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이야기

 

1 # BrainSalad[ | ]

1.1 # 다시 만난 괴물[ | ]

빠듯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독서를 한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구나를 실감하면서 몬스터 전18권을 엊그제서야 다 읽었다. 물론 이번이 두번째다. 주욱 한번에 긁어도 헷갈릴만큼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들을 뜨문뜨문 발간될 때마다 갈증나게 읽었던 기억과 달리 이번엔 탐독을 해보리라던 의욕이 넘쳤었는데 머 결과적으론 생활에 치여 역시나 스토리라인 쫓아가기 급급하고야 말았다.

예컨데 이번엔 과연 요한이 왜 몬스터가 되었고 그는 결국 어디로 떠나갔을까, 안나(또는 니나)와 요한의 진짜 이름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왜 안나는 니나로 이름이 바뀌면서도 요한만은 요한이란 이름을 계속 쓰게된건가, 요한은 안나가 대신 보고 온 것을 듣고 착각 속에 빠져 몬스터로 탄생한건가 아니면 최후의 순간에 자기 대신 안나를 떠민 엄마의 행동에 대한 충격으로 몬스터가 된건가, 요한은 다중인격장애였는가? 그렇다면 괴물로서의 인격이 종반으로 가면서 요한을 완전히 먹어치운건가? 아니면 그 반대로 자기 안의 괴물을 잠재운 요한이 지극히 이성적으로 최후를 택한 것이 루엔하임이었던건가? 꿈에서 깨었다는 요한의 말은 괴물의 껍질을 벗어났다는? 쌍둥이들의 엄마는 분명 선택을 해서 안나를 프란츠에게로(페트르 차페크를 통해서) 보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궁금증들이 실은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더 많아져버렸다. 풀린건 별로 없고 말이다. 이거야 원....

1.2 # 그림책 속의 괴물, 그림에 대해서[ | ]

소설도 턱없이 적게 읽는 편인 메마른 필자는 만화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편식이 심한 편인데, 근래 2,3년간 제대루 읽은 것이 국내작가로는 허영만 선생과 고우영화백이 전부고 일본작가로는 우라사와가 유일하다. 물론 애니라면 미야자키이고 카우보이비밥이 예외인 정도.

내가 만화를 편식하는 이유는 명백히 "만화는 눈으로 보는 그림+α"라는 의식에서 나온다. 간단히 얘기해서 그림이 눈맛에 맞아야 집어들고 보게된다는거다. 허영만의 만화도 우라사와의 만화도 그림이 군더더기없다는 것과 캐릭터들의 면면이 와닿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이점에서 고우영 화백의 경우는 또 다른 예외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식의 그림체에 대한 필자의 천착은 개그적인 재미와 별개로 트라우마보다 아색기가를 은근히 더 선호하는 취향에서도 드러난다.

기왕에 화풍을 이야기하자면 작가들을 오랫동안 여러 작품과 함께 지켜보면 분명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유사캐릭터의 유형이 정해지고 그렇게 애용하는 캐릭터들이 어느날 새로 등장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변화(예를 들어 허영만 만화 속의 이강토라든가 몬스터의 갓난애가 20세기 소년에서 예언자로 변신하는 것처럼 말이다)들도 물론 재밌지만 그림의 스타일 자체가 변해가면서 새롭게 재정립해가는 것도 관찰해보면 꽤나 재미있는 감상법이 되는것 같다. 아마 말로 다 묘사가 힘든 이런 느낌은 실은 이 글을 읽는 분 모두가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일게다. 야와라나 해피를 그린 우라사와와 20세기소년과 몬스터의 우라사와는 분명 다르니까. 그런데 헷갈리는 점은 비슷한 시기에 연재된 해피와 몬스터일텐데, 스포츠순정물과 하드보일드 내지 느와르적인 작품을 의도적으로 차별화시킨 거라고 하면 할말 없지만 말이다. 어떤 식으로 정리해본대도 좌우간 마스터키튼보다 몬스터에서 세련되게 가다듬어진건 확실하다.

1.3 # 또다른 괴물[ | ]

위의 사이트에서 본건데 "Another Monster"라는 제목으로 독일의 한 기자가 발간한 리포트 형식의 취재파일이 있단다. 내용이 자못 흥미진진한데, 간단히 말해서 만화 몬스터가 독일에서 실제 있었던 실제 인물들을 소재로 구성된 만화라는 얘기였다. 물론 이건 픽션이다. 무척 어이없는...

내가 재밌었던건 이 팬사이트의 주인이 허락받고 퍼왔다는 그 어너더몬스터를 추적해나간 네티즌이다. 만화를 이런 식으로 사실인양 꾸미고 책으로 펴내고 이슈화하는 일본인의 상술도 놀라운데 그걸 죽어라 동생에 제일동포 친구까지 동원해서 몇달간 추적해 본 누군가가 있다는건 한국 네티즌의 편집증이 일본 오타쿠들을 따라잡을 날도 머지않았나 하는 쓴 웃음이 나오게 만든 대목이다.

