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혼

2002 10 22 火 : 스페인의 혼[ | ]

Tep:PA220930.jpg
그랑 비아. 여기서 우람은 아일랜드로 먼저 돌아간다고 비행기표를 땡겼다. 여기서 시간이 너무 비긴 했으니까. 배신자여~

Tep:PA220932.jpg
암거래 상인. 스페인에는 음악 CD구워서 파는 놈들이 정말 사방에 깔려있다. 물론 모두 유색인종. 새 CD는 한장에 12-18E씩 하는데 이건 두장에 5E다. 이정도면 살만하긴 하다.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아침밥도 간신히 얻어먹고 똘레도 들어가는 것은 포기한 채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 이거 날짜가 남으니 절대 빡빡하게 안움직이게 된다. 몸에 피로가 쌓이는 것은 분명하다. 움직이는 것도 새로운 자극에 대응하는 것도 심지어 CD사려고 판가게 서성이는 것도 지겨워지고 있다. 그리고 하도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더니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머리속에 들어와서 빌빌대고있다. 이거 미술관을 이틀이상 연속으로 다니는 것은 매우 좋지않다. 감흥도 떨어진다. 하루에는 잠이 필요하고, 생활에는 휴가가 필요하며 삶에는 죽음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정보도 정리하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을 제대로 못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로때문에 다음 정보들을 마구 놓치는 것이다. 그나마 오늘은 엘그레코, 고야, 보쉬처럼 너무도 강렬한 화가들을 접했기에 좀 괜찮았다. 그저 그런 탱화들이나 풍경화, 초상화 따위를 보고 지나갔다면 아마 머리속에서 바로 노이즈 처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여행을 정리하지않으면 안되는 시기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별로 정리할 것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것을 좋아하는 보수주의자임에 분명하다.

Tep:PA220933.jpg
정문인 벨라스케스 문 앞에서.

우리는 미술관 갈 때 항상 정문앞에서 몇시에 봅세 하고 빠이빠이 했다. 아무래도 미술감상이라는 것은 각자 속도차이도 있고 맘에 들어하는 작품들이 다르기때문에 같이 즐기기는 영 좋지 않다.
이렇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여행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뭔가를 얻어내려면 내 안에 쌓인 자극들을 차분하게 소화할 수 있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같이 다니다보면 자극들을 쌓아두다가 날려먹지 그것을 소화하기는 꽤 어렵다. 사색과 고독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물론 혼자 다녔으면 미치게 넘쳐나는 사색의 시간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해볼까 하면서 허덕허덕댔을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일장일단이 있으며 이것을 잘 조절하는 것이야 말로 여행 즐기기의 핵심이 아닌가 싶다.

