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 스칸디나비아의 성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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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

박노자의 세계와 한국 - 섹스의 낙원? 연애의 낙원!

2 스칸디나비아의 성 문화[ | ]

스칸디나비아의 성 문화… 순결 이데올로기 일찌감치 없고 결혼제도도 소멸 중

  북유럽에선 고3이면 투표권이 있고, 대학생이 되면 국회의원으로 대선되기도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사진/ GAMMA)

일요일 낮. 사람들이 붐비는 오슬로 시내의 지하철역. 16살쯤 돼보이는 어린 남녀가 열렬히 키스를 하며 서로의 몸을 탐색한다. 보기에도 민망스러운데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린애들이 저럴 수가”와 같은 소리가 들리기는커녕 쳐다보는 사람조차 없다. 이것은 스칸디나비아의 철저한 개인주의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 섹스에 대한 긍정적 통념을 반영하는 일이기도 한다.

3 성에 구속되지 않는 사회가 오기까지…[ | ]

북유럽인들은 성생활을 15~16살부터 시작하는 것을 “인체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맞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성의학자들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생(남학생) 가운데 약 54%, 그리고 여성(여학생) 가운데 64%가 이미 성을 경험했다. 성관계까지는 아니라도 연애를 해본 고등학생들이 90%를 넘는다. 어른들도 이 같은 현실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인다. 부모는 고등학생 딸의 남자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밤에 딸과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딸이 바깥으로 나돌지 않고 집에서 안정된 마음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이 부모의 걱정을 덜어준다. 고등학생들에게 순결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려는 부모를 스칸디나비아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고3이면 투표권이 있고, 대학생이 되면 국회의원으로 피선되곤 하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이처럼 성을 음식·복장과 같은 성인생활의 필연적 부분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1930~40년대만 해도 교회의 영향이 강한 베르겐 같은 노르웨이 대도시에서는, 독실한 신도들이 성교육에 앞장선 활동가들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상인·재산가와 달리 인구의 절대 다수를 이룬 농촌에서 중세적인 성억압이 훨씬 덜했던 것은 스칸디나비아의 특색이기도 했다. 귀족·봉건영주도 거의 없고 농노도 없는 자유민 위주의 노르웨이 농촌에서는 여성들이 바이킹 시대의 풍속대로 자유롭게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남성과 동등하게 재산 상속을 받곤 했다.

여성의 혼전정사나 과부의 재혼 등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유교시대 조선에서 함경도나 제주도 등 변방 여성들의 활발하고 독립적인 기상이 “교화되지 못한 편벽한 습속”으로 보였듯 봉건시대 유럽에서 스칸디나비아의 “기가 센 여성”은 하나의 “야만적 부류”로 보였다. 그 뒤 페미니즘 선각자에 의해 스칸디나비아에서 여성의 위치는 정당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영국 페미니즘 원조로 작가이자 여행가인 메리 월스턴크래프트(1759~97)는 스칸디나비아 젊은이에 대해 “그들은 보기 드문 혼전연애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구애 기간이 길고 연애가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진다. (…) 남편의 간통 사실이 드러나면 여성이 당당히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풍습은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 자유의 이상에 가깝다”며 자신의 스칸디나비아 견문을 회상했다.

도시화가 본격화된 1950~60년대 스칸디나비아 농촌의 전통적인 자유로운 성풍속이 도시로 흘러들면서, 그 당시 구미 전역을 휩쓴 ‘성혁명’의 파도와 잘 맞아떨어져 주류문화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마침 복지국가의 틀을 이미 다 갖추었기에, 미혼모가 되는 것이 사회 통념의 차원뿐만 아니고 경제적 차원에서도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과 같은 “성에 구속되지 않는 사회”가 태어난 것이다.

4 부모들의 동거관계가 끼치는 영향[ | ]

전통의 성의 자유와 현재의 성의 자유의 가장 큰 차이점을 들면, 옛적에 혼전정사와 이혼·재혼 등의 자유가 있었음에도 결혼을 남녀관계의 가장 중요한 기본형태로 여긴 것과 달리, 요즘 스칸디나비아에서는 결혼제도가 소멸돼간다는 것이다. 동거관계의 형태로 “종이 한장의 형식도 없이” 같이 사는 남녀가 이미 전 인구의 25%를 넘었다. 특히, 20, 30대 대다수가 결혼이 아닌 법적 부담이 적은 ‘동거’ 형태를 선호하는 셈이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절반은 동거자의 자녀다. 동거가 결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가사의 ‘동등한 분담’이 큰 차이다. 부인과 달리 안주하지 못하는 관계로 사는 남자라면 대부분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이나 요리·청소를 잘 해준다. 또 다른 특징은 양쪽의 재정적 독립이다. 즉, 양쪽의 ‘파트너’들이 은행계좌와 신용카드를 따로 두는 것은 물론, 재산등록도 따로 한다. 그러나 재정적 독립 등의 동거관계의 특징은 이미 결혼한 남녀의 일상에도 스며들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결혼제도의 점차적 소멸로 한편으로는, 육아와 설거지 부담에서 해방된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눈부실 만하다. 거의 모든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국회의원의 40% 정도를 여성이 차지하는 것이나 군복무 경력조차 없는 민간인 여성 정치가가 국방부 장관 직을 맡는 것도 상례가 된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쉽게 헤어지는 ‘파트너’ 관계가 자녀의 심리적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독립적인 부모 사이가 자녀들에게 본보기가 돼,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일찍부터 독립적인 살림을 꾸리는 등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개척한다. 그러나 너무나 ‘쉬운’ 동거관계가 자녀에 대한 애정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륜상 어떻게 가정을 파괴하느냐”는 식의 비판보다는 대부분의 비판자들은,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 남녀관계도 결국 개인의 만족이라는 소비의 한 형태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부모에게 애정을 덜 받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로 나서는 등 폭력을 통해 본인의 애정 결핍을 ‘해결’하는 추세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기에, 결혼제도 소멸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긍정 일변도 쪽으로만 흘러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성의 자유나 성의 해방이 무질서한 성관계를 뜻하지는 않는다. 성관계 파트너의 교체는 자유롭지만, 한 파트너와 관계를 갖는 기간에 다른 상대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도덕률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동거하는 관계든 결혼한 관계든 ‘혼외정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규 파트너 외의 다른 상대자와 정사를 하는 유경험자 비율이 약 60%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도덕적인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싫어지면 언제나 쉽게 떠나지만 관계할 때는 반드시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스칸디나비아 성풍속도의 한 측면이다. 어떤 면에서, 스칸디나비아를 “섹스의 낙원”이라기보다는 “연애의 낙원”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까지 낭만적인 색깔이 강한 스칸디나비아적 연애에 파트너에 대한 책임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 지역 내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다.

