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학, 성공포인트 7가지

1 개요[ | ]

실패학, 성공포인트 7가지
  • 출처: LG경제연구원

실패는 망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이다. 실패를 통해 성장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도전정신이 강조될 때 실패는 성공으로 되살아 날 수 있다.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실행 포인트에 대해 살펴본다.

기업의 성장은 실패를 빼고 언급할 수 없다. 성장의 이면에는 반드시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IMF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실패에서부터 기업의 부도, 개인 파산까지 우리의 모든 생활은 실패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실패는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측면이 너무 강해 실패를 직시하기보다는 그냥 덮어버리고 싶은 것이 대부분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실패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면 이는 반복적인 실패로 이어진다. 더욱 더 두려운 것은 반복되는 실패 경험은 기업의 패배감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2 숨기고 싶은 실패[ | ]

대다수 기업들에게 실패는 회피해야 할 존재다. 미국의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포드의 경우 2000년에 내놓은 익스플로러라는 차량이 계속 뒤집히는 사고에 직면, 차량 결함에 대해 강한 의심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소비자들이 가장 분노한 점은 포드가 보여준 자신의 잘못을 애써 부정하려는 소극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이후,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실패 정보를 확산시키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포드는 익스플로러 차량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 때문이라고 또다시 발뺌을 했지만, 소비자들은 차량 결함 역시 문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를 인터넷상에 공개했다. 결국은 10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전문경영인었던 나세르는 자리를 물러나기에 이른다. 포드 자동차의 사례는 ‘숨고 싶어하는’ 실패 정보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3 실패학이란[ | ]

일본사회에 처음으로 실패학이란 개념을 소개한 하타무라 요타로에 따르면 실패란 ‘인간이 관여하여 행한 하나의 행위가 처음에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실패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실패가 있다. 실패를 거울 삼아 탁월한 창조와 성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실패는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할 ‘좋은 실패’다. 반면, 배울 것이 없는 단순한 부주의나 오판 때문에 반복되는 실패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분명 ‘나쁜 실패’다. 이는 받아 들일 수 없는 실패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정의부터 다르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실패의 종류를 나누어보면 ‘나쁜 실패’는 철저히 막아야 할 대상이 되지만 ‘좋은 실패’는 오히려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실패학이란 역설적으로 성공을 위한 학문이다. 실패학이란 단순히 과거를 알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기에 가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패가 가지는 플러스적인 측면을 활용, 기업으로 하여금 제2의 실패를 막고 더 나아가 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서구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기업의 현명한 지혜를 알아보는 것이다.

4 실패학 성공 포인트 7[ | ]

1. 가장 성공했을 때를 가장 실패할 확률이 큰 시기로 규정해라

군인이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면 너무 많은 휴식을 취하여 다음 전쟁에서는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도 정상을 오르는 순간이 아니라, 정상에 도착한 직후라고 한다.

일단 기업이 성공을 경험하게 되면 현재의 성공을 유지하는 데에만 중점을 두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성공 기업의 사람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과거의 성공을 현재에 다시 재현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IBM의 PC는 Boca Raton의 외인 부대 소속 작업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1981년 제품이 출시되어 시장에서 대 성공을 거두자 IBM 임원들은 이들을 본사로 옮겨오도록 지시했다. 그야말로 대단한 영전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부터 IBM은 더 이상 신제품 개발에 있어 선두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다른 경쟁 기업들이 혁신만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동안 IBM의 개발자들은 관료제 조직의 복잡한 승인 절차에 적응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IBM은 PC 업계 선두 자리에서 엑스트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을 위한 최대의 적은 성공 그 자체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부단히 노력하는 대신에 과거 성공의 경험에 안주해버리려는 안이한 생각이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성공 신화에 도취되어 유연한 사고가 경직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2. 실패를 학습의 대상으로 삼아라

21세기의 가장 창의적인 사람중의 하나인 빌게이츠가 생각하는 실패는 학습의 대상이다. ‘당신이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을 때, 그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를 위한 필요로 받아들인다면, 그 소식 때문에 의기소침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배울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와 같은 생각을 통해 빌게이츠는 실패를 1회성에 그치는 사건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이를 통해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보았다는 점이다. <표 1>은 그가 말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실패를 통한 학습 사례다.

실패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배우려고 노력한다면 중단이나 좌절은 있을 수 없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은 이와 같은 실수로부터의 학습에서 나오는 것이다.

3. 실패 DB를 활용하라

인류의 진보는 99번의 실패 끝에 찾아온 단 한번의 우연한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전화기를 발명한 에디슨의 실수가 그랬고, 깨진 창문으로 들어온 푸른곰팡이에서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의 경우도 그러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아 일본 전체를 신선한 감동으로 몰아넣은 다나카 수상자 역시 자신의 발견이 우연한 실수에서 시작했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실패학의 핵심은 놀랄만한 기쁨이 있는 마지막 1개의 실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만들어준 99개의 절망뿐인 실패에 주목하고 있다. 99번의 좌절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서는 최후의 1개는 결코 생겨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최후의 1개의 실패를 위해서는 실패 정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실패가 치명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작은 실패들에서 얻는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나쁜 실패들을 재발하지 않도록 하며 최후 1개의 실패가 다가오는 시기를 단축시키려는 노력인 것이다.

