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선데이

   

  • 감독 : 폴 그린그래스
  • 원제 : Bloody Sunday(2002)

1 # 거북이[ | ]

나에게 영화라고 하면 일단 재미가 있어야한다. 영화는 스토리텔링의 하나이고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재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판소리이건 소설이건 뮤지컬이건 만담이던 영화건 다 마찬가지다. 물론 소설도 다큐멘터리처럼 쓸 수 있고 영화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메시지만 있고 재미가 없다면 그것은 반만 얻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가 있어야 의미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재미가 아주 없는 영화였다. 거의 짜가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진 영화인데 뭐랄까 리얼하긴 했는데 사건이 사건인만큼 절대 기분좋은 내용도 아닐 뿐더러 긴장도 별로 없고 뭐 그러했다. 이정도 영화라면 한국에는 진짜 다큐멘터리도 천지이고 영화로 만들 소재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는 이미 감각이 무뎌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한국 현대사는 그 역사적 굴곡의 처절함에 있어서 아마 세계 어떤 나라에도 크게 뒤지지 않을듯 하다. -_-

그런데 이 영화에 조금 이상한 혐의가 있다. 영화대로라면 영국군 공수부대는 뭐랄까 그다지 조직적으로 데비 시민들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들 눈에 폭도로 보이는 시위대의 물량에 겁먹은 몇몇 공수부대원들이 패닉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고 그것때문에 시위대가 더 과격해졌으며 공수부대원들은 그때부터 짐승의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차별 사격을 한 것처럼 그려져있다. 이 정도로도 그 집단이 얼마나 띨띨한건지 알 수 있고 유럽인들이라면 충분히 천인공노할만한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광주를 경험한 한국인의, 혹은 문화혁명을 겪은 아시아인의, 최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포로학대를 지켜본 지구인의 눈으로 보면 '햐 저놈들은 그래도 양반이네.'하는 생각이 들 정도밖에는 아니다.

U2의 Sunday Bloody Sunday가 흐르면서 스크린이 올라갈 때 뭐랄까 뭉클한 기분이 생길만도 하건만 양아치 밴드가 된 U2가 떠오르면서 그런 기분은 결코 생기지 않았다. 저들은 저런 정도도 끊임없이 되새김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제대로 청산못하고 되새김못하는 일들이 이리 많을꼬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 거북이 2004-6-20 4:35 am

 

2 # 촌평[ | ]

잘 봣습니다. -- 지나다가 2004-6-21 1:22 pm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