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여성·여자

1 개요[ | ]

부인·여성·여자 --- 남자가 읽은 일본 여성사
婦人・女性・おんな --- 女性史の問い
편집 정철 표지 디자인 김상만
발행 정철 출판사 빈서재
이메일 pinkcrimson@gmail.com
ISBN 979-11-987652-1-5 (94910)

가로 128mm X 세로 188mm
251페이지. 22000원.

913 일본사 > 일본 근현대사
337 여성문제 > 일본 여성사
389 문화인류학 > 일본 여성사

2 이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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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표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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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 ]

시작하며 : 여성사와 나 . . . . . . . . . . . . . 17

제 I 편 여자들 ·여성사의 논점 31
제 1 장 여자들의 위치 . . . . . . . . . . . . . 33
1.1 여성의 위치는 변했는가 . . . . . . . . . . 33
1.2 ‘신상 상담’에 대한 답변 . . . . . . . . . . 35
1.3 결혼관의 변화 . . . . . . . . . . . . . . 37
1.4 부부별성의 문제 . . . . . . . . . . . . . 39
1.5 가정관 . . . . . . . . . . . . . . . . . . 42
1.6 취직관 . . . . . . . . . . . . . . . . . . 43
1.7 노동의 변화 . . . . . . . . . . . . . . . 45
1.8 ‘주부’의 시대 . . . . . . . . . . . . . . . 46
1.9 성별역할 분업과 교과서 . . . . . . . . . . 48
1.10 ‘주부’로부터의 이탈과 새로운 문제 . . . . 51
1.11 아그네스 논쟁이 제기한 것 . . . . . . . . 53
1.12 남자들의 전환기 . . . . . . . . . . . . . 56
1.13 새로운 여행의 출발 . . . . . . . . . . . . 58
1.14 여성의 현재와 미래 . . . . . . . . . . . . 60
1.15 세계 여성의 해와 차별철폐조약 . . . . . . 61
1.16 여성문제의 풍화 . . . . . . . . . . . . . 63
1.17 성적 폭력 . . . . . . . . . . . . . . . . . 65
1.18 부인교풍회의 활동 . . . . . . . . . . . . 69
1.19 ‘레이프’의 시점 . . . . . . . . . . . . . . 69

제 2 장 여성사는 지금 . . . . . . . . . . . . . 75
2.1 여성사 연구의 담당자들 . . . . . . . . . . 75
2.2 기초적 사실의 해명 . . . . . . . . . . . . 78
2.3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 . . . . . . . . . . . 79
2.4 여성사 논쟁 . . . . . . . . . . . . . . . 81
2.5 남성사에 대한 충격 . . . . . . . . . . . . 83
2.6 『일본 부인문제 자료집성』. . . . . . . . . 86
2.7 여성의 시점 . . . . . . . . . . . . . . . 90
2.8 민간학에 대한 공헌 . . . . . . . . . . . . 91
2.9 여성사 ·여성학의 융성 . . . . . . . . . . 93
2.10 지자체사 ·노동운동사와 여성 . . . . . . . 94
2.11 여성사의 문제점 . . . . . . . . . . . . . 97
2.12 여성사에 대한 두 가지 태도 . . . . . . . . 100
2.13 사회 과목 폐지와 여성사 . . . . . . . . . 101

제 II 편 여성사 다시 보기 103
제 3 장 여자들과 국가 . . . . . . . . . . . . . 109
3.1 여성의 사회참여 . . . . . . . . . . . . . 109
3.2 국가로의 흡수 . . . . . . . . . . . . . . 111
3.3 부선운동과 이치카와 후사에 . . . . . . . . 114
3.4 총동원체제로 . . . . . . . . . . . . . . . 119
3.5 거부의 논리와 참여의 논리 . . . . . . . . 121
3.6 국방부인회 . . . . . . . . . . . . . . . . 123
3.7 부엌에서 거리로 . . . . . . . . . . . . . 125

