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커는 왜 생명력이 짧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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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iamagh <mailto:iamagh@yahoo.co.kr> 날짜: 2004/1/13 (화)6:25pm 제목: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그 무엇

평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다름아니고..

클래식이나 재즈등에 종사하는 작곡자나 아티스트는 연륜을 쌓을수록 음악에 깊이를 더해가는데, 왜 락 아티스트들은 그렇지 못할까요?
즉 전성기가 지나면 별볼일 없어질까요? 지미 페이지 같은 천재(적이었던 사람)마져도 말이죠?
(물론 로버트 프립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극히 드물게 있긴합니다만)


발신: Shin Yoo <mailto:ntrolls@xinics.com> 날짜: 2004/1/14 (수)10:56am 제목: Re: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그 무엇

글쎄요, 그렇게 일반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듭니다만, 또 다시 생각해 보면 확실히 젊음을 불사르고 사라져간 사람들의 숫자가 이 동네에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면, 가장 "육체적"인 음악이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발신: "김기범" <mailto:walrus@empal.com> 날짜: 2004/1/14 (수)11:36am 제목: Re: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그 무엇

저 생각은 반댑니다. 장르와 별로 관계없는 듯.

음악을 창조하는 것과 해석하는 작업으로 나눈다면,,, 창조하는 작업에서의 영감은 젊었을 때 많이 나오고, 해석하는 작업은 노력만 뒷받침한다면 환갑때까지도 문제없다고 봅니다. 물론, 록보컬만 한정하자면 샤우팅에 의존하는 특성 상 파워에 문제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TV를 통해 뮤지션의 해석 능력은 사실 상당히 왜곡되어 전달되자나요. 노래도 실제보다 상당히 못하게 보이고...록보컬 같이 성량이 줄어드는 경우의 퍼포먼스를 TV를 통해 볼 땐 초라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겠죠. 대표적인 경우가 진보라였네요. 진보라 트라이포트 때 보니 뿜어내는 에너지가 거의 괴물로 보였습니다. 물론, 그날 분위기로 인한 환청, 환시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런데, 그거 녹화한거 보면 이언길런...왜 이렇게 맛이 갔어 이생각 밖에 안들껍니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장르 관계없이 젊었을 때가 창조적인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감각과 영감만 가지고도 나오지만,,, 나이가 들면서 완숙해지고 뭔가 알고 음악을 만들게 되는 듯.

음악을 만드는데 조심스럽고 창조의 주기도 길어지고. 정말 익은 작품을 내놓게는 되지만, 반면 정말 확 깨는 혁신적인 뭔가는 나이가 들면서 힘들게 되구요. 모짜르트나 찰리파커, 존콜트레인 같은 천재류 뮤지션들이 과연 40 이후 생존해도 그런 영감에 넘친 작품을 만들었을지? 저 생각으론 약에 찌들어 지미 페이지 이상으로 초라해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으리라 봅니다. 반면, 해석 작업에 있어서는 환갑이 다되는 롤링스톤즈나 에릭클랩튼의 최근 공연 DVD를 보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클래식록하던 형들 은퇴하기 전에 하는거 꼭 함 보고 싶네요.


발신: antiright <mailto:iamagh@yahoo.co.kr> 날짜: 2004/1/15 (목)0:09pm 제목: Re: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그 무엇

저의 문제 제기는 음악 해석의 측면은 아니고 음악창작정신 측면에서 얘기한거였습니다. (연주 실력이야 아주 늙지 않는 이상 어디 가겠습니까? 나이가 들수록 당연히 원숙해지겠죠)