1.4 # 나오키와 가정생활[ | ]

머 내가 알기로는 나오키의 부인은 꽤 미인이다. 자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공개된 얘길 보진 못했다. (아는 사람 있더라도 알려주실 것 까지는 없소이다) 느닷없이 그의 아내 얘길 꺼낸건 과연 그는 만화와 가정의 균형을 잘 지키고 있을까 궁금해서이다.

고려바위 어딘가에도 적었는데 몬스터에만도 유난히 일과 사회적 책임을 위해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성캐릭터가 쏟아져 나온다. 랑게경부는 그 대표격일텐데, 아무리 필자가 최근 딸 얼굴도 제대로 못보는 생활을 하고 있더라도 그는 나에겐 기껏해야 반면교사일뿐이다. 나오키 자신의 생활이 랑게경부를 비롯한 어리석은 사내들의 캐릭터에 녹아있는건 혹시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1.5 # 배경이 되는 동독, 그리고 군국주의 일본[ | ]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깰건 깨줘야된다. 만화의 근간을 이루는건 동독 시절 인간성을 말살하는 극악한 인간병기 실험이다. 극한 공포에서 인간의 반응과 내면의 마성을 깨우는 슈퍼맨 프로젝트...뭐 이것뿐이겠는가 그 시절의 음모들이...

문제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만든 만화에서 이런 식으로 그려진게 독일이라는 무대라는거다. 자신들은? 일본이야말로 한국과 중국의 수많은 양민들을 상대로 무슨 짓을 했는가? 나오키건 누구건 몬스터보다도 더욱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마루타에 대한 만화를 진지하고 철저한 반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야 되는거 아닌가?

하긴...모든걸 벗어던짐으로써 그들을 단죄하겠다고 나서는 쓰레기들이 있으니 뭐가 두렵겠냐만은...

1.6 # 요한이 적그리스도?[ | ]

요한계시록 인용구가 1권 도입에 나오는데, 머리가 일곱개이고 열면류관에....머 이런 부분이다. 마지막에 요한을 쏘는 술주정뱅이는 경찰에게 붙들린 후 머리가 일곱개 달린 괴물이 자기 아들을 괴롭히는걸 보고 쐈노라 횡설하면서 진술했다는 어느 경관의 대사도 나온다. 나오키의 의도가 애시당초 이건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의 파멸을 가져올 적그리스도가 요한의 존재이다 식의 연결이 이후의 극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쉽사리 와닿진 않는다. 어쨋거나 몬스터를 여러번 읽은 사람일수록 요한에 대한 연민이 더 커진다는걸 알 수 있는데, 요한의 내면에서의 고통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와닿게끔 곳곳에 심어놓은 나오키의 지뢰 때문이리라고 본다. 냉정하게 보자면 사람을 아무 느낌없이 목적없이 수백명 가까이 죽이는 인간의 내면세계 고통이 동정의 대상인가?

1.7 # 마무리[ | ]

몬스터 리뷰를 생각나는대로 엮어봤다. 한번 정리해서 적어봐야지 맘 먹은지 거의 일년이 넘어서야 끄적이게 되었다. 물론 그간에 이것만 고민한거야 당연히 아니지만 엄두를 선뜻 못내게 만드는 거물인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생명은 모두 평등하다는 신념으로 한 의사가 살려낸 생명이 수많은 생명을 무의미하게 빼앗아가는 악마로 성장하는 기막힌 설정은 나름대로 많은 만화를 봤던 본인에게도 걷잡을 수없이 매력적으로 빠져드는 스토리라인에 압도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었다.

지금이야 뭐 당연히 20세기소년에 몰입되어 다음편을 기다리는 신세지만 여전히 몬스터 만화는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명작이고 오래도록 가져갈 추억의 하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필자에겐 요한의 대사 하나가 머릿 속을 떠나질 않는데 그 말과 함께 중구난방 리뷰는 대략 정리해볼까 한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은 죽음뿐이야..."

2 # 촌평[ | ]


사족 덧붙일것 하나는 위에 올린 표지그림인데 이게 독일판 몬스터 표지라는군요, 나름대로 근사해보여서 한글판말고 요걸로 올렸지용 -- BrainSalad 2004-2-25 1:39 pm


사후조치다 이거지? 뭐 아무래도 개의치않는다만, 그래서 우라사와나오키몬스터 따위로 할까도 했었는데...사실 사단이 생길 개연성은 그다지... -- BrainSalad 2004-2-25 1:15 pm 페이지 제목말일세...몬스터, 달랑 요렇게 쓰면 이것도 일종의 일반명사인지라 괄호와 영문제목을 섞어서 "만화 몬스터"임을 구별짓고자 함이었으나...그럴거까진 없다고 생각했나보지? ^^ -- BrainSalad 2004-2-25 7:54 am

사실 그런 문제는 이미 있습니다. Discipline에 가보세요. :) 제 생각에는 일이 생기는 그 때 분기를 시켜주면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 거북이 2004-2-25 10:08 am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이 창대했으면 좋았겠지만 그 반대여서 아쉬웠던, 약간 부족한 걸작이죠. 그 옛날 당연히 읽다가 흐름을 놓쳤습니다, 하도 찬찬히 나와서리. 금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고있는 이십세기소년도 보다가 대충 손놓고있습니다만...-.- 어느날 날잡고 봐줘야죠. :) -- 거북이 2004-2-25 1:48 am

3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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