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1 개요[ | ]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 철도로 돌아본 근대의 풍경'
  • 2003년 한국 책
  • 저자: 박천홍
1967년 구례와 순천 사이 외진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계에 입문하였으며, '출판저널'에서 편집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몇몇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2 책소개 (알라딘)[ | ]

'철도로 돌아본 근대의 풍경'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으로, 철도가 그려놓은 오욕과 수치의 한국 근대사를 들여다보고 있는 새로운 시도이다.

철도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벌어진 한국 근대개화기의 모습을 복원하고 있는 책은, 김기수의 <일동기유>를 비롯하여 이상의 <12월 12일>, 염상섭의 <만세전> 등과,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리나>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료와 철학, 사회학 분야의 서적과 문학작품을 자유롭게 적용해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철도는 단지 산업적. 경제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시공간에 대한 의식, 풍속의 변화를 가져온 근대화의 촉매였음을 밝히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담아내었다.

3 # 자일리톨[ | ]

‘철도로 돌아본 근대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우리에게 근대란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근대성이라는 것이 내면화되었는지에 관한 연구서다. 이 책은 근대문명 그 자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철도가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당시의 공문서, 신문기사, 문학작품 등의 사료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근대민족의식, 제국주의, 공간, 시간, 풍속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저자인 박천홍이 제시하는 자료는 책 말미의 참고문헌목록만 보더라도 방대하며, 곳곳의 글의 문맥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인용된 사료는 명쾌하고도 적확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이 책을 준비했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고민과 고된 작업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상당히 왜곡된 우리 근대화 과정의 문제다. 저자는 근대화과정에서 “서구의 근대화가 자신들의 패권을 지구적으로 관철시키는 과정이었다면, 비서구권에서는 타율적으로 자본주의 세계로 편입되는 고난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당시의 조선은 서구의 패권주의와 일본제국주의라는 이중적인 억압을 겪어야만 했기에 더욱 고난에 찬 근대화과정을 거쳐야만 했던 것이다. 근대화는 전근대사회의 잔재를 쓸어버리고 근대적 합리성(자본의 증식이라는 절대적인 목적을 위한 합리성)을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정신으로 삼았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 자신들의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과거와의 끈을 통해 나름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 반해, 조선의 경우는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 전근대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에게 근대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원인이 되었다.

증기기관이라는 동력은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력의 집적(대공장제도)을 가능하게 했으며, 철도는 상품과 원료, 기술을 놀라운 속도로 실어나르며, 전지구를 단일한 시장으로 만들었고 세계를 자본주의적인 분업체계로 재편했다. 이는 구래의 농촌공동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었고, 농촌에서 밀려난 대규모의 인구는 도시빈민으로서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하는 값싼 노동력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부르주와지의 주도세력으로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그들은 가상적 실체인 민족과 근대국민국가의 성립, 국민교육제도와 징병제, 신문, 소설과 같은 서사문학의 유행, 표준시(mean time)제도의 확립, 봉건적 신분제의 철폐, 근대도시의 성립, 박람회 등을 통해 새로운 착취구조를 은폐하고 그들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조선의 근대화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다시 한번 왜곡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철도노선의 건설을 위해 민중은 강제노동에 동원되어야 했고, 민중의 생산물은 철저히 싼 값으로 수탈당해야 했으며, 철도건설에서 구도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일본인 주도의 새로운 식민도시를 건설하여 전통사회와의 단절을 의도하였으며, 빈부에 따른 도시공간의 분할이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국적 구분에 의해 다시 한번 분할되는 차별의 과정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근대성에 관한 수많은 문헌을 통해 우리의 근대화 과정의 문제를 치밀하게 논증한다. 근대적 시간을 이야기하기 위해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등장하기도 하고, 철도의 삶과 죽음의 갈림길적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이인직의 ‘은세계’가 나오기도 하며, 근대의 성격을 논하기 위해 베네딕트 앤더슨, 칼 맑스, 발터 벤야민을 인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라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의 정체성과 근대와 관련한 새로운 저작을 기대한다.-- 자일리톨 2004-5-1 12:44 pm

4 같이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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