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이야기

명동에서 회의를 할 일이 있어 아주 오전에 병원간다는 핑계대고 바로 출근하려한다. 엄니께서 입맛이 없다하시어 백화점에 잠시 들렀다.
안과 가봤더니 눈은 쏘쏘라네. 그나마 삼년만에 가본건데.

안과에서 백화점에 가기 위해 오토바이 대놓은 곳으로 나갔더니 이거 경찰이 주차장 아저씨와 농담따먹기를 하고있네. 나는 헬맷을 안쓰고 왔고 이건 3만원인가 딱지감이다. 두세번 걸려봤다...-_-
그런데 이 경찰이 계속 노가리까느라 안가는거다. 한 5분은 눈치보면서 방황했다.
으 따증나~ 하면서 그냥 경찰 앞으로 가 오토바이를 꺼냈는데 떠드느라 정신없다. 아 떠버리 경찰아저씨.
난 조선의 경찰에 대해 별로 이미지가 안좋다. 역사적인 요인들이 있지. 한국사에서도, 내 개인사에서도.

백화점에 들어가려하는데 갑자기 들어오는 떡대의 제지. "입장은 열시 반부터 입니다~"
젠장 뭐 백화점에 가봤어야 알지.
밖에서 십분정도 서성였다. 옷을 잔뜩 파는데 옷들이 꽤나 비싸다. ping이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아시다시피 ping은 서버가 살아있나 죽었나 확인해볼때 하는거다. 원래 용도는 더 다양하겠지만. 우리는 흔히 핑때린다라는 표현을 쓰고 심지어는 여자애에게 찝적댈때도 핑때려봐 따위의 말을 쓰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핑이라는 브랜드 상당히 비싸더라.

어쨌든 드디어 입장을 시켜주는데 아 나는 이 경험이 한번 있다. 그때도 민망했는데...-_-
다들 줄서있다가 행진곡 풍의 음악이 나오면서 백화점 문이 열리면 다들 "어서오세요~" 하면서 인사를 한다. 뭐 쭉빵이 언니들의 인사야 크게 싫을것 없지만 반바지에 샌들신고 지하 슈퍼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의 뻘쭘함을 지울수는 없다. 그들은 모두 서서 그놈의 행진곡이 끝날때까지 인사들을 하고있다. 그리고 그 행진곡이 끝나면 바로 움직여서 자기 일을 시작한다.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소속감 고취
  2. 절차의 마련 = 업무의 공식화 = 권위 부여
  3. 소비자가 왕이라는 환상 불어넣기, 직원들에게도 손님들에게도.

유니폼을 입는 것도 아마 마찬가지 효과를 노린 것일게다.

식품쪽에 내려갔더니 갖가지 현란한 음식들이 나를 꼬신다.
나는 먹거리에 약하다...-_-
그리고 두개씩 묶어파는 패키지들이 나를 또 유혹한다.
나는 공짜에도 약하다...-_-a
그리고 천원이라고 써있는 포도를 보니 싸군 하고 샀는데, 가격표는 4천 얼마다.
알고보니 백그램에 천원이었나보다. 당했다.

현란하게 자본의 폭격을 맞고 나는 얼떨떨하게 집에 돌아왔다.
엄니 말씀이 과일은 백화점보다 동네가 싸다네.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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