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퍼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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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제 : Road to Perdition(2002, US)
  • 감독 : 샘 멘데스
  • 출연 : 톰 행크스(마이클 설리반), 주드 로(맥과이어), 폴 뉴먼(존 루니), 타일러 후츨린(마이클 설리반 쥬니어), 스탠리 투치(프랭크 니티), 다니엘 크레이그(코너 루니), 리암 아이켄(피터 설리반), 시아란 하인즈(핀 맥거번), 제니퍼 제이슨 리(애니 설리반)

1 # 거북이[ | ]

유럽여행중에 개봉되었던 영화인데 워낙에 아메리칸뷰티를 좋게 보았던 지라 꼭 봐야지 하다가 이제 보았다. 글쎄 뭐 전작만큼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지만 나쁘진 않았다.

전혀 배경이 없이 보았던 영화인데 처음엔 조금 지루하다가 코너가 설리번을 죽이려했다는 부분을 설리번이 알았을 때 영화는 반전되었고 그때부터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어찌보면 시대착오적인 느와르를 산뜻한 화면에서 보여주어 이 영화는 온갖 분위기를 잡고있는데 매트릭스를 비롯하여 요즘 영화 상당수의 주제는 소위 비쥬얼이라 불리는 뽀대나는 화면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남성미라고 흔히들 말하는 마쵸들만이 가득하다. 약간의 모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설리번 부인과 농장 아줌마가 있지만 정말 미미하게 나온다.
뇌무침옹의 의견대로 이 영화는 두가지의 상반된 부성애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설리번 아들은 설리번의 의지대로 되었으니 그쪽이 이긴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루니의 애정을 비난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설리번이 이기니까 나름대로 권선징악적이기도 하지만 설리번 또한 죽으니 여튼 선악이란 없다라고 하는 요즘 영화다운 결말이다. 영화에서 의미를 두는 것은 오로지 화면 뿐이다.

일단 톰 행크스가 이런 연기두 할 수 있는 배우인지 몰랐는데 뭐 그래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내가 캐스팅한다면 절대 안뽑았을 것 같은데.
샘 멘데스가 다음 영화에서는 조금 더 현대사회를 후벼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거북이 2003-5-24 1:07 pm

2 # BrainSalad[ | ]

한국영화에 "조폭"이라는 키워드가 생겨난 원조는 류승완 감독이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다는 용팔이, 외팔이 시리즈로 올라가야겠지만 메인스트림으로까지 격상된 것은 불과 얼마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라면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갱스터영화, 말하자면 마피아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수많은 영화들이 다루어왔고 아주 중요한 코드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유라면 우리로 치면 조폭이 그렇듯이 마피아라는 집단 자체가 드라마의 모든 요소, 즉 사랑, 우정, 의리, 배신, 폭력 등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너무도 지겨운 대부 시리즈를 비롯해서 대단히 많은 갱스터무비들이 이제껏 우리를 울리고 웃겨왔고 그 와중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마피아들의 역사 또한 여느 상식 못지않게 자리잡은 것이 사실이다.

로드투퍼디션은 2002년에 또다시 우리에게 대공황, 금주령 시절의 마피아를 이야기한다. 그렇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마피아란다. 보지않더라도 일단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고픈 이야기의 절반쯤은 우리가 알 수 있을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포스터를 살짝 엿보자면, 익숙해진 중절모, 비오는 어두운 밤거리, 롱코트, 한 손에 기관단총...까지는 알겠는데 다른 한손에는 아이의 손이 쥐여있다. 어라? 거친 사내들의 사랑과 우정, 피로 얼룩지는 배반과 복수의 이야기에 어린 사내아이가 왠일인가? 여기서부터 이 영화는 뒤늦게 우리 앞에 나온 이상 먼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함을 눈치채줘야 한다.

샘 멘더스는 데뷰작 아메리칸뷰티로 일약 스타 감독, 오스카상 수상감독으로 너무 커버린 사람이다.
시나리오의 축을 이루는 두쌍의 부자 가운데 관객이 보기에 덜 중요한 쪽의 아버지 존 루니 역의 폴뉴먼의 아카데미상 경력에 대해서는 머라 말하지 않겠다. 아직도 그의 멋진 표정을 스크린에서 보는 자체가 나는 즐겁다.

톰행크스,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은 배우다. "필라델피아"에서의 동성연애자 이후로 진지하고 눈물을 줄 수 있는 연기에 관심을 높이기 시작하더니만 아직까지 나를 실망시키는 배우이다. 내가 실망하는 이유는 단디 개인적인 것으로서 "빅"에서의 익살스럽고 천진한 연기에 여태 매료되어 있기 때문에 최루성연기보다는 장난기 넘치는 그의 얼굴이 더욱 그립끼 때문이라고 해두자.

쥬드 로, 이 재능많고 강렬한 이미지의 배우 겸 감독이 벌써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이 영화가 내게 준 개인적인 충격 중의 하나. 브루스 윌리스 이후 최고의 비극이다.

기타 제니퍼 제이슨 리를 비롯해 얼굴이 너무나도 친숙한 조연들을 비롯해서 이 영화의 스탭 42명이 오스카 나미니들이고 그 중 12명이 수상경력이 있다라는 것은 마치 이회창 대세론이 그의 발목을 잡듯이 이 영화의 성패를 성급하게 결정지을 수도 있는 마이너스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영화의 스토리라인과 전달하려는 메세지로 돌아가보자.