제 4 장 모성의 논리 . . . . . . . . . . . . . . 129
4.1 여권주의와 모성주의 . . . . . . . . . . . 129
4.2 모성보호논쟁 . . . . . . . . . . . . . . . 130
4.3 ‘모성’의 성화 . . . . . . . . . . . . . . . 131
4.4 히라쓰카 라이초와 다카무레 이쓰에 . . . . 133
4.5 국가와 모성 . . . . . . . . . . . . . . . 136
4.6 ‘이에’의 해체와 모성의 역할 . . . . . . . . 138
4.7 군국의 어머니 . . . . . . . . . . . . . . 140
4.8 전후 사회에서의 ‘모성’ . . . . . . . . . . 144
4.9 ‘모성’의 탐구 . . . . . . . . . . . . . . . 147
4.10 성차로서의 모성 . . . . . . . . . . . . . 149

제 5 장 여성학과 여성사 . . . . . . . . . . . . 153
5.1 여성학의 탄생 . . . . . . . . . . . . . . 153
5.2 여성사는 여성학에게 무엇을 주었나 . . . . 156
5.3 바지에서 치마로 . . . . . . . . . . . . . 157
5.4 화장과 복장 . . . . . . . . . . . . . . . 159
5.5 여성사는 여성학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 162
5.6 계급지배와 성지배 . . . . . . . . . . . . 163
5.7 신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 . . . . . . . . 165
5.8 부인문제 연구와 여성학 . . . . . . . . . . 166
5.9 성역할의 유동화 . . . . . . . . . . . . . 168
5.10『새로운 여성의 창조』. . . . . . . . . . . 171
5.11 ‘근대’와 페미니즘 . . . . . . . . . . . . . 172
5.12 페미니즘의 다양한 조류 . . . . . . . . . . 173
5.13 여성학의 정의와 방법 . . . . . . . . . . . 177
5.14 여성학의 문제점 . . . . . . . . . . . . . 181

제 6 장 민속학과 여성사 . . . . . . . . . . . . 183
6.1 야나기타 구니오의 여성에 대한 시점 . . . . 183
6.2 서입고 . . . . . . . . . . . . . . . . . . 186
6.3 누이의 힘 . . . . . . . . . . . . . . . . . 188
6.4 스에무라의 여자들 . . . . . . . . . . . . 189
6.5 농촌의 어머니와 아내들 . . . . . . . . . . 193
6.6 여자의 노동 . . . . . . . . . . . . . . . 195
6.7 근세 여성사 연구의 새로운 바람 . . . . . . 199
6.8 자서전의 융성 . . . . . . . . . . . . . . 200

제 7 장 ‘세계’의 시점에서 . . . . . . . . . . . 203
7.1 세계 여성사를 향한 태동 . . . . . . . . . 203
7.2 멕시코에서 나이로비로 . . . . . . . . . . 205
7.3 세계의 여자들은 지금 . . . . . . . . . . . 207
7.4 세계 각국의 여성사 연구 . . . . . . . . . 209
7.5 미국의 여성학 ·여성사 . . . . . . . . . . 214
7.6 소신선언 . . . . . . . . . . . . . . . . . 216
7.7 여자들의 아시아 . . . . . . . . . . . . . 218

제 8 장 ‘지역’의 시점에서 . . . . . . . . . . . 223
8.1 지역 여성사 연구의 열기 . . . . . . . . . 223
8.2 여성사 서클의 작품 . . . . . . . . . . . . 225
8.3 부인회의 사업 . . . . . . . . . . . . . . 227
8.4 지자체의 여성사 . . . . . . . . . . . . . 230
8.5 개인에 의한 저작 . . . . . . . . . . . . . 231
8.6 여성사에 대한 뜨거운 초심 . . . . . . . . 234
8.7 지역 운동과의 연결 . . . . . . . . . . . . 238
8.8 지역성 ·다양성 . . . . . . . . . . . . . . 241
8.9 민중사의 시점 . . . . . . . . . . . . . . 246
8.10 ‘풀뿌리’의 시점 . . . . . . . . . . . . . . 248
8.11 역사의 심부를 비추다 . . . . . . . . . . . 254
8.12 여성사의 요부 . . . . . . . . . . . . . . 258

맺으며 : 여성사 그리고 그 너머 . . . . . . . . . 263
1 여성사 ·여성학 ·여성문제 . . . . . . . . . 263
2 여성사가 안고 있는 위험 . . . . . . . . . 264
3 여권과 모성 . . . . . . . . . . . . . . . 265
4 장애인 문제와 여성문제 . . . . . . . . . . 268
5 ‘계급’ 일원론 흔들기 . . . . . . . . . . . 272
6 새로운 ‘계급’ 개념의 구축을 . . . . . . . . 274
7 여성사의 미래 . . . . . . . . . . . . . . 276

