alive 의 히트곡을 도프 Dope 라는 인더스트리얼 밴드가 리메이크했다. 이어지는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의 'Something in the Air' 와 매시브 어택의 언더독 Underdog 이 리믹스한 큐어 The Cure 의 'Watching Me Fall' 은 원곡에 기계적 왜곡을 가함으로써, 원래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낭만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허무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필자로서는 다음에 원곡 그대로 수록된 뉴 오더 New Order 의 'True Faith'가 영화의 어떤 부분에 사용될지가 몹시 궁금한데, 데이빗 보위의 음산한 노래가 영화 초반부 패트릭의 마음속에 광기가 싹트기 시작하는 순간의 배경음악이라면, 뉴 오더의 곡은 주인공이 잠시 후 살인을 저지르는 장소로서의 화려한 상류 사교계를 묘사하는데 적절할 것 같다. 만약 예상을 뒤엎고 이 더없이 발랄하고 화사한 음악이 남자 주인공이 도끼로 친구를 난자하는 순간에 나온다던가 한다면 이 영화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엽기물 이라는 데 두말 않고 동의하겠지만 말이다. (가사와 맞춰보면 이쪽이 더 가능성 있는 것 같은...) 고딕 밴드 바우하우스 Bauhaus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았던 다니엘 애쉬 Daniel Ash 가 포티스헤드의 아드리안 Adrian Utley 의 프로듀싱으로 만든 'Trouble'은 역시 고쓰(goth) 와 트립합의 만남 다운 음침한 곡이고, 에릭 비& 래킴 Eric B.& Rakim 의 'Paid in Full'을 시작으로 앨범 후반부는 보다 댄서블하고 리드미컬해진다. 토킹 헤즈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 였던 탐탐 클럽 Tom Tom Club 의 다소 지적이고 상큼한 'Who Feelin' It'에서 80년대 뉴웨이브 뿅뿅 사운드의 정수를 들려주는 인포메이션 소사이어티 Information Society 의 'What's on Your Mind', 그리고 에릭 비& 래킴의 'Paid In Full'에 나오는 'Pump Up the Volume' 이라는 구절을 샘플링으로 따와 제목으로 삼은, 마르스 M/A/R/R/S 의 이미 전자음악계의 고전이 되어버린 노래도 좋지만, 래킷 The Racket 이라는 이들이 비스티 보이스 풍의 랩으로 리믹스한 에릭 비& 래킴의 'Paid In Full' 은 흥겹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앨범을 마치고 있다. 38번 트랙에 숨겨진 패트릭의 모놀로그 히든 트랙이 없었다면 이 음반이 엽기 스릴러물의 사운드트랙이었다는 사실도 잊어 버렸으리라.

수록곡들 사이사이에 삽입된 클래시컬한 인스트루멘틀에 실린 패트릭의 모놀로그만 모아도 마치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감춰진 38번 트랙에서 패트릭은 (곧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할) 어떤 여자에게 휘트니 휴스턴의 데뷔앨범과, 거기 수록된 'The Greatest Love of All' 의 위대함에 대해 1분 25초 동안이나 연설을 하는데 애석하게도 이 앨범에 휘트니 휴스턴의 해당 곡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vanylla, 2000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