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선녀와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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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편집]

옛날 어느 곳에 나무꾼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날마다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장에 갖다 팔아서는 그의 어머니와 둘이서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나무꾼은 나이 30이 가까웠지만 장가를 들지 못했습니다. 색시를 얻어 장가를 들자면 돈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날 그날을 간신히 살아가는 터라 그럴 돈이 모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래 한 해 두 해 벼르기만 하는 도중에 나이 스물이 넘고 서른에 가까워진 것이었습니다.

이 나이 많은 총각이 그날도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가서 나무를 하고 있노라니까, 뒤에서 갑자기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휙 돌아보니 웬 사슴 한 마리가 달려와서

"나 좀 숨겨주시오. 사냥꾼이 쫓아옵니다." 하고 급한 듯이 애걸을 했습니다.

나무꾼은 사슴을 가엾이 생각하여 곧 솔가지 쌓은 곳에 숨기고 보이지 않게 덮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시치미를 떼고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내 사냥꾼 한 사람이 헐레벌떡하며 뛰어왔습니다.

"총각. 이리 사슴 한 마리가 달려오지 않았나?"

"보기는 했지만 저편으로 달아났소."

나무꾼은 저편 길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냥꾼은 나무꾼이 가리킨 쪽으로 사슴을 찾아 뛰어갔습니다. 사냥꾼의 모습이 산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자 나무꾼은 숨겨놓은 사슴에게,

"자, 이제 달아나거라. 사냥꾼은 저쪽으로 갔으니, 어서 다른데로 가서 잡히지 않도록 해라."

솔가지 밑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사슴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고마운 인사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사슴으로 있지만 이 산의 산신령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놀러 나왔다가 사냥꾼에게 쫓겨 죽을 것을 당신 덕택에 살게 되었으니, 이 은혜를 보답해 드려야 하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을 한 가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무꾼은 한편 놀라면서 무슨 소원을 말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무슨 소원을 말해야 할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소원은 너무 많은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말을 하려니까 말할 소원이 없는 것도 같았습니다. 나무꾼은 펀뜻 장가를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사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아직 아내가 없으니, 좋은 색시를 얻도록 해주시오."

그러자 사슴은,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오. 이 산을 자꾸 올라가 보시오. 그러면 산꼭대기에 큰 연못이 있을 거요. 그 못에는 하늘에 사는 선녀들이 목욕을 하러 내려오는데 선녀의 옷을 감춰 놓으면 그 선녀는 옷이 없어 하늘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니, 그때 잘 이야기를 해서 아내로 삼으면 되오."

이렇게 일러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일이 있습니다. 그건 그 선녀와 결혼을 해서 아이 넷을 낳을 때까지, 당신이 감춰 둔 옷을 내주어서는 안 됩니다. 선녀는 그 옷을 가지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아이가 셋이면 한 팔에 하나씩, 그리고 다리 사이에 한 아이를 끼고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하나만이라도 남겨 두고는 가지 못하니, 아기가 넷이 된 후에 그 날개옷을 주어야 합니다."

사슴은 이렇게 당부를 하고 곧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나무꾼은 사슴이 가르쳐 준 대로 산 위로 한참 동안 올라갔습니다. 높은 산마루에 이르니 맑은 물이 괴어 있는 못이 있는데 과연 예쁜 선녀들이 물속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무꾼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눌러 진정시키며 선녀의 옷 한 벌을 가만히 감춰 놓고 바위 뒤에 숨어서 거동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목욕을 한 선녀들은 서로 웃으며 물에서 나오더니 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여자만은 옷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어쩔 줄을 모릅니다.

옷을 입은 선녀들은, 비단 같기도 하고 새깃 같기도 한 부드러운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공중에 둥실 떠오릅니다. 하나 둘 셋 넷...... 선녀들은 춤추듯 떠올라 하늘로 날아갑니다. 그러나 단 한사람만은 발가벗은 채 못가에서 옷을 찾아 다니다가 끝내 눈에 띄지 않으니까 울상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선녀는 걱정과 근심에 싸여 있었지만, 그 얼굴은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얼굴이었습니다. 나무꾼은 바위 뒤에서 나와 혼자 남아 있는 선녀의 앞으로 갔습니다.

"여보십시오."

하고 나지막히 불렀습니다.

"앗!"

선녀는 자지러지게 놀랐습니다.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옷을 벗고 있는 자리에 나무꾼이 나타났으니 아니 놀랄 수 없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옷을 찾으시는 모양인데 옷은 제가 잘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선녀는 두 팔로 몸을 가리며,

"옷을 주세요. 어서 제 옷을 주세요."

하고 애걸을 했습니다.