후기 . . . . . . . . . . . . . . . . . . . . . . . 277
1 저자 후기 . . . . . . . . . . . . . . . . . 277
2 역자 후기 . . . . . . . . . . . . . . . . . 280

찾아보기 . . . . . . . . . . . . . . . . . . . . . 287

4 출판사 책소개[ | ]

[헤드카피] "국가를 보는 눈은 지사나 성인의 그것이 아니라, 여자들의 눈이면 좋겠습니다."

  • "남자 연구자니까 더더욱 여성사에 관심을 가져야죠. ... 여성사의 시점을 도입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제까지의 역사를 사실상 남성사로서 상대화하는 것이 됩니다."
  • 일본 여성사는 제국시대를 외면하지 않는다. 남성들이 일으킨 세계 대전을 모두 남성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제국에는 침략 전쟁을 ‘총구의 뒤'에서 뒷받침한 여성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 해방 운동은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삼고 있다.
  • 진보를 멀리서 찾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간단히 답한다. "부인론을 가지고 각 사상의 진정성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5 역자의 책소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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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말_ 『부인·여성·여자: 남자가 읽은 여성사』 (가노 마사나오 지음, 이은경 옮김, 빈서재, 280쪽, 2024.07)



“그때 일본 여자들은 뭘 했지?”

한국에서 누군가 일본 여성의 운동과 그 역사에 관심을 갖는다면, 여성운동에 또 하나의 레퍼런스로서 혹은 연대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바람 때문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학도로서 일본 역사를 먼저 접한 후, 뒤늦게 여성 관련 사료를 접하면서 일본 여성사 연구자가 된 나의 관심은 좀 달랐다. 근대 일본의 격변하는 사회 안에서 일본의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원했는지, 그리고 남자들로 이루어진 군부와 정부가 폭주할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궁금했다. 그야말로 ‘일본과 여성의 관계’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여성에 관해 한국에서 번역된 책은 물론이고, 일본의 원서를 뒤적여도 그러한 바람에 부응하는 책을 찾기는 힘들었다. 교과서 같은 사실의 열거가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 관점이나 주제를 가지고 강한 주장을 펼치는 책도 아니라, 일본 여성의 역사 그리고 그 연구사의 지평을 차분히 그러나 하나의 서사로서 써내려간, 비전공자에게도 술술 읽히는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있다면 하는 오랜 바람이 있었다. 일본사 번역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책의 번역을 강력하게 희망했던 이유다.


한 남자가 여성사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 배경

필자인 가노 마사나오(鹿野政直, 1931~)는 국내에도 상당히 알려진 일본의 진보적인 역사학자 혹은 사상사 연구자로, 여성사 연구자인 나로서는 그의 폭넓은 독서와 집필의 한 부분이 여성사 관련 내용으로 채워진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지만, 그 자신에게 흔쾌한 이유는 아니었던 듯하다. 그가 다른 책에서 그 배경이 되는 자신의 원체험을 소개한 적이 있기에,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일종의 보론으로서 간단히 소개해 둔다.

본래 그는 지금과 다른 이마이 마사나오(今井政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는데, 조부와 부친 2대에 걸쳐 양자를 들인 후 3대째에 비로소 태어난 ‘친아들’이었다(훗날 알고 보니 증조부도 양자였다고).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양자’로는 적합하지 않은 난폭한 성격이어서, 할아버지는 마지못해 딸의 결혼을 허락하고도 여전히 그를 불신하며 못마땅해 했다. 그럼에도 손자인 마사나오만큼은 귀여움을 받았던 듯, 그는 집안에서 부모보다 주로 조부모와 함께 지내며 장손으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불안정한 동거는 오래 가지 못했는데, 그가 11살 때 어머니가 병사하면서 복잡하고 불안정한 관계로 이루어졌던 가족이 붕괴한 것이다. 마사나오는 아버지를 따라 이마이 집안을 떠나야 했고, 아버지가 입양되기 이전의 성(姓)이었던 가노(鹿野)를 쓰게 되었다. 이후 마사나오의 청소년기가 순탄치 않았을 것임은 쉽게 짐작된다.

