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장 만들기 제 목:시디장 만들기 관련자료:없음 [ 3698 ] 보낸이:정철 (zepelin ) 1999-03-18 00:29 조회:89
사실 음악 처음 들을때 집에 시디 꼽을데가 없어지면 얼마나 기쁠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 4, 5년 살다보면 그게 현실이 된다. 정말 시디 꼽을 곳이 없어지는 사태가 생기는 것이다. 현재 강력한 시삽후보로 물망에 오르고있는 찬익이형은 오래전에 과감한 투자를 하여 넉넉한 시디장을 하나 짰다고 자랑을 했고... 현재 그의 뒤를 이어 인기를 얻고있는 경호형은 집에서 시디 꼽아둔 책장 이 무너지는 사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게 왠 코믹 디재스터냐.
그리하여 돈없는 나는 시디장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오늘 밤 10시를 기해 결행했다.
- 일단 동네에서 후줄근한 판자떼기들을 구해본다. 아파트라면 불가능하지만 우리동네처럼 고물상도 있고 적당히 후진동네면 가능하다.
- 적당히 그 판자들에 맞추어 설계한다. 대개 가로세로 16cm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왠만한 변형시디들도 다 잘들어간다.
- 톱질한다. 톱질은 밀때보단 당길때 힘을 주고 적당히 눕혀야 잘 썰린다.
- 못질한다. 못질은 알아서 하시라.
오늘의 가장 큰 교훈은 못이 휜 구멍에다가 또 못을 박으면 또 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
한번 잘못된 것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처음 휜 못은 아싸리 뽑고 다른 새 못을 박는게 좋다.
역시 처음에 바른 길을 가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못박아지는 과정을 관찰하시라. 못이 다 박아진 다음에 잘못된걸 알게되면 빼는게 고역이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깊다.
오늘은 여기까지 했다.
- 사포질한다.
- 니스칠한다. 아니면 비닐 포장을 할 수도 있다.
- 시디를 꼽는다...빠빠빰.
이건 내일 할거다.
달밤에 아부지랑 체조한 격이지만 아부지와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이다.
따라해보시기를.
[ 그 뒷얘기 ]
5.사포질한다. 이건 뭐 그냥 하면 된다.
6.니스칠한다. 아니면 비닐 포장을 할 수도 있다.
다음날 와서 놀랐던 것이 바로 이 시점이었는데...아부지께서 흥에 겨운 나머지 색칠까지 모두 해버리셨다...-_-
초록색 스프레이로 칠하셨는데 이건 완전히 재앙수준이었다.
내 작품에서 예술은 사라지고 실용성만 남았다...T_T
7.시디를 꼽는다...빠빠빰.
시디를 꼽아놓으니 만족스럽긴 했지만...
정말 박정희 분위기의 초록색 시디장이란...비극이다, 비극.
September 8, 2001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