나무꾼은 선녀의 애원하는 걸 보니 딱하고 마음이 언짢았지만 꾹 참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옷은 잘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그냥 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는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한 사람이니 내 아내가 되어 주시오. 그러면 옷을 드리겠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저는 하늘 나라에서 이 못에 목욕을 하러

온 선녀인데, 이 땅 위의 사람과 결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어서 하늘로 올라가야 하니 제발 저의 옷을 내주십시오."

"하늘 나라 사람이나 이 땅 위의 사람이나 연분이 있어서 이렇게 만난 것이 아니겠소? 내 아내가 되어 주기 전에는 옷을 드릴 수 없으니 생각대로 하시오."

나무꾼은 사슴이 일러 준 말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고 이렇게 고집을 부렸습니다.

선녀는 잠자코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늘에서 사는 몸이 땅 위의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은 일찍이 생각도 못한 일이지마는 이렇게까지 자기를 아내로 삼고 싶다고 결혼을 조르는 남자는 아직껏 없었던 터입니다.

'하늘 나라든 땅 나라든 그것을 가릴 것이 아니라, 서로 정답게 지낼 수만 있으면 결혼을 해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나무꾼은 늠름하게 잘생긴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남편으로 가지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보다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귀중한 옷을 찾기 위해서도 나무꾼의 말을 들어주어야겠으므로,

"그런 소원이라면 아내가 되어 드리지요."

하고 승낙을 했습니다.

나무꾼은 속옷만을 내주어 입게 하고, 날개같이 생긴 옷은 제가 가지고 같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무꾼은 곧 선녀와 결혼하여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결혼한 후에 선녀는 이제 날개옷을 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러나 나무꾼은,

"이 땅위에 사는 사람에게는 날개옷이 필요 없는 것이오.

이 다음에 줄 테니 이 세상 사람들이 입는 옷을 입고 삽시다."

하고 날개옷은 깊이 감춰 두고 내주지 않았습니다.

선녀는 그후로는 하늘 나라의 날개옷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즐거운 살림을 하면서 아기도 낳았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 그 두 사람에게는 아기가 셋이 되었습니다. 나무꾼도 처음에는 선녀의 옷을 빼앗아 억지로 아내가

되게 한 것이 마음에 꺼림칙했지만, 아기를 셋이나 낳고 또 늘 정답게 살아가게 되니까 그런 생각도 없어져서 즐겁고 행복스럽기만 했습니다. 선녀도 날개옷을 뺏긴 일은 이제는 조금도 원망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인정스러운 남편의 사랑을 만족하게 여기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선녀에게는 이따끔씩 하늘 나라의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오색 별들이 꽃밭을 이룬 하늘, 노랫소리 곱게 울리는 하늘, 향기로운 햇볕에서 춤추는 선녀들의 모습, 정든 동무들과 부모님의 얼굴들이 선녀의 마음을 문득문득 하늘 나라로 이끌어 가려고 했습니다.훨훨 바람 속을 날아다니던 옛일이 그리워졌습니다.

'하늘이나 땅이나 맘대로 날아다닐 수 있으면 좀 좋을까!'

그렇게 하려면 날개옷이 있어야 합니다. 선녀는 옛날의 그 옷이 입고 싶어 견딜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 하루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보, 예전에 당신이 감춰 두고 결혼한 뒤에 주신다고 한 제 옷을 좀 보여 주세요. 우리는 이제 이 땅 위의 사람이 되었으니, 그걸 주신대도 내가 이 세 아이들과 당신을 두고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 거여요. 저는 그 옷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면 마음이 즐겁겠어요."

이 말을 들은 나무꾼은 자기가 옷을 오랫동안 감춰 두고 보여 주지도 않은 것이 너무 지나친 일이라 생각되어 날개옷을 꺼내 주었습니다.

"자, 이제 만져 보든 입어 보든 마음대로 하오."

"아! 내가 입던 날개옷!"

선녀는 그 날개옷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그 옷을 끌어 안았습니다. 선녀의 눈앞에는 그런 날개옷을 입은 하늘나라의 동무들과 아름다운 무지개와 오색 별의 꽃밭이 나타나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선녀는 그 옷을 입었습니다. 날개가 저절로 훨훨 쳐질 것만 같았습니다. 선녀는 땅 위의 사람이 된 것은 잊어 버리고, 두 아이를 한 팔에 하나씩 껴안고 한 아이는 두 다리 사이에 끼고는 그냥 스르르 공중으로 떠올랐습니다.

'하늘 나라로 올라가자!'

선녀는 그 생각밖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잃었던 날개옷을 구름 사이로 길게 나부끼며 하늘 나라로 훨훨 올라갔습니다.

사슴이 한 말대로 아기 넷을 낳을 때까지는 옷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고 섣불리 옷을 내준 나무꾼은 아내와 아기 셋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외로운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재미있게 살던 살림도 이제는 그만입니다. 귀엽고 사랑스럽던 아기들과 아내도 이제는 없습니다. 나무꾼은 이렇게 된 자기 신세가 너무나 슬프고 원통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일을 하려고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온 세상이 다 싫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정답게 해주던 선녀가 아기들을 데리고 날아가버리다니!'