이 경우 때로는 급진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 라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은 정보 DB를 이용, 실패 사례를 정보교환의 기회로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인 GE는 각각의 제품마다 사고나 고장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보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은 무려 50년 이상이나 계속되어 왔으며, 이것은 GE가 세계화를 포함한 모든 전략을 세우는데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4. 감성지수(EI)를 활용한 실패 정서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라

실패 정보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실패 정보의 원천인 조직원의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원의 마음을 여는 것은 실패에 대한 인간 본연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이다. 누구나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패감정에 잘 공감할 수 있어야 실패 지식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감의 첫번째 요건은 실패를 토로할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다. 두번째는 일체의 비평을 유보하는 것이다. 비판을 하는 순간 당사자는 입을 다물어 버리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쉽사리 실패를 신화로 인식하지 않게 유도하는 것이다. ‘비운의 OOO’와 같은 수식어가 따르듯이 그릇된 애사심이나 감성에 잘못 호소하는 것은 실패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

유럽 제1의 석유업체인 로얄 더치쉘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는 독특한 훈련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조직 내 다른 부서 사람들과 정기적인 토론을 벌이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안될 경우 개선사항은 말할 수 있어도 비판은 절대 할 수 없다. 평가를 유보함으로써 모든 참여자는 비난에 대한 우려 없이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의 한 서비스업체 역시 96년부터 매월 실패 파티를 열고 있다. 직원들이 모여 케익에 ‘X’자형 양초를 꽂고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다. 고객의 불편을 접수하거나 업무처리 과정에서 직원의 잘못이 확인될 경우 이를 밝은 분위기 속에서 공유하기 위해서다.

5. 가상 실패 체험으로 성공가능성을 높여라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가상체험 내지는 리허설을 준비하게 된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영의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더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체감과 실감을 수반하는 실패 체험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가상 실패 체험이 필요한 이유다.

가상 실패 체험이란 실패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음속 깊이 새기는 것이다. 그 순간 실패 경험이 그 사람의 마음에 강하게 뿌리내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의 마음에 새로운 지식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지식을 받아들일 여지가 생겼다면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매번 실패를 해볼 필요는 없다. 경험을 위해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야말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주변의 신뢰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 실패 체험으로 실패를 반복하거나 치명적인 실패를 일으키지 않고서도 실패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내의 한 제조업체에서 행하고 있는 ‘위험 예지 훈련’도 일종의 가상 실패 체험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의 상황을 그림이나 비디오로 보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그 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집단적으로 토론하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대학에서도 가상 실패 체험을 기반으로 고객 불만을 미리 상정하여 그 대응법을 가르치고 있다. 실제 현장을 잘 알고 미리 비슷한 작은 실패를 경험했다면 안전관리나 고객의 불만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타인의 실패 사례를 자기 것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6. 경영자가 현장에서 활동해라

성공하는 사람들은 도전적인 과제에서 오히려 스릴을 느낀다고 한다. 그들은 어려움과 고난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현명한 최고경영자들은 이와 같은 사람들을 동기부여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움에 직면하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설 때 조직원들이 좌절하지 않고 더 많은 유연성을 확보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복돋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인 로레알의 린제이 오웬-존스 회장은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 직원들의 도전을 장려하는 것이 자신의 제1경영철학’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고 한다. 대기업일수록 사원들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도전도 성장도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가 솔선 수범해서 실패에 대한 종업원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웬-존스 회장 역시 첫 제품으로 개발했던 헤어스프레이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판매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직도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실패 사례를 널리 알리고 있다고 한다. 로레알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가 줄었던 지난해에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9.6% 늘어난 12억 유로에 달했다(<표 2>참조).

7. 실패를 헤쳐나갈 원칙을 만들어 주어라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이길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실패도 마찬가지다. 비전이나 핵심적 가치, 미션, 명확한 전략 방향 등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기업의 기본적인 방향성이 있다면 실패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니의 경우 베타멕스와 DVD 표준 규격 싸움에서 이미 두번이나 패배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소니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장인정신만은 결코 버리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이와 같은 원칙이 있었기에 결국 트리니트론이나 컴펙디스크와 같은 획기적인 성공 상품을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트리니트론의 실패와 성공은 소니의 장인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60년대 초, 칼라 텔레비전에 대한 시장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소니는 독자적인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선언하게 된다. 크로마트론이라는 기술을 활용, 2년에 걸쳐 온갖 악몽 같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크로마트론 제품이 완성되었지만 소매가격이 20만엔인 텔레비전의 생산원가가 무려 40만엔이 넘었다고 한다.

회사가 거의 파산한 1966년에 이르러서야 당시 회장이었던 이부카는 결국 크로마트론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소니는 이 방식을 버리는 대신 다른 신기술을 찾겠다고 선언해 신기술에 대한 신념에 대해서만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었다. 개발에 종사한 엔지니어들도 지난 5년간의 실패 경험을 헛된 모방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새롭게 신기술을 위한 연구에 몰두, 결국 1968년 전자총 하나로 3개의 빔을 쏘는 전자총과 틈새격자 방식이라는 신기술을 가진 12인치 트리니트론이 탄생하게 된다.

기술자들이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니의 장인정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 실패의 미학[ | ]

이상으로 실패를 뛰어넘어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7가지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21세기 경영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인식전환은 과거에 집착하는 실패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성공학 못지 않게 실패학에 관심을 기울여 실패를 인정하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기업만이 진정으로 위험과 모험에 도전하는 혁신 지향적인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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