가노는 그러한 가정환경을 겪으며 자신은 끔찍하게 어두운 아이였다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남들과 같은’ 혹은 ‘일반적’인 것을 강하게 동경했다고,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소수파에 대한 차별에도 민감해지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다수파’로부터 밀려나 있을 때 얼마나 살기 어려운지, 혹은 날마다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경험하고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그의 조심스러운 시선은 여성으로 옮겨지지만, 거기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남성 연구자가 조심스레 읽어낸 일본 여성사 그리고 제언

이 책은 1970년대에 본격화한 일본 여성사 연구가 학문으로서 자리잡고 또 왕성하게 그 성과가 쏟아지던 1980년대 후반이라는 시점에 서서 일본 여성의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파악하는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Ⅰ편이 ‘현재’에 해당하고 제Ⅱ편이 과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제Ⅰ편 제1장에서는 이 책의 집필 당시 여성을 둘러싼 환경과 중요 이슈에 대해 점검하고 있고, 제2장에서는 마찬가지로 그 시점에서 파악되는 여성사의 현황을 나름의 견해를 더하면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제Ⅱ편에서는 크게 세 개의 주제를 위해 각각 두 개씩 총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첫째로는 대개는 여성해방을 주로 논하는 분위기에서 도리어 여성이 ‘어떻게 포박되었는가’를 논할 것을 제안하면서 근대 일본에서의 ‘국가’와 ‘모성’의 문제를 다룬다. 둘째로는 여성사와 인접 학문과의 관계로서 ‘여성학’과 ‘민속학’을 다룬다. 셋째로는 ‘일본 여성사’ 범주의 상대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계’와 ‘지역’을 다루는데, 특히 세 번째의 이슈들은 단지 ‘일본’의 여성사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닐 듯하다.

이상과 같은 제Ⅱ편의 구성 자체에 여성사에 대한 그만의 통찰이 반영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근대 일본의 여성사에서 ‘국가’와 ‘모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기에 새로운 제안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또한 일본에서의 ‘여성사’와 ‘여성학’의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도 연구사 이해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특별한 울림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독자로서 특히 시선이 가는 것은 나머지 세 가지 이슈인데, 이하는 가노의 주된 지적 혹은 제안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첫째, 민속학은 기존 학문에서는 예외적이라 할 정도로 여성을 시야에 넣어온 학문이지만, 여성사가 그리는 여성상과는 현저한 대조를 이루는 여성상을 그려왔다. 즉 여성사가 여성을 주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존재로서 그리며 여성의 저항에 주목했다면, 민속학에서는 오히려 ‘누이(여성)의 힘’에 방점을 찍는 여성상을 그려왔다는 간극이 있다. 여성사적 ‘이념’과 민속학적 ‘현실’ 사이에서 부단한 ‘절충’이 필요할 것이며, 그를 위한 고민이야말로 새로운 학문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본 여성사를 논할 때 ‘세계’의 시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일본 여성사를 상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1975년 ‘세계 여성의 해’ 지정 이래의 국제 사회에서의 일련의 움직임, 미국에서의 여성학・여성사의 동향 등을 시야에 넣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동남아시아의 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시아가 일본으로부터 자본, 상품, 남성이라는 삼중의 지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고 ‘일본의 번영과 아시아의 고통’이라는 관계를 문제시하면서, “여성의 시점에서 아시아와 일본의 관계를 고발”해야 한다. 그러한 시점 없이는 일본 여성사가 완전한 모습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지역별로 혹은 각 지역의 전국적 네트워크에 의해 생산되는 여성사 연구의 다양성을 주목하고 그 성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즉 각 지역의 서클, 부인회, 지자체, 개인 등의 다양한 층위에서 여성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여성사를 향한 뜨거운 초심이 여전하고, 지역의 운동과 연결되어 학습과 분투를 병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슈를 각각의 지역성과 다양성에 기반해서 살피고, 익명성에 가려진 지역 인물들에 대해서도 풀뿌리적 시점에서 적극 주목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러한 지역 여성사의 성과는, 여전히 불완전한 역사학으로 하여금 보다 과거의 (어쩌면 어두운) 심층부까지 더 깊이 내려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문제를 생각할 때 시야를 ‘여성’에 수렴시키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여러 분야를 계속 염두에 두기를 제안한다. 여성문제가 다양한 마이너리티 운동에서 촉발되어 그 일환을 형성하며 전개되어 왔던 만큼, 여성문제에서 일정한 달성을 이루었다면 그들 여러 운동에 의해 뒷받침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력을 잃는다면 여성사의 초심을 잃는 것으로, 그것이야말로 일본 여성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2024년에 1989년의 일본 여성사 논의가 여전히 유효함에 대하여

