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마지막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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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6 01 21 : 북경의 마지막 밤[ | ]

오늘은 마지막 날인만큼 아예 관광을 하기로 했다. 우리를 그동안 꾸준히 돌봐주신 이차장님이 나오셔서 가이드를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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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원 입구

첫번째로 간 곳은 이화원. 서태후의 여름 별장인데 여기는 평지를 파서 못을 만들고 그 흙을 쌓아 산을 만든 엽기적 행태로 유명한 곳이다. 뭐 건물들은 그냥 아기자기하고 뭐 그랬다. 남의 별장 구경이야 볼 게 있나. 그런데 그 문제의 못을 보고 좀 맛이 갔다. 진짜 컸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어붙은 그 못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왔는데 나오는데도 한참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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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에 들어가지 말라고 입구를 막았는데 중국인들은 열심히 잘도 넘어간다. 이런 중국적인 장면은 참 질리지도 않고 계속 나온다. 나도 따라 넘어갔다. -_-

또 하나 엽기적인 것으로, 우리는 한바퀴 돌 수 있는 20위엔짜리 표가 아니라 다른 건물에도 들어갈 수 있는 40위엔짜리를 사고 들어갔었는데 정작 제대로 된 건물이 있는 산쪽은 공사중이라고 출입금지가 되어있다. 공사중이면 20위엔짜리를 팔았어야 하지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이게 중국이라고 한다. 당한넘이 잘못이라는. 국가소유인 문화유산 관람하는데도 이런거 보면 좀 어처구니가 없다. 나중에 보니 그 산에 있는 건물들이 꽤 볼만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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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못인가? -_- 건너편이 출입금지되었던 산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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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에서.

허탈한 마음을 부여잡고 자금성으로 갔다. 여기도 40위엔이다. 40위엔이면 환율로만 봐도 5000원이 넘는 돈이고 택시타고 북경시 중심가(자동차 전용도로인 2환을 타고 도는 정도?)를 돌아볼 수 있는 돈이다. 우리의 체감 물가로 하면 2-3만원은 할거다. 우리도 고궁 입장료를 만원정도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_- 외국인 돈을 터는 일이니 뭐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내국인에게는 어떻게 부담주지 않고 들여보낼까를 고민해보면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자금성 여기저기 둘러본 것도 아니고 그저 각종 문을 지나서 직선으로만 통과했는데도 참 버겁다. 좌우에 널린 수많은 궁궐들을 생각해보면 왜 이넘들은 이렇게 스케일로만 승부를 할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뭐 나름대로 논리가 있겠지. 아따 크다 하는 느낌 외에는 그저 AFC였다는게 솔직한 내 감상이다. 지붕을 금칠로 도배한 것은 정말 싸구려 취향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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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황제라는 신조어를 연상시키는 중국 꼬마. 그리고 마오와 함께 선 거북. 후배가 사달라고 해서 특별히 마오 뱃지를 구입하기도 했다.

미리 좀 준비를 하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이번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출장이었으므로 나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왔다. 따라서 그만큼 관광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북경에는 생각보다 볼만한 것이 없는거 같다. 덩치는 크고 뭔가 에너지는 있지만 문화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없었다. 그것은 사실 서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서울을 테마로 뭘 구경할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다지 떠오르는게 없다. 전문 앞의 시장통과 조금 후에 적을 진주백화점 등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 차라리 더 좋았다. 서울이라면 남대문시장이나 제기동 약재상 등이 그렇지 싶다.

그제 잠시 들렀던 전문에 다시한번 가서 애들 나눠줄 약과를 샀다. 구불리라는 만두집 체인에서 만두를 사먹었는데 먹는 것으로 유명한 북경에서 이런 부실한 먹거리로 상장까지 한 체인점이 있을지는 몰랐다. 영 꽝이었고 결코 싼 것도 아니었다. 여긴 참 야바위판이다. 짝퉁을 파는 것까지는 좋지만 좀 쓸만한 것을 팔지 여기 것은 1회용에 가까운 것이 많다. 사전을 너무 많이 사서 들고가는데 문제가 있었기에 여행용 가방을 하나 구입하려고 어슬렁댔지만 정말 차마 사기 민망한 것들이었다. 50위엔 정도였으니 결코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한번 제대로 쓸 수나 있을까 싶은 넘들이었으므로 이차장님께서는 그냥 사지말고 다른 곳에 가자고 하셨다. 군고구마와 설탕에 구운(?) 밤을 사먹고 싶었는데 일행들도 있어서 그냥 좀 참았다. 난 여행다니면서 달달한 것을 먹는 것이 좋은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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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백화점 내부.

