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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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장신고[ | ]

임상수라는 감독의 영화는 본게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는 개봉해서 나름대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는 소문은 들었다.(아닐 수도 있다. 그냥 줏어들은 소문이니...)

스토리는 한 가정이 붕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보라는 추천의사는 안하겠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영화가 너무 지루하다. 남든게 하나도 없다. 이게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집중이 안된다.

영화에 정사씬이 많다. 남편도 바람피우고, 아내도 바람피우고, 남편엄니도 바람피우고... 그래서 바람난 가족인가보다. 훌러덩 벗고나오는 장면이나, 정사장면은 영화전체를 감상함에 있어 적어도 이영화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장면이 너무 많다. 서비스차원에서 그랬다면, 나도 할말없다.

집사람이랑 같이 봤는데, 나는 별루 재미가 없어서 멍하니 보고있는데, 옆에서 자꾸 웃는거였다. 재밌냐고 물어보니 재밌어서 웃는다고 한다. 나는 재미 하나도 없다고 하니, 웃기다는 거다... 영화가 웃기다는 거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정말 영화가 웃긴다. 2명이상 나오는 장면에서 단 한장면 (우체부가 아이를 죽이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진지하지 못하다. 이게 코미디는 아닐텐데, 하여튼 웃긴다. 집사람은 '진정(眞情)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것은 상당부분 이 영화를 설명해 주는 말이라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주제를 다루는 감독의 요리능력이다...--; 가정은 가장 작은 사회의 단위일 수 있겠다.(다른 더 작은 단위도 있을지 모르겠다) 감독은 아마도 대한민국 현대사회에서 소위 말해 나름대로 겉으론 쿨하게 사는 사람들의 가족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그것을 덤덤하게 그려가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시각은 등장인물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 '내 영역 너도 침범하지 마라, 나도 니 영역 침범 안한다.' 이것은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공통된 개인관 이다. 이 개인관은 결국, 2인 이상의 대화는 피상적인 말 날리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소리가 버릇처럼 얘기하는 '당신은 당신일이나 잘하셔' 영화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얘기만 한다. 이게 영화의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것은 아마 영화가 생각하는 문제의식일지도 모른다. 그저 감독역시 '당신일이나 잘하셔' 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구성해 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점이 아쉽다.

'이꼬라지 봐라. 콩가루지?'
'그래서 어쩌라는거냐?'
'그냥 그렇다는 거다. 니일이나 잘하라고.'
이런식이다...--;

정사장면만 없애면 MBC 베스트 극장이라고 해도 반박없을 영화다. -- 장신고 2003-12-12 11:14 am

2 # 촌평[ | ]

이번 크리스마스이브때 혼자 조용히 이 영화를 봤다. 재밌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이 영화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쿨"이다. 반쯤 미쳐버린 후기산업사회라는 시공간에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배제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조건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관계를 통해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런 상처를 일일이 감싸쥐고 아프다고 소리지를 수만은 없기에, 그리고 그 작은 소리에 귀기울여줄 사람은 없기에 우리는 겉으로는 쿨한척 자신을 포장한다. 그것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100% 쿨할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줄 알지만, 우리는 일종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변호사 영작과 그 아내 호정, 그리고 죽어가는 아버지와 바람난 시어머니..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그들의 가슴은 여리고 또 여려서 어느 순간 그들은 하나씩 무너져 내린다. 아들의 죽음과 아내의 외도, 그리고 연인으로부터 받은 상실감으로 가장 먼저 무너져 내리는 영작, 그리고 아들의 죽음으로 한없는 울분을 토해내는 호정, 남편의 최후를 눈앞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시어머니, 신체적인 극한에 몰리자 병상에서 횡설수설 빨치산의 노래를 읊조리던 시아버지... 그때였을까 내 눈에서 눈물이 울컥 치밀었던 때가...


어떤 영화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새로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이 영화가 그랬다. 근 한달동안 누군가를 좋아했지만, 내 자신이 번번이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의 쿨함에 주눅이 들 수 밖에 없어 돌아설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그의 쿨함이 오히려 안쓰러웠고 그가 쿨의 가면을 쓸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그의 과거가 미웠다. 그랬다... 그저 그런 느낌이었을 뿐이다... -- 자일리톨 2003-12-29 4: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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