이 책의 번역을 결정하면서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 책이 1989년 출간된, 그래서 30년도 훌쩍 넘은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혹시라도 지금 시대에는 이미 그 효용성이 다한 것이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다른 의미에서 1989년을 생각하며 고민하게 된다. 간명하게 정리한 그의 여성사에 대한 지식과 정보라면 지금에도 여전히 유익한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 일본 여성사에 대한 그의 통찰과 문제제기조차도 여전히 유효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긴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모성보호의 우선순위를 두고 벌어진 100여 년 전의 ‘모성보호논쟁’조차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번역자로서는 지금도 여전히 논의의 가치가 있는 책을 선택했다는 안도와, 왜 오래전의 그의 우려와 제언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게 느껴지는 것일까라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국경을 넘어 이 책을 넘기는 한국의 독자들도 그러한 복잡한 심경을 같이 느끼고 함께 고민할 수 있다면, 혹은 그에 관해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면 번역자로서 다행스러울 뿐이다.


【부록】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아주 짧은 근대 일본 여성사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제 근대국가가 수립하면서 일본은 이른바 문명개화와 부국강병이라는 이름하에 전방위적인 개혁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서구 열강과의 불평등조약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국력의 신장뿐 아니라 이른바 문명의 분야에서도 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혹은 인정받을 수 있을 수준의 개혁이 요구되었다. 그러한 압력 속에 남성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른바 ‘부인론’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지위와 역할 혹은 대우를 두고 각종 논의를 전개하기도 했지만, 남녀평등까지를 고려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남자들로 이루어진 일본 정부는 1890년 여성에게 정치 관련 단체의 가입은커녕 정치 행사 참여조차도 금지시키는 ‘집회 및 정사법’을 만들어 여성 스스로가 어떤 정치적 변화도 시도할 수 없게 했고, 1898년에는 여성에게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 일체의 권한을 빼앗아 ‘무능력자’로 규정함으로써 여자를 평생 남자(아버지, 남편, 아들)에게 종속시키는 민법을 제정했다.