베토벤, 바하 등 최고의 작가들의 경우를 보면 전생애에 걸쳐 명작들을 창작해 내었고 특히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대단히 심오한 음악세계를 펼쳤습니다. 음악 역사상 가장 깊이있다는 베토벤의 '후기현악사중주'와 '9번 교향곡' 등이 대표적이고, 바하도 후반기에 신비롭고 깊이 있는 걸작 '음악에의 헌정', '푸가의 기법' 등을 남겼습니다.
요절한 작곡가인 모짜르트나 슈베르트의 경우에도 그들의 활동기간은 상당히 길었고(20년 이상) 생의 후반기에 더욱 깊이 있는 명작들을 남겼습니다. 그외 브라암스, 차이코프스키, 슈만, 드보르작, 말러, 브룩크너 등 클래식계의 1급 작가들은 전생애에 걸쳐 명작들을 생산해내었고 20세기 바르톡,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애에 있어 전성기가 따로 없다는 거죠. (B급 작가군들은 제외하고 말이죠)

그런데 락 방면의 아티스트들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명작들을 생산하는 시기가 정말 짧다는 겁니다. 가장 위대한 밴드나 아티스트들인 롤링스톤즈,핑크 플로이드, 레드제플린, 딥퍼플(혹은 리치블랙모어), 예스, 제네시스, 에릭 크랩튼 마져도 한 번 전성기를 지나면 절대로 그 전성기의 수준에 도달할 수 없었다는 거죠. 이들의 전성기는 그들의 나이 20대나 30대 초반에 불과했을 때였습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저는 80년대 초반부터 아트락을 들었고, 그 당시 위대한 밴드들이 비록 해산하거나 활동중지였던 상태이더라도 앞으로 밴드로서나 솔로로서 좋은 활동을 계속하여 더욱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 줄것으로 기대했던건데 그것은 이루어질수 없는 희망이었던거죠)

그래서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해보면

첫번째 생각

클래식은 동일한 형식을 추구하는 음악이고 락(특히 아트락)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클래식은 소나타, 푸가, 캐논 등의 수많은 음악적 형식과 심포니, 현악사중주, 피아노삼중주 등 악기의 결합형식이 정해져 있어 다양성 보다는 닫힌 형식내에서 깊이를 추구하는 음악이다.
반면 락(특히 아트락)은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음악인데 한 아티스트나 밴드가 표출할 수 있는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두번째 생각

클래식은, 20세기 무조음악의 등장으로 해체적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 수백년간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해왔으며 (20세기를 제외한) 어떤 작곡자도 그 변화의 과정속에 존재했었다.
그러나 음악 역사에 늦게 등장한 락(특히 아트락)의 경우 미디어등 음악매체의 발달과 기존음악(클래식, 재즈)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해 그 발전,변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어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말까지의 변화가 클래식 역사 수백년간의 변화와 맞먹을 정도였다. (HENRY COW, THIS HEAT 같은 밴드의 등장은 이미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해체의 징후이다) 락아티스트는 그의 활동기간 중에 락의 탄생~해체의 시기를 겪는다. 잔치는 이미 70년대에 끝난 것이다.
(발전의 한계에 도달한 후에도 새로운 시도나 좋은 음악은 계속하여 창작되어질 수 있겠지만 70년대 같은 정점에는 절대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이 바하, 베토벤 같은 정점에 다시 도달할 수 없듯이)

세번째 생각

무척 관념론적 생각인데 위대한 천재는 결국 한세기에 몇명 밖에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
음악의 신은 말한다. '너희 락 애호가는 로버트 프립 같은 천재 하나 건진걸로 만족하라.'


발신: "김기범" <mailto:walrus@empal.com> 날짜: 2004/1/15 (목)1:09pm 제목: Re: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그 무엇

맞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또, 한가지 생각이 드는게 미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음악적 아이디어에 있어서 모짜르트의 시대의 경우 훨씬 용이할 수 있다는 생각이네요. 사실, 모짜르트의 강점은 곡을 외는 것이었고 어린시절부터 오랜 연주 여행은 해당 지역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가져다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어찌보면 최고로 표절을 많이한 뮤지션일 수도.

제가 그쪽 음악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실제로 클래식의 경우, 작곡가의 역할 중에 큰 부분이 지역적으로 떠도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윤택하게 다듬어서 악보와 형식으로 정리하는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모짜르트가 동시대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많이 채용했다고 천재성이나 공헌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은 안하구요.

