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네뜨의생

   

1 # 거북이[ | ]

이 얘기는 뭐랄까 소심남의 억압표출기라고 해야하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동기를 역추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영화이지만 베르히만 영화가 언제나 그랬듯 몇몇 인물에 대한 클로즈 업과 그들의 나레이션으로 영화가 많이 진행된다.

어떻게보면 좀 짜증나는 구석이 있다. 주인공인 이거만은 별로 못가진게 없다. 잘생겼고, 인기도 많고, 사업에도 성공했다. 그런 주제에 부인이랑은 또 묘한 관계에 놓여서 치고받고 서로에게 상처주면서 관계를 확인한다. 그 와중에 부인에게서 받는 억압이 쌓이고 그것을 상대에게 풀어버리지 못한 채 살인이라는 형태로 표출시키는 것이다. 내 보기에 이 주인공 녀석은 그다지 동정의 여지가 없다. 부인이 부정했다고 해서 딱히 자신이 정숙(?)했던 것도 아니고 서로의 관계를 즐기고 있던 주제에 왜 혼자 스트레스를 받느냐 말이다. 내 보기엔 부인은 비교적 신실하고 그녀석을 잘 받아준 편이다.
주인공이 자유를 느끼는 순간은 칼라로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되어 있는데, 칼라 장면이 단 두번 나오는 것을 보면 불쌍하기도 하다. 자기도 그러고싶어서 그런건 아니니까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오히려 이해가 안가는 쪽은 이런 영화를 굳이 찍은 베르히만 쪽이다. -_-

이 부부는 서로에게 너무 프리한 관계에 놓여있는데 이것이 문제였나? 아니면 사이에 애기가 없어서? 단지 남자의 내적 불안정성 때문에? 억압된 동성애적 기질 때문에? 여튼 별로 문제될 것도 없는 환경인데 혼자 폭발하는 주인공을 보면 좀 어이가 없기도 하다. 내 보기엔 단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못찾고 있는 것일 뿐이다.

베르히만 영화에도 보면 여러가지 인간들이 나오는데 대체로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그것을 풀어보려고 노력하지만 뭔가 부족해하거나 사회적 압력에 시달리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휑한 방에서 쓸쓸해하면서도 나는 괜찮아 이런 식의 잘난척을 포기하지 않는다. 피곤한 인간들이다...-_- 베르히만이 보는 현대인들은 다들 그런 피곤한 인간들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공감하면서도 베르히만 영화를 자주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사변적인 인물군들 때문이다.

포르노 장면이 일부 들어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싸구려 신음소리 디스코 음악이 인상적이다. 영화와는 정반대의 그것이기 때문에 인상적인지도 모르겠다. 크레딧과 함께 올라오는 그 곡의 느낌은 상당히 서글프다. -- 거북이 2004-12-26 5:40 p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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