다만, 교육에서는 조금 달랐다. 1872년 일찌감치 시행된 소학교 의무교육은 남녀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 여아들도 학교에 가서 글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역시나 남녀에 큰 차이가 있었다. 1899년 ‘고등여학교령’(실제로는 여자 중등교육에 관한 규정)이 공포될 때까지 30년 가까이 여자교육은 제도적으로 방치되었고, 그나마 뒤늦게 정비된 여자 중등교육은 이른바 ‘양처현모’의 양성을 목표로 했다. 가정에서 남편을 보좌하기 위해 혹은 남편과 아들이 일본을 위해 헌신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여자에게는 글을 읽고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중등교육을 받게 하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본래 여자교육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일단 ‘여학교’에 소녀들이 모이자, 그리고 그러한 역사가 10년쯤 지속되자 정책 입안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녀들은 자신이 신민(臣民)인 남자와는 다른 취급을 받는 ‘여자’임을, 그리고 그러한 차별이 잘못되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으며, 비로소 ‘여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각성의 결과 1911년 처음으로 여자들의 손에 의한 잡지 『세이토(青鞜)』가 만들어졌고, 그 지면을 통해 남녀평등과 자유연애 등 종래에는 감히 입에 담지 못했던 주장이 터져 나왔다. 1913년 종합잡지 『중앙공론』에서 기획한 ‘부인문제 특집’ 등이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자 1916년 아예 『부인공론』 창간으로 이어졌고, 1918~1919년에 걸쳐서는 이들 지면을 통해 여성 자신의 경제적 독립과 국가에 의한 모성의 보호를 둘러싸고 다수의 남녀 논객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모성보호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참정권 운동의 시초가 된 것은 『세이토』를 창간했고 논쟁을 주도했던 히라쓰카 라이초(平塚らいてう)가 노동운동을 하던 이치카와 후사에(市川房枝)에게 협력을 제안하여 조직한 <신부인협회>의 활동이었다. 비록 그 성과는 미미했지만 그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1923년 관동대지진을 계기로 각계의 여성들이 다시 모였을 때에는, 본격적으로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는 운동(=婦選運動)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미국 등지에서 속속 여성참정권이 부여되기 시작한 것, 그리고 1925년 일본 의회에서 남자 보통선거법이 통과된 것을 배경으로 했으며, 특히 1921~1923년 미국에 체류하면서 여성참정권이 실현된 현장을 목격하고 학습한 이치카와 후사에가 귀국해서 주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사에가 중심이 된 단체 ‘부선획득동맹(婦選獲得同盟)’은 의회 로비를 통해 여성참정권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했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성 정치인들과의 우호적인 관계의 수립이 필수적이었기에, 지자체와 정당 혹은 관료들의 각종 요구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남성 정치인들은 여자의 참정권이 시기상조라든가, 낮은 단계의 지자체 선거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주장을 일삼았고, 집권 여당일 때와 야당이 되었을 때 말이 달랐다. 오랜 노력 끝에 1931년 말의 정기의회에서 지방의회 선거권이라는 최소한의 참정권 인정이 확실시되었지만 하필 그에 앞서 만주사변이 발발(1931.9)하여 무산되었고, 1932년 2.26 군사 쿠데타 이후에는 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에 여성참정권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는 이른바 총동원체제에 돌입했고, 후사에가 이끄는 여성계 지도자들은 참정권 획득 직전까지의 이르렀던 성과에 대한 미련과 종전 후 참정권 실현에 대한 기대, 그리고 전쟁이라는 비상시국 하에서 여성의 공무 참여 기회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흥분으로 전쟁협력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충성스럽고 심지어 쓸모있는 국민임을 입증한 후에 참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서양 여성의 선례를 학습한 것도 그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일본 남성들의 정부가 패배를 선언한 후인 1946년 12월 일본을 통치하던 맥아더에 의해서였다.


6 책속 한구절[ | ]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여성사 주인공의 공식적인 호칭은 근대 일본에서는 자칭·타칭 `부인'에서 `여성'으로 변경되는 추이를 밟아왔습니다. `부인'이라는 말은 현재 보수적인 이미지를 띠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근대화 과정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장난감 정도로 간주되었던 종래의 통념에 대해, 그녀들도 인간적인 존엄을 가진 존재라는 인식을 담아 점차 널리 사용되어 갔다고 여겨집니다. ... 그리하여 인간으로서의 요구를 담은 경우, 부인운동·부인참정권 등으로 익숙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 [p27]

직업인 여성의 노동에 대한 관심이 전례없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그 노동에 관한 새로운 분야가 개척되려는 듯합니다. 여성의 프로페셔널, 즉 전문직이나 관리직이 초점의 하나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법사회학'을 따라서인지, `법여성학'이라는 분야도 제창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둡고 은밀한 영역에 있던 이혼이 백일하에서 다루어지게 되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시민권'을 얻었다고 할 법한 상황도 보입니다. 그 한편으로 현대 가족이 안고 있는 병리나 이제부터의 가족을 향한 모색도 과제로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남자들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이 요구되고 있기도 합니다. 나아가 여기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최근 특히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로서 고령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고령화로서는 `라이프 사이클'의 문제임과 동시에 가족·친족과 관련해서는 개호(돌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 [p60]

그러한 문제의식을 최초로 가장 명료하게 내걸었던 것은 아마도 가노 미키요 씨 등이 참여한 `여자들의 현재를 묻는 모임'이었습니다. 『총후사 노트』라는 표제를 가진 이 모임 기관지의 창간호 권두에는 `간행에 즈음하여'라는 글이 게재되었는데, 여기에서 아래와 같이 모임의 목적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어머니들은 분명 전쟁의 피해자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침략전쟁을 뒷받침하는 `총구 뒤의(銃後)'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이 기관지를 통해 그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습니다."– [p112]