전 말씀하신 것 중에 오히려 두번째 생각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왜냐면 90년대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가 올드 뮤지션들의 컴백과 음악적 상업적 대성공이 있는데요,,

그래미나 롤링스톤같은 잡지에서 나오는 평가들도 그렇구요.-그런쪽 성향이 아무리 보수적이라 해도...

실제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동시대의 젊은 뮤지션들의 작품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작품들이 꽤 있다고 봅니다.

나이보다는 트렌드의 Saturation이 문제가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말씀 나오신 김에 현시대에 있어서 첫앨범을 내놓은지 30년 이상?되는 오랜 경력의 뮤지션의 최근작 중, 수작엔 어떤게 있을까요?

전 Jeff Beck의 jeff, 에릭클랩튼의 Reptile, Van Morrison의 what's wrong withe this picture?를 꼽고 싶네요.


발신: the_last_lie <mailto:the_last_lie@yahoo.com> 날짜: 2004/1/15 (목)2:16pm 제목: 제 생각은...

클래식, 팝/록 뮤지션들의 문제는 역시 농도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묽고, 짙음.

우리가 듣는 클래식의 경우에는 20/21세기의 현대 작곡가가 아닌 이상 (물론 이 경우에도 시장의 원칙하에 철저하게 choice받겠지만)르네상스 이후 지금까지 거의 500~600백년 동안 시간의 검열을 거친 상태라... 그 농도가 짙은 것은 당연한 것이 겠죠. 이 시기의 종교 귀족층의 서양 음악은 지겹 다면 지겨울 '교양'의 이름으로 분류가 되어 홀로 시간을 담(고 나게하)는 모래시계의 저장고의 낱 알을 타고 정해진 길만을 흐르는데 반해,

우리가 늘상 듣게 되는 팝/록은 어젯밤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져, 어디로 나아갈지 짐작할 수 없 죠. 그 음악은 핑크 플로이드가 될 수도 있지만, 작은 펍의 동네 밴드의 목소리일 수도 있죠.

생각해 보면...

펭귄 디스크 가이드에 등장하는 클래식 작곡가들 의 숫자와 마뀌 프로그래시브 록 집성의 밴드의 숫자를 비교해 보면 아마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 지 않을까요? 물론 음악적 성과를 따지고 들어갈 수는 없는거겠지만.

시간이란 화로가 졸이고 졸여낸 깊은 농의 클래식 과 아직 결정조차 맺지 못한 팝/록 음악을 직접적 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딘지 공평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결국... 팝/록 음악은 내 몸을 담그고 있는 방만한 大海의 모습을, 클래식은 관상용으로 내 방에 들여 놓은 어항안의 大海가 아니런지...

쓰다 보니깐 산만한데... (사실 옆에서 다들 작업 중임<=사무실 임-_-;;)

robert wyatt, robert fripp 같은 분들이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으니... 희망을 있는거겠죠.

동훈


From: "안동환" <mailto:iamagh@yahoo.co.kr> To: <mailto:yebadong@yahoogroups.co.kr> Sent: Monday, January 19, 2004 12:03 PM Subject: RE:Re: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그 무엇

관심 있게 글을 읽고 답을 해주신 '김기범'님께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도요)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사나, 미학 등에 관심이 많아서 쓸데 없는 것들을 좀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30년 이상 된 음악가의 최신 앨범은 거의 들어본적이 없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제가 그런 문제제기-락 아티스트는 왜 장기적으로 명작을 만들지 못하는가?- 를 할만한 자격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워집니다만)

<Jeff Beck의 jeff, 에릭클랩튼의 Reptile, Van Morrison의 what's wrong withe this picture?> 도 역시 못들어 봤습니다. 꼭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P.S - 진작에 답글을 올리려 했는데 이른바 '뫼비우스의 오묘한 박자 사건' 발생으로 좀 미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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