  • 엘그레코 / Cristo con la Cruz 엘 그레코의 탱화들에서 주름은 빛의 강약으로 묘사되어있고 그림은 전체적으로 일관된 톤이 중시되어 있으며 개성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에게서 이미 인상파들이 취할만한 요소들은 꽤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램브란트보다도 먼저 빛에 대해서 인식했던 화가 중 하나가 바로 엘 그레코인듯 하다.
  • 엘그레코 / La Trinidad 여기서 묘사된 예수는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다. 이런 것이 진정 종교화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구세주. 이것이 이전에 벌어졌던 르네상스의 정신이었고 또 근대인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Tiziano / Salome / Ecce-Homo / Santa Margarita / Ticio / Sisito / Venus Musica / Danae / 자화상 / Ofrenda a Venus / Bacanal Andrios 엘 그레코의 옆방에 티치아노가 있다. 티치아노 역시 인간을 그리기 위해 무척 노력을 한 것 같은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화가여서 내심 놀랐는데 그는 엘 그레코 보다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 그런지 개성은 좀 덜하지만 표현하고자 한 것은 비슷한 것 같다.
  • Tintoretto / Dama Descubre
  • 보쉬는 어떤 인간이길래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그는 천국은 아주 따분한 곳으로 그리고 연옥과 지옥을 생동감있게 그리고 있다. 물고기 입에서 물고기가 나오는데 그것을 뒤집어쓰고 즐거워한다거나 똥구멍에서 꽃이 피는 장면들이 연옥에 그려져있다. 이것을 행복한 그림이라고 그려놓고 성당에 제단화로 그려놓는 것이 말이 되는가? -_- 물론 지옥은 훨씬 더하다. 이 지옥 그림은 DeepPurpleCelticFrost의 음반 재킷을 비롯하여 이후 숱한 화가들의 지옥도 모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진정 보쉬가 그리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다. 이 그림은 그려진지 5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 그림만한 아우라를 가지는 지옥도를 나는 알지 못한다. 북구인다운 치열하게 오밀조밀한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만화경으로 지옥을 그려내고 있다.
    • 왜 프라도에 보쉬를 비롯하여 숱하게 많은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들이 있나 싶었는데 네덜란드는 독립하기 전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거다. 여기에는 보쉬의 중요한 작품들이 모여있다.
    • 그에겐 엘 보스코El Bosco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보쉬와 같은 방에 브뤼겔의 그림도 몇점 있다. 보쉬의 그것과 많이 비슷하다.
  • 고야 / Asmodea / Parcas / Perro / Dolelo / Mujeres Hombre / Santo Oficio (대담한 생략) / Viejos Comiendo / Viejos Aquelarre / Saturno / Zarilla 고야가 그려낸 무지몽매하고 추악한 인간들을 보면서 이것이 진실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관객은 결코 많지 않으리라.
  • Marjo Madrid 고야가 그린 이 학살그림과 검은 그림들을 보면 과연 그는 밝음이란 것을 본 적이 있는 화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Rina de Gatos / Vuelo de Brajas / Lavanderas / Prendimiento Cristo / Cristo Crucificado / Comicos Anbulantes 마하의 그림들을 비교해보면 정말 명백하게 섹스 전과 섹스 후임을 알 수 있다. 이불도 널부러져있을 뿐 아니라 머리도 헝클어져있고 표정도 나른하고 심지어 화장까지 지워져있다.
  • 벨라스케스 / Cristo Crucificado 벨라스케스는 맘에 별로 안든다. 이 인간 분명 정권의 사랑을 받았던 화가이고 잘 그리긴 했지만 스페인을 대표할 수 있는 화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이 인간 동상이 프라도의 정문에 있고 고야는 왼쪽에 있는거지? 그나마 오른쪽에 무리요가 있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그 자리에는 엘 그레코가 있어야 한다. 보쉬가 스페인 사람이라면 아마 보쉬의 자리라고 해도 좋겠지. 수르바란이나 무리요, 벨라스케스을 스페인 대표선수로 나는 인정할 수 없다!

Tep:PA220934.jpg
고야형. 당신이 아니었으면 진정한 스페인을 누가 표현할 수 있었겠소? 당신을 스페인의 영혼이라고 하고싶수.

고야의 그림들을 보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빠져나와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이라고 해봐야 슈퍼에서 산 빵에 닭고기 햄을 넣고 고추장을 뿌린 것이다. 우람의 아이디어로 후추까지 넣었었는데 뭐 나쁘진 않지만 결코 성찬이라 부를수는 없다. 이거 조리가 불가능 한 상태에서는 이정도가 고작이다.
아웅 그림 보는 것은 말이 쉽지 진짜 고단한 작업이다. 그림은 워낙 함축된 정보를 많이 가지고있고 그나마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이 대학들마다 버젓이 한 과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뭐랄까 좀 과잉공급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할 구석은 있다. 우리나라의 인문학 재원 공급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 불문학도가 프랑스보다 많다는 사실을 그대는 알고있소? 이거 정말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 아니외까?
게다가 프라도는 진~짜 큰 미술관이라서 소화못하고 넘어가는 그림들이 천지다. 영국 국립 미술관과 비슷한 규모는 되지 싶다. 그리고 나에게 무리요나 벨라스케스 등에 관한 정보가 적어 그들을 음미하기 쉽지않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 그레코는 그림 몇점을 보고나서 바로 눈이 확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때문에 미술관에 가는거지 싶을 정도다. 도판으로도 그동안 안보던게 아닌데 그때는 이정도로 중요한 화가인줄 모르다가 여기서 직접 보니 바로 눈이 떠진 것이다.

Tep:PA220931.jpg
저 건너편의 뽀다구 좋은 건물이 우체국이다.

나와서 요란하게 큰 우체국에 들렸다. 바르셀로나에서 사려다 못산 기념우표를 사기 위해서다. 아웅 관공서 주제에 이렇게 영어가 안되어도 되는거냐~ 여튼 간신히 더듬더듬 통해서 기념우표를 몇개 샀다.
그나저나 더블린에서 봤던 가장 큰 건물도 오코넬 스트릿에 있는 중앙 우체국이었는데 여기 우체국도 거의 왕궁 수준의 사이즈다. 우정사업이 이렇게 중요하게 인식되었었나? -_- 여튼 누가 보면 왕궁으로 착각할만하다.

Tep:PA220936.jpg
안쓰럽게 그린 환전이라는 글자. 정말 세상살기 힘들지라?

Tep:PA220937.jpg
프라도 앞에있는 분수


소피아왕비 <= 스페인의 혼 => 언어장벽

거북이유럽서부여행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