그것은 장애인 자신의 달성 목표의 변화와 연동되는 사실입니다. 그 목표는 처음에는 `방치' 혹은 `은폐'에서 보다 나은 `개호'로였을 겁니다. 그러나 `개호'는 점차 `관리'로 의식되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개호'의 대가로 일어나기 쉬운 프라이버시의 결여를 중대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의 단계에 눈뜨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기실현'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결과로서 `장애자'이라는 용어에 저항감이 생겨, 적절한 용어의 모색이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p270]

7 저자 / 역자 소개[ | ]

지은이 가노 마사나오(鹿野政直). 일본의 역사학자. 근현대의 역사와 사상사, 여성사 등을 폭넓게 연구했다. 와세다대학 문학부의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58년부터 1999년까지는 교수로 재직했다. 『이와나미 신서의 역사』(AK), 『근대 일본의 사상가들』(삼천리), 『근대 일본의 학문』(소화) , 『근대 일본사상 길잡이』(소화), 『일본의 근대사상』(한울), 『현대 일본 여성사』(책사랑) 등이 번역되었다. 『가노 마사나오 사상사론집』(전 8권, 이와나미)이 2008년에 출간되었다.

옮긴이 이은경.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부교수. 주로 근대 일본의 역사를 여성 인물과 운동을 중심으로 연구해 왔고, 대중적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다. 저서로는 『근대 일본 여성 분투기』, 공저로 『젠더와 일본 사회』·『난감한 이웃 일본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시선』·『근대 일본인의 국가인식』 등이 있다.

[출판사 / 총서 소개]

에도 말기와 메이지유신 전환기를 주로 공부하는 박훈 교수는 도쿠가와 시대를 다룬 연구서가 매우 적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연구자들을 모으고 때를 기다리다가 플라톤 아카데미와 함께 연구서를 출간할 기회를 마련했다. 한일관계가 나빠질수록 서로를 알아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간 외면되었던 일본 근세와 근대의 주요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빈서재 출판사는 이에 호응하여 연구총서를 준비했다.

8 띠지의 추천서 목록[ | ]

근대 일본 여성 인물 저술/사료 소개
  • 세이토 - 일본 최초의 여성문예 잡지 (히라쓰카 라이초 외 / 어문학사)
  • 재조일본인 여급소설 (역락)
  • 일본 근현대 여성문학 선집 1-18 (어문학사)
    • 히구치 이치요, 요사노 아키코, 다무라 도시코, 노가미 야에코, 오카모토 가노코, 우노 지요, 미야모토 유리코, 하야시 후미코, 사타 이네코, 엔지 후미코, 히라바야시 다이코, 오타 요코, 사키야마 다미
근대 일본 여성사 연구서 소개
  • 현대일본여성사 (가노 마사나오 / 책사랑)
  • 일본 여성사 (이노우에 키요시 / 어문학사)
  • 일본여성의 어제와 오늘 - 성, 사랑, 가족을 통해 본 (총합여성사연구회 / 어문학사)
  • 근대 일본 여성 분투기 - 일본과 여성의 관계사 (이은경 / 한울)
  •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 (한울)
  • 재조 일본인이 본 결혼과 사회의 경계 속 여성들 (양지영 편 / 역락)
  • 마을을 불살라 백치가 되어라 - 이토 노에 평전 (구리하라 야스시 / 논형)
  • 여성 표현의 일본 근대사 - <여류 작가>의 탄생 전야 (히라타 유미 / 소명출판)
  • 갓포기와 몸뻬, 전쟁 - 일본 국방부인회와 국가총동원체제 (후지이 다다토시 / 일조각)
  • 주부의 탄생 - 일본여성들의 근대와 미디어 (기무라 료코 / 소명출판)
  • 식민지 조선에 온 일본인 화류여성 이야기 (이가혜 편 / 역락)
  • 일본근대여성의 시대인식 - 여류작가 히구치 이치요의 시선 (조혜숙 / 제이앤씨)
  • 황후의 초상 - 쇼켄 황태후의 표상과 여성의 국민화 (와카쿠와 미도리 / 소명출판)

9 정오표[ | ]

  • 1쇄 p.67 아카마쓰 요시코 -> 아카마쓰 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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