이차장님께서는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가셨는데 그곳은 진주백화점이었다. 다른 것에 비해 여긴 진주가 특히 싸다고 하는데 그것을 파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 지하는 수산물 시장이라서 온 건물이 생선비린내로 진동중이다. 1층 잡화상이나 2층 의류상등은 도대체 어떻게 이용하라고 지하에 수산물 시장이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아주 성업중이다. -_-

여기는 제대로 된 짝퉁을 많이 파는데 이차장님은 품질을 믿어도 좋다시네. 여기서 일단 여행용 가방을 샀다. 여자 점원은 샘소나이트라고 하며 나를 잡는다. 우리나라라면 염치가 있어서 샘소나이트라고 노골적으로 말하진 않을텐데 얘들은 당당하다. 어쨌거나 중국어를 잘하는 이차장님이 얼마냐고 묻자 얘는 후려치지 못하고 250위엔을 댄다. 이차장님은 웃으며 뜸을 들이시다가 뭐라고 하시더니 160위엔 정도로 맞추셨다. "얘기 말하길 원가가 150위엔인데 10위엔 붙여서 물이나 사먹으려고 한다네요. ㅎㅎ 뭐 100위엔까지도 깎을 수 있을거 같은데 이정도로 하죠." 역시 다년간의 연륜이 묻어난다. 일행이 수산물 시장을 보려고 가는데 난 비린내도 싫고 또 조금 있으면 다른 약속이 있어 왕부정에 가야 했으므로 여기서 헤어졌다. 난 다시 올라가 어머니 드릴 선물로 핸드백을 조금 구경했다. 여자 점원이 안녕하세요 하고 우리말로 한 후 대뜸 영어로 날 꼬신다. 루이비똥이 좋냐 아니면 지방시가 좋냐 하면서 뭐든 말만 하랜다. -_-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만한게 뭐 있냐고 물었더니 루이비똥 잘나가는게 있다고 한다. 그냥 무난해보여서 그걸로 살까 했는데 계산기에 680을 눌러서 준다. 난 현금이 100위엔정도밖에 없었으므로 돈이 없다고 했더니 그러지말고 원하는걸 적어보라고 한다. 그냥 200을 적어봤더니 다시 380을 찍어서 준다. 250-280-260 이렇게 낙찰이 되었다. -_- 여긴 이게 그냥 디폴트인가보다. 물건과 그것에 대한 가격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사는 넘이 손해볼 수 밖에 없다. 피곤한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지나가는 한국여자애에게 이거 잘 산거냐고 물어봤더니 조금은 비싼거 같네요 하더라. 처음부터 150정도를 찍고 200이상은 주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협상이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이 있는데 협상이 가능한 가게에서는 처음 부를때 정가의 20%로 시작해서 낙찰가가 30%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 맞는듯 하다. 두세번 해본 결과 나온 감인데 뭐 얼마나 맞는건진 모르겠다. 중관촌에서는 20%정도 깎는게 고작인거 같았으니 뭐 그것도 가게들 나름인거 같고. 어쨌거나 현금이 없던 나를 점원은 친절하게 따라와서 ATM기계까지 안내해준다. 돈을 찾을까 어쩔까하고 있는데 보안과 얘기하던 이 점원, 저 기계에는 돈이 없으니 신용카드로 하자며 다시 데리고 내려간다. 진주파는 가게는 고가를 취급하므로 신용카드가 되니까 그쪽 매출로 잡아주고 현찰을 받아가는 시스템이다. 5%의 수수료를 물리는데 그건 내 몫이라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표정을 짓더군. 중국 애들은 천상 장사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어리버리한 출장 직원은 271위엔에 짝퉁 루이비똥을 사고야 만다. 점원은 진주가게 아가씨로부터 260위엔을 챙겨들고 바이바이~하며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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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부정 거리.

