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정춘보

디벨로퍼는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신영 정춘보(49)사장은 국내 대표 디벨로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정사장이 부동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 96년, 분당신도시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하면서 부터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옆에 있는 땅으로 천덕꾸러기 땅이었다. 토지공사가 몇번이나 이 땅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건설업계가 외면했다.고속도로변에 위치한데다 공중엔 전기 고압선이 지나가고 있어 아무도 눈길을 주지않았던 것.

그러나 정사장은 이땅을 보는 순간 ‘주거형 오피스텔’을 짓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강남 테헤란로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 바람이 불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평당 400만원대에서 800만원대로 올렸고 투자자들은 서서히 가격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사장은 “이런상황에서 신도시에서 값싼 오피스텔을 분양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 오피스텔은 8층 4개동 1094가구(20∼59평형)의 유럽형 오피스텔로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다 팔렸다.

타 건설사들이 오피스텔을 마치 아파트처럼 여러동으로 나누어 1000가구 이상 짓는다는게 이상하다는 비웃음을 한방에 날리는 ‘히트”였다. 이 오피스텔이 바로 분당에 있는 ‘시그마Ⅱ’다.

정사장은 이를 계기로 일약 디벨로퍼의 선두주자로 부상했고 신영의 이름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 됐다.

시그마에 이어 ‘분당에 10년만에 새 아파트가 나온다’는 컨셉으로 분양한 정자동 로얄팰리스로 화제를 뿌렸다. 수원에 로얄팰리스 하우스빌, 서울 서초동 체르니(아파트)등을 잇따라 분양에 성공하면서 디벨로퍼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됐다.

정사장은 “버려진 땅이라도 그 땅이 가진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개발방안을 마련 최대수익과 고객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디벨로퍼의 가장 큰매력이라고 말했다.

디벨로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생각, 즉 역발상을 가져야 한다”고 정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땅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창의력이 디벨로퍼의 기본자질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특히 수익성 없는 사업은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결단력과 반대로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업을 잘 포장해 투자자 개발자 토지소유자등 3자에게 모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부산시청에 근무하다가 지난 85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당시 부산시청 말단 공무원으로 비행기를 타고 시내 개발현황을 파악하는 ‘항측계’에서 근무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땅에서 할일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공무원을 포기하고 부동산업계에 뛰어 들었다.

‘분양에 관한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도 한때 빌라를 짓다가 손해를 많이 보고 90년대초까지 분양대행업을 하면서 시장의 밑바닥을 훑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배운게 많았던 좋은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제 신영은 부동산업계에서 서비스 레지던스 시장에도 진출, 명실상부한 건설업체로 자리매김했다.올해 10여개 사업에 5000억 규모의 수주목표와 매출액 35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정사장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입지의 특성을 살린 상품으로 자금조달이 우선이지만 소비자의 믿음을 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공급량이 늘면서 부동산의 품질을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신영은 지난 2000년 자회사인 신영에셋을 설립했다. 땅에 걸맞은 컨셉트를 설정해 남다른 시각으로 설계하고, 시공 과정을 철저하게 감리·감독할 뿐만 아니라 입주 전·후에도 철저한 사전점검과 시설 및 자산관리를 통해 소비자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신영에셋은 지난해 부동산투자자문회사 14호로 등록했다. 이회사의 올 매출액 목표는 130억원 규모다.

그는 집과 사무실은 물론 차안에서조차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다. 최근에는 e비지니스나 미래학 쪽에 심취해 있단다. 디벨로퍼라는 직업은 창의력이 생명인 만큼 그의 일과에서 독서는 잠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이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에 나가 직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 것도 정사장의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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