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산업의변화

1 # 굿데이 부도, 남의 일 아니다[ | ]

20일 스포츠 일간지 굿데이신문사의 최종 부도처리로 ‘중앙일간지 불사’란 신화(?)가 무너졌다. 90년대 말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란 대기업들도 망했지만 경영위기에 시달리던 중앙일간지들만은 문을 닫지 않았다.

‘중앙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은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지만 지금 신문산업이 처한 상황이 〈굿데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굿데이 부도를 두고 ‘남의 일이 아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신문사 수입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광고수입이 크게 줄어든데다 7·8월 광고 비수기까지 겹쳐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몇군데 신문사가 결국 문을 닫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언론계 안팎에서는 ‘대출금 상환만기가 다가오는 한 신문사가 연장을 못해 유동성 위기를 맞을 것’ ‘한 신문사가 곧 운영자금이 바닥난다’ 같은 소문이 돌고 있다.

신문광고시장은 96년 2조3186억원으로 꼭대기에 오른 뒤 줄어들어 지난해 신문광고시장 규모는 7년 전보다 적은 1조8900억원이었다. 신문광고 시장의 위축은 신문사 매출액·순이익 저하로 이어졌고, 신문 신뢰도의 하락이 겹치면서, 신문업계의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일부신문 굿데이와 처지 비슷‥하반기 추가부도설 신문광고 7년전보다 축소‥신뢰도 하락 겹쳐 위기

최근 미디어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03년 신문산업 분석’ 결과 신문산업의 매출성장률과 자산성장률은 -11.5%, -0.7%로, 제조업의 6.1%, 6.9%에 비하면 낮다. 이 수치는 신문산업이 전체산업과는 달리 정체 또는 하향 추세임을 보여 주고 있다.

굿데이 부도가 중앙일간지 부도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을 허무는 구실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은수 미디어경영연구소 소장은 “아직도 금융권이 중앙일간지의 부도를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제부터 신문사라도 경영사정이 안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금융권이 손쉽게 최종 부도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 소장은 “금융권이 일반기업은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도 도산 가능성이 높은 위험기업으로 다루는데, 10개 중앙종합일간지의 지난해 평균 부채비율이 481.4%로 제조업 평균의 123.4%에 4배”라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일보〉 〈서울신문〉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5년 연속 적자, 는 5년 동안, 는 4년 동안 흑자, 와 〈한겨레〉는 2002년 흑자에서 2003년 적자로 반전했다.

신문산업의 평균 차입의존도는 43.%로, 제조업 평균(28.3%)에 견줘서도 외부 차입금 의존도가 높다. 신문사업의 부채비용이 높은 것은 수익성 저하로 자산 감소와 차입금 등 부채 증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를 낼 수 있는 이자보상배율은 신문산업이 -0.90으로 제조업의 3.67에 비해 매우 낮다. 이자보상배율이 1 밑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해 결산기준으로,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가 자본 잠식 상태다. 다른 중앙종합일간지의 부채비율은 〈한겨레〉 207%, 〈서울신문〉 353%, 〈문화일보〉 260%다. 이른바 조·중·동의 부채비율은 〈조선일보〉(41.1%)가 낮고, 〈중앙일보〉(363.9%)와 〈동아일보〉(216%)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편, 한국일보는 2002년 9월부터 채권단과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은행관리를 받고 있으며, 올 4월부터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청산 여부를 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한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논리로만 보면, 만성 적자구조에 빠진 신문사들이 문을 닫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라며 “금융환경의 투명화로 앞으로 중앙일간지들이 금융기관이나 정치권과 뒷거래로 낮은 대출 금리나 상환기간 연장 같은 특혜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중앙일간지와 지방지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위기 상황이다. 올 상반기부터 신문업계는 임금과 상여금 깎기, 발행부수 및 발행면수 줄이기, 사람 줄이기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은수 미디어경영연구소 소장은 “단순 비용절감책은 한계가 있고 제조원가 절감과 공동배달제를 도입해 유통비 절감, 마케팅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신문위기의 근본 해결책을 신문개혁에 두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신문통신협의회는 이달 초 “자본력을 앞세운 몇몇 신문들만이 불·탈법 경품으로 독자들을 끌어모아 광고를 유치하고 그들만의 독점적인 신문시장을 구축하고 있다”며 “신문사 사주나 경영진은 독자감소, 신뢰도 추락을 불러온 특정 신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신문협회를 탈퇴하라”고 촉구했다.

권혁철 기자 mailto:nura@hani.co.kr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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