당한듯한 기분에 어리둥절해하던 나는 그냥 택시를 집어타고 왕부정에 왔다. 여기 있는 신화서점(국영 서점 체인점이라고 한다)에서 중국 유학생 샹선생님을 만나기로 했고 나는 남은 시간에 못샀던 사전 몇개를 더 구입했다. 사전 사는 김에 화집도 좀 볼까하면서 둘러봤는데 중국 현대 화가들과 옛날 수묵화가 화집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좀 부실했다. 뭐 나는 알고있는 화가들도 별로 없었으므로 내가 아는 유일한 중국화가인 스타오의 화집을 하나 사는 것으로 종쳤다. 48위엔이니 우리에겐 참 싸다. 좀 튼실한 화집 없나하고 찾아봤는데 20세기 중국미술사 화첩같은 경우 1200위엔이나 해서 그건 그냥 진정했다. 서양 유명 화가들도 좀 있었지만 품질이 영 별로여서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고야도 없었고. 왕부정의 신화서점이 북경에서 두번째로 큰 것이라고 하던데 교보문고 같은 곳을 생각해보면 결코 큰 규모라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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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마지막 날에 먹은 만찬.

샹선생님을 만나 우리는 식당가인 모처로 이동했다. 여기는 짱께집이 수도 없이 몰려있는 곳인데 운치도 있고 맛있는 집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간 곳은 화가반점이다. 여기는 인테리어가 썩 좋진 않지만 약간 중국풍이고 조명이 조금 어두워서 운치가 있었다. 음식을 5개정도 시켰는데 샹선생님은 역시 다년간의 중국생활로 훌륭한 조합을 선택하셨다. 중국에서 음식 시키는 법을 익히려면 한 반년은 걸릴거 같다. 정말 복잡하다. 점원도 그 복잡한 주문을 꼼꼼하게 받아적는다. 한자로 쓰는데 뭐 얘들 말이긴 하지만 한자를 참 잘쓰더군. -_- 좀 부러웠다. 음식을 조금 먹는데 옆에서는 중국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이쯤되면 상당히 멋진 가게라고 할 수 있겠다. 어제 먹는 럭셔리 광동음식에 비하면 정말 싼 가격이었지만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우리가 먹은 것의 총액은 200위엔. 사실 이정도는 여기선 약간의 사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뭐 중국이니까 이정도 사치를 하지 어디서 또 하겠는가. 우리는 먹으면서 중국-중국인-중국어-동유럽 등의 다양한 화제로 떠들어댔다. 샹선생님은 기본적으로 나와 기질이 유사한 분이라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여러가지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니 배울게 참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그렇게 친해지고나니 좀 더 각별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여러가지를 도와주시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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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악을 울려준 악사들.

호텔에 왔더니 인터넷이 안된다. 오늘만 잘 되면 내일 가니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는데 호텔마저 막판에 중국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화로 인터넷 안되잖아 일마들아 그랬더니 기술자가 없어서 몬한다고 하더라. 뭐 인터넷이 안되어도 파일로 저장하면 되니까 이렇게 열심히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고 내일 들고갈 짐을 다시 패키징하니 어느새 한시가 되어간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별일 없을거 같으니 일단 이걸로 중국여행기는 종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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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내려 찍어본 셀카. 이번 여행은 셀카로 시작해 셀카로 끝났다. ㅎㅎ

2 촌평[ | ]

  • 안미남  : 그렇지 않음 좀 아쉽잖냐...포즈는 똑같고 배경만 다를뿐인데 그냥 왔다는 증명할려고요...라고 말하는것 같아서 그곳에서 느낌을 사진에 옮겨봐봐! - 2006-3-30 12:46 am
  • 안미남  : 글을 잘 읽었는데 예전 유럽여행때부터 느낀것인데 사진찍을때 포즈는 거의 비슷하구만...좀더 자연스럽게 다채롭게 사진을 찍는 연습!!! - 2006-3-30 12:45 am

중국은기회의땅 <= 북경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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