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초국적기업의실체

ISBN:8970134379

1 # 자일리톨[ | ]

요즘 들어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요즘 들어 내가 하는 일은 중소기업들에게 돈 빌려주는 일이다. 그들은 나한테와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다. 자신의 기업체의 사업성에 대해 얘기하다가 얘기가 쉬 풀리지 않으면 그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종착지는 여기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수출하는 건 애국하는 것 아니냐? 난 애국자다. 그런데 왜 나한테 대출을 안 해주려고 하느냐..." 이 국가주의, 애국주의의의 광기라니. 도대체 나의 업무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내 일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내 자신에게 이익이 될까?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비인간적인 공장에서 열심히 미싱을 돌리며 착취를 받고 있을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걸까? 미국을 비롯한 1세계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옷을 입을 수 있게끔 해주니까 그들에게 가치가 있는 일인걸까?

김영삼이 세계화를 부르짖은지 10년 정도가 흐른 것 같다. 국내의 저부가가치의 생산시설은 동남아,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국제적인 분업체계(1.5세계인 한국은 1세계시장의 고객들이 편안히 싼값으로 소비할 수 있게끔 제3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국제적인 "마름"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도 공고히 다져지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그동안 외환위기가 터졌고 확실히 내 주변사람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는데, 어째 이들은 자신들이 돌리는 쳇바퀴를 더욱 빨리 밟아대려고만 한다(어렸을 적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7시면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TV를 보시다 잠이 들었지만, 지금 내 주변에서 그런 생활을 하는 아버지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화시대의 기업에 포커스를 맞춰 다룬다. 즉 이 책의 주제는 초국적기업의 정체와 폐해, 국민국가와의 관계 설정, 있는 자들의 대변인인 초국적기구, 그 저항과 대안이다. 이 책은 초국적 자본이 활개를 치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대안에 대한 부분은 빈약하다. 물론 그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며, 지금의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이 책은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에 대한 알찬 개론서임에는 틀림없다.초국적기업은 그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사람들 머릿속에 박아놓은 이미지처럼 깨끗하고 정다운 이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노동착취를 전세계적으로 행하는 약탈자라는 이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그들의 행동을 막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또다른 숙제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문고본 같은 이런 책들이 훨씬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자일리톨 2004-7-11 1:36 a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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