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개관기념영화제

1 # 시네마떼끄 개관기념영화제[ | ]

복수는 나의 것 (復讐するは我にあり Vengeance Is Mine |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Shohei Imamura | 1979 | 139min|일본|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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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에는 과 처럼 나이 든 사람이 인생을 바라보는 관조적 시선이 있다. 같은 살인자라 하더라도, 후기 영화의 살인자들은 일종의 희망 비슷한 자기구원적 장치를 외부에서 얻게 된다. 하지만 초중기 영화의 강렬함은 견디기 힘든 강도를 가진다. 나라야마부시코가 보여주는 그 삶에 대한 새파란 시선, 인간의 삶에 대한 원초적 욕망과 희구를 그 어떤 가치판단 이전에 두는 그 시선은 아주 젊은 사람의 날이 선 시선처럼 보인다면, 후기 영화들은 더이상 칼날을 잔혹하게 갈지 않는다. <나라야마 부시코>보다 먼저 만들어진 <복수는 나의 것>은 뭐, 팔팔 날아뛰는 영화이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하드보일드한 기록. 개인적으로는 후기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의 주체하지 못하는 영화적 힘은 놀라울 정도. (5월 17일) -- Sonimage 2004-6-10 5:18 pm


베로니카의 이중생활(La Double vie de Véronique | 크지쉬토프 키에슬롭스키 Krzysztof Kieslowski | 1991 | 98min | 프랑스/폴란드 |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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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라틴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10년만에 봤는데 영화가 너무 좋아요. 색감도 너무 좋고. 요즘 사람들은 좌절하겠어'라고 하셨다. 좀처럼 일행이 없는 내가 모처럼 은영 씨를 만나 같이 영화를 본 관계로, 선생님께는 긴 말씀 드리지 못하고, '그렇네요'하는 의미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은영 씨랑 아트선재 옆건물 돌계단에 앉아 '10년 전에도 별론데 역시 별로군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영화가 끝나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상대가 옆에 있다는 것은 무진장 기쁜 일이다). 키에슬롭스키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은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이라는 것은 자타가 다 공인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은 정말 한 작가가 평생에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중간에 내러티브가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감독이 그런 면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만든, 사적인 필름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좋다. 까닭모를 슬픔에 젖어드는 극히 개인적인 순간들, 기억들, 사랑에 대한 믿음과 기대, 설사 그게 무너지더라도 웃음 지을 수 있는 또다른 몰입 등이 그 안에 있다. 즈비그뉴 프리스너의 음악은 수가지 편곡으로 변주되어, 이 영화의 사랑에 대한 감상들에 조응하는데, 비록 이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키에슬롭스키가 그려내는 극히 사적인 마음들의 편린에 걸맞는 것은 사실이다. 필름으로 다시 보는 이 영화는 앰버 필터를 좀 많이 사용하여 화면 전체가 옐로우 계열로 채색되었는데, 그것 역시 거슬린 것은 사실이나, 청춘의 한 시기에 대한 기억들의 색채적 재현인 것으로 사료된다. 폴란드 크라코프의 시위대들 장면 앞에 선 베로니카가 기억에 남는다. 바웬사와 분투하는 자유노조연대의 시절의 폴란드를 생각나게 한다. 베로니카와 베로니크라는 두 존재, 아마도 서로 다른 가능세계에 살다가 어느 한 순간 부딪친 그들에 대해 키에슬롭스키가 매혹을 느꼈던 것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외부에서 얻어오는 과정인지, 아니면 그 어떤 다른 것인지, 붙잡힐 듯 붙잡히지 않는다. (5월 14일) -- Sonimage 2004-6-10 5:18 pm


JLG/JLG 고다르의 자화상(JLG/JLG - Self-Portrait in December | JLG/JLG - autoportrait de décembre | 장 뤽 고다르 Jean-Luc Godard | 1995 | 62min | 프랑스/스위스 | color)

그저께 보고 다시 봤다. 고다르의 이 에세이는 '영화의 죽음'. '작가의 죽음'에 대한 기록을 넘어, 자신의 영화에 대한 긍지와 사랑을 넘쳐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고다르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잔잔한 순간들이 있고, 그가 상복을 입고 영화의 죽음에 대한 선언을 기다리는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5월 14일) -- Sonimage 2004-6-10 5:18 pm


우리의 사랑(To Our Loves | À Nos Amours |모리스 피알라 Maurice Pialat | 1983 | 95min | 프랑스 |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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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피알라의 영화는 여러 편이 우리 나라에 소개되었다. 내가 극장에서 본 것은 <반 고호>였는데, 대학때 신영극장이라고 스크린이 작아 위아래가 잘려나간 데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모리스 피알라는 베르난노스의 소설에 대한 브레송과는 다른 해석을 보여준 영화 <사탄의 태양 아래>로 작가 영화의 확실한 명성을 획득하였다. 우리나라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던 <사탄의 태양 아래>는 최고의 작품이었는데, 지금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사랑>은 1983년 영화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십대 소녀로 출연한 산드린 보네르가 자끄 리베트의 에 출연하기 전이다. 이 영화를 같이 본 은영 씨는 영화가 너무 끔찍하다고 했다. 나는 이 영화가 그 어떤 우화적 장치 없이 직설적으로 가정 내부의 문제를 드러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성장해나가는 십대 소녀에 대한 부모의 시선, 20년 동안 뼈빠지게 일만 하다가 지쳐서 이젠 정말 도망치고 싶어 집을 나가는 아버지의 문제, 부모와 자식, 오빠와 여동생 사이에 행해지는 가정내 폭력들, 이건 그냥 그 어떤 반영적 장치 없이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들이다. 어제는 감정을 못이겨 손찌검을 했지만, 다음날에는 역시 가장 사랑스런 내 여동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날것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성의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로 보이겠지만, 실상 대부분의 인간들의 보편적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직접 아버지로 출연한 모리스 피알라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90년대 초에 에이즈로 죽은 시릴 꼴라르의 모습이 보인다. 모리스 피알라, 정말 대단한 작가이다. 그는 2003년에 죽었다. (5월 14일) -- Sonimage 2004-6-10 5:18 pm