'내가 이렇게까지 슬퍼하고 있는데 나를 버리고 가버리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 선녀가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원망을 하면서도 보고 싶고 그리워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나무꾼은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도끼를 들어 나무를 찍다가 문득 아내와 아기들 생각이 나자, 나무 찍던 도끼를 내던지고 바위에 기대 앉아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푸르르 소리를 내며 꿩 두 마리가 날아갔습니다. 장끼와 까투리가 서로 가까이 산등을 넘어 사라졌습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헤치며 다람쥐 두 마리가 놀고 있었습니다. 모두 남편과 아내인 것입니다. 짐승들도 부부끼리 즐겁게 놀고 있는데 나무꾼은 혼자뿐입니다. 아내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늘 나라로 가버렸으니, 이 산골에서 나무꾼은 언제나 외로운 홀아비로 살아야 합니다. 나무꾼은 버림받은 신세를 생각하고는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흑흑 느껴 울었습니다.

이때 등뒤에서 누군지 나무꾼을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돌아보니 예전에 만난 그 사슴이었습니다.

"그렇게 슬퍼하지 말고 한 번 더 산 위의 못으로 가보시오. 선녀들은 전에 옷을 잃어버린 일이 있어서 이제 못에 목욕을 하러 내려오지는 않소마는, 못의 물을 길어 올려서 목욕을 하게 되어 있소. 물을 긷는 두레박이 하늘에서 내려올 테니, 당신이 두레박 안에 들어가 앉으시오. 그러면 하늘에서는 당신인 줄 모르고 하늘까지 끌어 올릴 것이오. 그렇게 되면 아내도 만나고 아기들도 만날 수 있을 거요."

사슴은 이런 말을 일러주고는 금새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무꾼은 이제 됐다 하고, 곧 산마루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사슴의 말대로 못에는 긴 줄에 맨 두레박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나무꾼이 부리나케 그 두레박 안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두레박은 공중으로 술술 올라갔습니다. 높으나 높은 하늘로 까마득히 올라가는 두레박 안에서 나무꾼은 두려움과 기쁨에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높은 하늘로 올라가는 두레박이라 나무꾼은 어지러워 눈을 꼭 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지 상쾌한 바람과 함께 아름다운 곡조의 음악이 들려 왔습니다. 어느덧 하늘 나라에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나무꾼은 얼른 두레박에서 뛰어나와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아내와 아기들이 어디 있나 그것만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이때 웬 선녀 한 사람이 그 옆을 지나다가,

"이상해라. 어디서 사람 냄새가 날까?"

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드디어 나무꾼은 그 선녀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늘까지 올라왔습니까? 그리고 무슨 일로 오셨나요?"

"죄송합니다만 나는 선녀와 결혼한 사람인데, 아기 셋을 낳은 아내가 하늘로 올라가 버려서 보고 싶은 마음에 두레박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그 선녀는,

"아!, 땅 위 세상에서 시집을 간 선녀라면 하느님의 따님이지요. 어서 이리 따라오십시오."

선녀가 데리고 간 곳은 하늘 나라의 임금이 사는 굉장한 궁전이었습니다.

"공주님의 서방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선녀의 말을 듣고 하느님께서는,

"땅 위의 사람이 어떻게 여기를 올 수 있었을꼬?"

하며 나무꾼에게 물었습니다. 나무꾼이 찾아온 내력을 주욱 이야기하였습니다. 하느님은 나무꾼의 정성에 감동하여, 곧 나무꾼의 아내인 공주를 불러 나무꾼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나무꾼이 선녀와 아기들을 만났을 때, 선녀는 남편을 두고 하늘 나라로 와버린 것을 사과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하늘 나라에서 같이 재미있게 살자고 했습니다. 산에 나무를 하여 간신히 살아가는 땅 위의 생활보다 이 하늘 나라의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나무꾼은 하늘 나라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하늘 나라의 향기로운 음식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아무 걱정도 괴로움도 없는 즐겁기만 한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던 나무꾼에게 땅 위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나이 많으신 어머니는 산밑 오막살이집에서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들까지 보지 못하고, 혼자 외로이 고생스런 생활을 하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나무꾼의 마음은 갑자기 어두워지고 어머니를 뵙고 싶은 생각이 불같이 타올랐습니다.어머니는 아들이 어디를 가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지 그 까닭조차 알지 못하고 계실 것이니 한번 어머니를 찾아가서 사정 이야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녀에게 집에 다녀오고 싶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선녀는 나무꾼의 손을 잡고,

"안 돼요. 땅으로 내려가시면 이제 다시 올라오시지 못하게 됩니다. 제발 아무데도 가지 말고 여기서 같이 살아 주세요."