5 무언가 부족한 그 무엇![ | ]

스칸디나비아의 성의 자유…. 물론, 성의 해방을 많은 측면에서 사회적 진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여성 억압의 최악의 형태인 매매춘 산업이 스칸디나비아에서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파트너 모색의 자유가 충분히 주어진 이 지역에서 매춘녀를 찾는 남성은 흔치 않다. 여성주의의 목소리가 강한 사회에서 성매매를 하는 남성을 보는 사회적 눈길도 곱지 않다(스웨덴에서 여성의 성을 매매하는 남성은 아예 범죄자로 여긴다). 윤락 행위가 주로 이루어지는 ‘홍등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스칸디나비아 도시들은, 극동지역의 도회지는 물론 암스테르담이나 함부르크 같은 유럽의 대도시와도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침실을 같이 쓰는 상대를 끝까지 타인으로 봐야 하는 스칸디나비아 성생활의 현실에서는, 부부를 ‘일심동체’로 보는 비서구에서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물론, 필자는 사창가에서 ‘총각 딱지’를 떼고 부인을 가사 노동자쯤으로 보는 한국의 풍토를 이상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관계·결혼의 상대자를 남이 아닌, 자신이 평생 돌보아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책임감에서도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따뜻한 무언가가 들어 있지 않을까 사회적 발전의 화려한 이면에는 인간적 고독과 삶의 따뜻함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6 자료 링크[ | ]

7 이 기사를 읽고[ | ]

북유럽인들은 성생활을 15~16살부터 시작하는 것을 “인체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맞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성의학자들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생(남학생) 가운데 약 54%, 그리고 여성(여학생) 가운데 64%가 이미 성을 경험했다. 성관계까지는 아니라도 연애를 해본 고등학생들이 90%를 넘는다. 어른들도 이 같은 현실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인다. 부모는 고등학생 딸의 남자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밤에 딸과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딸이 바깥으로 나돌지 않고 집에서 안정된 마음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이 부모의 걱정을 덜어준다. 고등학생들에게 순결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려는 부모를 스칸디나비아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고3이면 투표권이 있고, 대학생이 되면 국회의원으로 피선되곤 하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이거 내가 십년전부터 생각해오던건데 역시 이게 정상이라니깐!
생물에게 청춘이 있는 것은 섹스를 하라고 있는거다. 조선의 꼰대들은 그런 것을 너무 인식못해. --거북이
흠, 나역시 그부분에 관해서는 그 꼰대의 꼰대 같은 엄청나게 억압된 사고방식의 소유자 였는데 180도 바꾸마/ 내생각이 틀렸어. 유윈 -FVI-
북유럽의 개방된 성문화를 "자기들만" 체험하고 개방해보려고 놀러가는 몰지각한 꼰대만 안되면 된다 -- BrainSalad
섹스는 자연스러운 애정표현의 한 방법이지...
고지식한 나로서는 애정이 없는 섹스만큼 무의미한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
같이 자고 아침에 눈을 떠서,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을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얼굴을 만져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안하는게 낫다고 본다...
(논점에서 한참 벗어났네...-_-;;)
참, 그런데 어린 나이에 성경험을 할수록 자궁 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단다...
나는 최소한 육체적 성숙이 완료된 뒤에 성관계를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식생활이 바뀌어서 요새 애들은 우리때보다 육체적으로 일찍 성숙하는것 같더라만...)
역시 나도 꼰대적 기질이 있는건가....-_-;;--DarkTown
몬소리다요. 여기서 애정은 당연히 전제가 되어있는거쥐~
그리구 어린 나이가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삐리쯤 되면 충분히 늙은거라오. 춘향이언니의 이팔청춘이라는 말은 만 16세 아니겄소? --거북이
나는 one night stand에 대한 이야기를 한거다...
애정없이 섹스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그리구 난 고삐리때 아직 성장이 덜 끝났었다고 생각된다만(위에서 말한 어린 나이란 20세 이전이당..)....--DarkTown

8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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