밴드웨건(The Band Wagon | 빈센트 미넬리 Vincente Minnelli | 1953 | 111min | 미국 |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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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미넬리의 뮤지컬. 엔터테인먼트 지상주의가 뮤지컬의 목표라고 역설하는 영화. 헐리웃 뮤지컬의 명쾌한 해답, 화려한 화면. 프레드 아스테어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한물 간 스타로 열연하여, 자신의 실제적 위상을 드러냈다. 헐리웃 영화가 가진 내면의 논리를 유쾌하게 시인하고, 그에 발맞추는 영화. 그 어떤 골치아픈 이야기도 싫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헐리웃이라는 당당한 선언들. 뭐, 미국영화사 공부한 셈치고 본 영화.(5월 13일) -- Sonimage 2004-6-10 5:18 pm


좋은 직업(Good Work Beau travail | 클레르 드니 Claire Denis | 1999 | 92min | 프랑스 |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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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레어 드니의 영화는 제대로 본 게 없는데, 그녀의 데뷔작인 을 친구집에서 dvd로 초반 20분 정도만 본 적이 있다. 그 때,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나, 뒤라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식민지 내 제국주의자들의 성장문제를 다룬 것이라는 그녀의 명성에 걸맞는 화면에 경탄을 금치 못하였는데, <좋은 직업>은 글쎄... 부대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한 사병을 죽음으로 내모는 한 상관의 심리에 맞추어 영화가 진행되는데... 식민지 내 군인의 문제를 보여주는 방법들도 애매하고... 드니 라방은 잘못된 캐스팅으로 보이고... 클레르 드니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에 의존하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들은 범람하지만, 비트가 빠른 프랑스 대중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이미지도 그 어떤 명확한 판단이 유보되는 화면이다. 그러니까, 내러티브는 완결되어 있지만, 그 내러티브를 끌고가는 감독의 세계관이 완결되지 않은 채 이미지들 뒤에 숨어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영화의 엔딩은 아주 대중적인 댄스곡 <rhythm of the night>에 맞춰 춤추는 드니 라방의 장면인데, 드니 라방의 페르소나에 의존하는 그 제스처가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영화를 구성하는 단절의 리듬들은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보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넘어가는 그 간극을 채우지도 못했다.(5월 12일) -- Sonimage 2004-6-10 5:18 pm


여성의 정체(Identificazione di una donna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Michelangelo Antonioni | 1982 | 131min | 이탈리아/프랑스 | color)

 

거장 안토니오니의 영화. 우리나라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40분이 넘게 잘렸던 작품이다. 이날 상영된 것도 컷 버전이어서 20분 정도가 잘려나간 것. 시네마떼크 측에서는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만 보라고 했다. 안토니오니 영화를 필름으로 볼 수 있다면야, 20분 잘려나간 것쯤은, 하는 생각으로 다들 보았을 것이다. 안토니오니 영화 중에서 가장 안 좋은 영화 중 하나. 거장의 모든 작품이 걸작은 아니니까. 내러티브조차 완결되지 않은 채 극을 끌고나가면서도, 힘겨움 보다는 여유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역시나 문제가 많은 영화. 스티븐 힐리아지, 데이빗 실비언, 믹 칸 등의 음악이 나온다. 극과 어울리지 않는 전자음악들의 운용도 대단히 귀에 거슬린다. (5월 12일) -- Sonimage 2004-6-10 5:18 pm


JLG/JLG 고다르의 자화상(JLG/JLG - Self-Portrait in December | JLG/JLG - autoportrait de décembre | 장 뤽 고다르 Jean-Luc Godard 1995 | 62min | 프랑스/스위스 | color)

 

영화 백주년 기념으로 고몽사가 의뢰해서 만든 작품. '영화의 죽음'을 목도하는 고다르의 고독과 슬픔, 그래도 시인들의 입을 통해 영화는 끊임없이 이야기될 것이라는 쓸쓸한 예언을 한다. '(영화의) 과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다.' '영화를 brutal하고 fantastique하게 만드는 것은 idee의 연합이 만들어내는 distant와 right의 문제이다.' '동일시는 nonsense와 tyranny를 만든다.' 'TV로 보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그 복제를 보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약속이다.'레만호의 스위스령쪽에 위치한 고다르의 모습이 보인다. 고다르는 스테레오 압운법이라는 것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하고, '모든 개별적인 것이 표현되자마자 보편적인 것이 되어 버리는' 순간들에 이야기한다. 영화 상영 전에, 시네마떼크 측 사람(김성욱)이 나와서 '고다르가 얼마나 고독한가, 고다르가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은 빛이다', '고다르의 촬영감독을 했던 샹페티에 촬영감독이 고다르의 고독에 자신도 심하게 영향을 받을까봐, 몇 작품만 같이 하고 그만뒀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상영 전에 그의 말로, 분위기가 확 침울해지고 말았지만, 정말 고다르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봤던 영화였다. (5월 12일) -- Sonimage 2004-6-10 5:18 p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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