하며 만류를 했습니다. 하늘 나라에 다시 오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니 아내와 아기들을 못 보게 될 것이 두려워 땅 위 나라로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늙은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나무꾼은 생각다 못해, 또 선녀에게 집에 다녀올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두레박을 타고 올라오기도 했는데 어찌 도로 내려가지 못하겠소? 어떻게든지 한 번만 다녀오게 해보오."

하고 나무꾼이 간절히 청했습니다.

"두레박은 선녀들이 당신이 탄 줄 모르고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땅 위로 두레박을 내리지도 못하게 되었답니다."

하고 나무꾼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녀도 남편의 청을 끝까지 물리치지 못하여, 하늘 나라의 용마 한 필을 내주면서 나무꾼에게 말했습니다.

"이 말을 타시면 잠시 동안에 땅 위 나라에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말이 집에 닿거든 말에서 내리지 말고, 타고 앉은 채 어머니를 뵙고 곧 도로 올라오세요. 만일에라도 말에서 내려 땅을 밟으시면 하늘로 올라올 수 없게 되니 절대로 땅을 밟지 마셔야 합니다."

나무꾼은 용마를 타고 하늘을 날아 땅 위 세상으로 구름같이 훨훨 달려갔습니다. 용마는 잠시 동안에 그립던 고향 어머니가 있는 집 앞에 닿았습니다. 어머니는 소식을 모르고 걱정을 하며 기다리던 아들이 훌륭한 모습으로 말을 타고 온 것을 보자 버선발로 뛰어 나와 아들을 붙들고 반가워했습니다.

"얘야, 나는 네가 어딜 갔나 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하늘 나라에 갔다 왔다니 참 다행이구나.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

늙은 어머니는 아들을 말에서 내려오라고 잡아 끌었습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하늘 나라에서 가지 말라는 걸 간신히 허락을 얻어 내려왔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제게 하는 말이, 이 용마에서 땅에 내려서면 안 된다고 그랬으니, 말 위에서 이대로 있다가 도로 가야 합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죄송스런 생각이 들기는 해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냐? 이 늙은 어미는 혼자 살아야 한단 말이냐?"

어머니는 아들을 붙들고 눈물을 지었습니다.

"어머니, 이 다음에 선녀와 아이들을 다 데리고 다시 어머니를 찾아오도록 하겠어요."

"여기 와서 나무꾼 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하늘 나라에 사는 게 좋지 뭣 하러 또 오니? 그렇지만 너희들이 온다 해도 늙어서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을 게다."

나무꾼은 쓸쓸한 얼굴을 하는 어머니와 이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이윽고 하직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얘야, 지금 호박죽을 쑤니 그거나마 좀 먹고 가거라. 넌 호박죽을 좋아했었지......"

하며 부엌에서 호박죽 한 사발을 떠가지고 말 위에 타고 있는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나무꾼은 호박죽 그릇을 받아 들다가 이제 갓 쑨 죽이라 뜨거워서 그만 말등에 엎질렀습니다. 용마가 뜨거워 펄쩍 뛰었습니다. 뛰는 바람에 나무꾼은 그만 말에서 떨어져 땅을 밟고 말았습니다.

나무꾼이 땅을 밟자 용마는 한마디 높은 소리로 울더니 나무꾼을 두고 혼자 높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용마가 하늘로 사라져 버리자, 나무꾼은 푸른 하늘만 우러러보며 넋잃은 사람처럼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선녀와 아기들을 만나러 가려 해도 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나무꾼은 자기의 실수로 아내와 아기들을 못 보게 된 슬픔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마는 아내와 아이들을 영영 잃어버린 나무꾼의 마음은 한없이 아팠습니다. 나무꾼은 날마다 넋잃은 사람처럼 먼 하늘만 쳐다보며 슬픈 얼굴을 하고 지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처자가 있는 하늘로 도로 올라갈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와서 물을 긷지나 않나 하고, 산 위 못에 가서 지켜 보기도 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린 용마가 행여나 저를 데리러 내려오지나 않나 하고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레박도 용마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나무꾼은 미칠 듯한 마음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을 지으며 그날그날을 지냈습니다.

나무꾼은 이렇게 애태우며 지내다가 죽었습니다. 나무꾼이 죽은 후 그의 집 지붕 마루에 수탉 한 마리가 올라 앉아 하늘을 보고 길게 목을 빼어 울었습니다.

"웬 닭이 남의 집 용마루에 올라가서 우나?"

하고 늙은 어머니가 중얼거렸습니다. 그것이 나무꾼의 넋인 줄은 어머니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수탉들은 어디서나 높은 데 올라가서 하늘을 보고 울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하늘에 가까이 올라가서 선녀를 부르고 싶어하는 나무꾼의 넋이 모든 수탉들에게 전해진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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