영화는 결국은 두쌍의 부자간의 이야기를 통해 흔하게 듣던 마피아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직의 갈등, 역학구조 속에 놓인 두 부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속에서 아버지란 아들에게 어떤 존재일 수 밖에 없으며 어떻게 부모로서의 사랑을 전해줘야 하는가를 마피아라는 이질적인 대상을 통하여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피아의 영화라면 당연히 나와야 할 여인과의 로맨스도 없고 조직 내부의 배신도 주된 메시지를 넘어서지 못한다. 의리나 우정은 별로 다뤄지지 않는다. 결국 조금은 색다른 마피아영화를 지향하는 것이며 심지어 앞서 얘기한대로 애시당초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마피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메시지의 강한 어필을 위해서는 드라마적인 요소와 자극적인 상황 설정이 가능한 비정상적인 가정을 택하는 것이 나을수도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감독의 전작이 바로 현대 미국 중산층의 몰락과 가족애의 새로운 형태, 참혹한 미국현대가정의 현실(피가 난무하건 아니건 간에)을 있는 그것보다 조금 더 오버해서 보여주려던 노력의 연장선에서 해석해줄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1930년대의 암울하디 암울한 미국 사회를 그린다. 여기서 나오는 마피아란 그 시절이면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아일랜드계 마피아들이다. 이미 성발렌타이 학살을 기점으로 시실리 마피아들이 득세를 하고 위대한 범죄의 도시 시카고를 "알"가에서 장악한 이후란 말이다. 마피아 세계를 다루려면 이탈리아 이민2세들의 우정과 사랑 배신을 그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건 이미 원스어폰...에서 끝난 이야기이므로 그만 이야기하자.

피를 묻히지않고는 살 수 없는 남자들이 자신들의 가족을,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와 거기에서 야기되는 비극적인 드라마가 영화의 줄거리이다. 한 사람은 조직의 보스로서, 다른 한사람은 그의 총애를 받는 고아 출신으로서, 둘다 아들을 둔 아버지이지만 그 처한 상황과 형편은 자식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내가 일궈놓은 제국 안에서 보호받으면서 이 제국을 지켜나가게끔 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능력도 인품도 안되는 형편없는 아들을 둔 존루니와 비록 자신을 너무도 빼어 닮았지만 결코 그 눈빛 속에 피와 어두움을 물려주고 싶지않은 마이클설리반의 대결이 영화의 골격인 것이다. 설리번은 조직을 향해 무모할지도 모르는 싸움을 기꺼이 아내와 막내아들의 복수, 그리고 가장 아꼈던 큰아들의 더이상 어둡지않은 미래를 위해서 자청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작위적인 해피엔드가 되지는 못한다. 아니, 그가 아들과 행복하게 잘먹고 잘살았다면 오히려 우린 그게 불만이었을지도 모르지. 여하튼 그의 운명은 영화 시작할 때 마이클설리번 쥬니어가 독백하던 대사에서 이미 감지된 것이고, 이 영화가 아놀드 쉬바제네거 식의 권선징악류였다면 이 또한 스토리 감지가 당연히 쉬웠겠지만,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중간중간에 파악한 관객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마지막 결론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을 통해서(결론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의 당위성이나 상황논리 등은 제발 잊어버리자) 우린 어느새 피흘리는 영웅의 아들, 정의의 사도, 죽음의 천사의 아들이 아닌 설리번 쥬니어를 보며 안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폴뉴먼의 아들에 대한 맹목적이다시피한 사랑도 십분 이해가 간다. 고슴도치도 제자식은....머 이런 얘기가 있는데, 제 아무리 십수년을 충성을 바친 양자라 해도 피는 과연 진하고도 진했으리라...스스로 생각해도 멍청하고 무분별하기 이를데없는 아들에게 자신이 지켜온 거대한 유산, 그것도 너무나 위험하기 짝이없는 조직을 넘겨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들을 보호해서 자기 인생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비록 정의이건 아니건간에. 그의 문제는 친아들 코너를 보호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설리번에게 있어 자신의 아들이 갱으로서의 인생을 유전하느냐 아닐거냐가 가장 두려운 인생의 도전이었듯이, 아니 오히려 더욱 절실하고 괴로웠던건 존루니 쪽이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 엉뚱한 생각은 이런 것이다. 영화 속의 존루니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고픈 세상은 마치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이회창을 선택함으로서 물려주려던 세상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매우 멋진 비쥬얼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위해서 감히 폴뉴먼과 톰행크스 등등 쟁쟁한 이들에게 몇달동안 빛을 보지말고 어두컴컴하게 살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그만큼 감독의 철저함을 엿보게 해주는 일화다. 멋진 비쥬얼이란 너무도 우울하고 어둑한 화면 속 1930년을 이야기 함이다. 영화를 통털어 가장 밝고 환한 장면, 장소는 마지막 퍼디션에서 설리번의 최후장면이다. 관객의 눈이 가장 시원한 풍광을 만나 밝아질 때쯤 감성적으로 가장 어두운 장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 또한 물론 감독의 의도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 관계한 많은 거물들이 있지만 내게는 결국은 톰행크스가 오랜만에 선택한 굵직하고 묵직한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긴 하지만, 2003 오스카에서 활약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톰행크스는 지나치게 상을 의식하는 행보를 계속 중이라고 생각된다. "필라델피아"에서 그가 상을 의식했기에 그만큼 성공적이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그를 좋아했던 팬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류의 행보는 안타깝고 불만이다. 그래도 "캐스트어웨이"에 비하면 정말 오랜만의 역작이라고 할만하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본다면 글쎄요라고 해야겠다. 아마도 곁다리 상은 타고도 남을 것 같지만...

2002.12 BrainSa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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